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탁은 연결돼 있다

토크콘서트 ‘식탁을 차리는 이의 식탁’ 열려
▲토크콘서트를 알리는 화면
▲토크콘서트를 알리는 화면

  지난 5일, ‘이야기가 있는 숲(이숲)’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이 주최한 토크콘서트 ‘식탁을 차리는 이의 식탁’이 열렸다. 이는 지난 6월 10일 이숲과 비서공이 진행한 밥상회 ‘식탁을 돌보는 이의 식탁’에서 나온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계획된 행사다. 올해 3월 20일 서울지역 대학 비정규노동자 총선 정책 요구안 발표와 생협 노동자 연서명을 접한 이숲이 지속적으로 학내 노동자들과 연대해 온 비서공에게 행사를 제안했고, 두 단체는 그간 식탁 위에서 소외된 조리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자는 취지로 밥상회와 토크콘서트를 기획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서울대 생협 박승미 조리노동자, 이숲 김진아 팀원, 비서공 임채린 공동학생대표(원자핵공학 21)가 패널로 참여했다.

  왜 나의 식탁을 넘어 식탁을 차리는 이의 식탁을 떠올렸냐는 질문에 임채린 공동학생대표는 “점심을 먹으러 학교 식당에 갈 때마다 조리노동자 선생님들을 계속 마주친다”며, “매일 얼굴을 보며 살아가는 누군가가 불합리한 노동 조건으로 일하는 걸 못 본 체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김진아 팀원은 “자본의 논리나 가부장적 논리는 결국 다 맞닿아 있기에 꼭 서울대생이 아니더라도 생협 조리 노동자의 얘기가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며 행사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내가 식탁을 차리지 않아도 나의 식탁을 차리는 이의 존재를 인식한 순간, 그들이 사회의 여러 착취 구조 속에 희생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이어 언제부터 조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실태를 나를 포함한 모두의 문제라고 여기기 시작했냐는 질문도 나왔다. 서울대 천원의 학식(천식)은 코로나 이후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조리노동자 4명이 1,600식을 담당하는 등 인력 부족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그리고 이는 자연히 높은 노동 강도와 노동자들의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김진아 팀원은 학생들의 밥 먹을 권리를 보장하라며 만들어진 천식이 누군가의 노동을 착취하며 유지되는 것에 의구심을 느꼈다며, “나의 밥 먹을 권리가 누군가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걸 학교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승미 조리노동자는 “2019년 파업 당시 우리를 향한 상사들의 갑질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당연한 게 아니라는 감각, 아닌 건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시작점이었다고 밝혔다. 박 조리노동자는 쉬는 시간도 없고 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에 비해선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인력 충원을 통해 모두 건강하게 일했으면 하기에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채린 공동학생대표는 “작년 여성 노동자 대회에서 타 대학 청소노동자분과 이야기 나눴는데 학생들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할 때 그 힘이 더 커진다고 말씀해주셨다”며 노학연대의 의의를 말했다.

  밥상회와 토크콘서트를 넘어 앞으로의 연결 방식에 관한 질문에 김진아 팀원은 “내가 청소노동자 파업에 연대한 계기는 그분과 말을 나누고 얼굴을 트며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며, “일상에서의 관계 맺음을 통해 서로를 인식할 때 부당함에 함께 저항할 수 있다”며 일상적 관계 맺음의 계기를 꾸준히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채린 공동학생대표 역시 “식사 자리나 스포츠 활동 같은 일상적 교류로 노동자분들과 다양한 자리에서 연대하고 싶다”며 “휴식과 여가의 권리 등 개인의 일상이 자리하는 공간에 어떻게 권리가 개입할 수 있는지 계속 교류하며 알아갈 것”임을 밝혔다. 박승미 조리노동자는 마지막 소감으로 “예전에 파업했을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 또다시 한다면 함께 연대해 주는 학생들이 많아서 더 할 만할 것 같다”며 노학연대에 고마움을 표하며 계속 조리노동자가 처한 문제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토크콘서트와 관련한 기획전시 『식탁을 차리는 이의 식탁』은 11일까지 서울대 중앙도서관 터널에서 열리며, 이후 9일부터 23일까지 성북구에 있는 ‘수건과 화환’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전시에선 2019년부터 서울대 생협 조리 노동자들이 투쟁하며 외친 구호와 밥상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받은 식탁을 차린 건 누구였나. 그의 하루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당신의 노동은 나의 식사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의 식탁은 모두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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