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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이태원참사 2주기 당일 추모행동 ‘별들의 이름 함께 기억하기’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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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이태원참사 2주기 당일 추모행동 ‘별들의 이름 함께 기억하기’ 열려

  이태원참사 2주기 당일인 지난 29일, 관악중앙몸짓패 ‘골패’의 주관으로 문화관(73동) 앞마당에서 추모행동 ‘별들의 이름 함께 기억하기’가 열렸다.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사회학회 ‘코쏘’, 장애인권 동아리 ‘위디’, 자유전공학부 인권위원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중앙 환경동아리 ‘씨알’, 비거니즘 동아리 ‘누비건스’, ‘빗소리 of SNU’ 총 학내 9개 권리의제단위가 추모행동을 공동으로 주최했다.

▲문화관 앞 나무에 걸려 있는 보라 끈

  이날 추모행동은 이태원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 부스에는 이태원참사에 추모와 기억의 메시지를 남기고 보라 리본을 받아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장의 보라 리본과 추모의 메시지

  자유발언과 몸짓, 음악 감상으로 구성된 오픈마이크는 오후 12시 30분 골패의 ‘패짱’인 아영(사회복지 21) 씨가 마이크를 잡으며 시작됐다. 아영 씨는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기린 후, 현장에 참석한 이들에게 여는 글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고 이를 함께 낭독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참사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 글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의 집중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문에 수정을 보탠 것이다. 뒤이어 자유발언과 함께 골패의 추모 몸짓 공연, 그리고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하림의 ‘위로’, 예람의 ‘세상의 끝에서’를 같이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발언에 앞서 묵념을 하는 참가자들

  자유발언에서는 이태원참사 2주기를 마주한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이 전해졌다. 이날 추모행동을 기획한 골패의 조성윤(사회복지 21) 씨는 “시간과 마음을 내어 만드는 연대가 늘 크고 힘이 세다”며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 지닌 의의를 강조했다. 참사 당일 현장에 있었던 김영원(국어교육 22) 씨는 “처음에는 참사 현장에서 도망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컸다”며 그 이후 “사범대 CPR 교육과 학교에 설치된 AED 위치를 가볍게 지나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궁극적으로는 나를 지키기”라는 자신의 애도 방식을 공유했다. 
  이태원참사를 기억하는 것이 지닌 사회적 의미에 관한 생각도 전달됐다. 이번 추모행동을 공동주최한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의 이준협(정치외교 23) 씨는 “인파의 밀집이 참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불운이 아닌 사회적 원인을 추적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참사를 기억하며 생명과 안전의 권리가 지켜지는 내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창(법학전문대학원) 씨는 4·16 기억교실 방문 경험과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식 참여 경험을 공유했다. 임 씨는 “안전과 재난 등의 단어가 사람들을 모으고 정체화할 수 있는 단어가 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기억은 현실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행동에서 발언하는 임현창 씨

  당일 추모행동에 참석한 학생들은 보라 옷을 입고 보라 리본을 팔목과 물통 등에 묶는 등 여러 모습으로 참사를 기억했다. 추모행동에 참석한 신다솜(국어국문학과 대학원 24) 씨는 다양한 자유발언을 듣고 “각자가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애도의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됐다”고 참석의 의의를 밝혔다.

▲보라 옷을 입고 리본을 단 모습

  조성윤(사회복지 21) 씨는 “네 명이서 한 달 동안 추모행동을 기획했다”며, “참가자 모집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늘 마음이 모이는 것을 보며 이런 자리에 또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조 씨는 모인 추모메세지와 자유발언 내용을 동의를 얻어 중앙도서관에 전시하고, 이후 유가족에게 전달할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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