“마르크스 경제학 개설 중단 규탄한다” 정치경제철학 특별포럼에서 학생들 피켓 시위

▲행사장 내부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는 학생
▲행사장 내부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는 학생

  지난 6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양두석홀에서 열린 정치경제철학 특별포럼 II ‘정치경제철학, 미래사회를 논하다’에서 마르크스주의(마르크스) 경제학 수업 개설 중단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피켓 시위가 있었다. 서울대 연합전공 정치경제철학과 분배정의연구센터의 공동 주최로 열린 특별포럼은 총 2부로 구성돼 1부에선 과학기술의 혁신과 사회정의의 관계에 관해, 2부에선 서울대 정치경제철학의 성찰과 목표에 관해 토론했다. 피켓 시위는 2부가 시작된 지 약 15분 후인 오후 5시부터 1시간가량 행사장 내부에서 진행됐으며, 행사가 끝난 후 출입구에서 이어졌다.

▲무대에서 포럼이 진행되는 모습

  2024년도 2학기를 기해 서울대 경제학부 학사위원회는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를 이유로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 등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개설을 중단했다. 세 과목을 가르치던 강성윤 강사는 에브리타임 강의평가에 이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서울대학교분회 준비모임, 전국교수노동조합, 관악 맑스주의 연구회 ‘맑음’ 등 여러 단체가 해당 결정에 항의하는 규탄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보에서 “故 김수행 교수 이후로 서울대가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를 채용하지 않아 학문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며, “구체적 성과를 요구하는 현재의 학술 생태계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포함해 자본에 소외된 학문이 늘어날수록 서울대의 학문 다양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럼 도중 피켓을 든 학생들

  토론 후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지자 진영준(수리과학부 박사과정) 씨는 마이크를 잡고 마르크스 경제학이 폐강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주병기 교수(정치경제철학)는 “마르크스 경제학이 폐강된 것은 유감이나 여러 요소가 얽혀 내린 결정이라 이 자리에선 논의가 어렵다”며, “기존에 있는 다른 강의들이 마르크스 경제학을 다루고 있기에 정치경제철학 수업을 들은 학생이라면 충분히 현대 사회의 다양한 분배 정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피켓 시위에 참여한 조현주(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씨는 “영어영문학이나 사회학 등 기초학문의 철학적 사조를 공부하면 마르크스 경제학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며 학부 때 흥미롭게 수강한 마르크스 경제학이 폐강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피케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마르크스 경제학을 수강한 이시헌(자유전공 15) 씨는 “학부 수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는 대학이 흔치 않기에 돈이 되지 않더라도 서울대는 국립대로서 기초학문의 명맥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한 세기를 지배한 마르크스 경제학을 배제한 채 정치경제철학의 미래를 논하는 것이 모순이라 느껴져 피케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포럼이 끝난 후 행사장 밖에서 피케팅을 하는 학생들

  진영준 씨 역시 “현재 공석인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를 임용해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로 이어지는 학술 생태계 복원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르크스 경제학 폐강에 반대하며 학교의 조처가 없으면 추가로 연서명 등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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