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울려 퍼진 ‘계엄 철폐’ 외침

계엄군의 국회 장악 막아낸 시민들
▲국회의사당 앞에서 계엄령에 항의하는 시민들 ⓒ송태현 사진기자
▲국회의사당 앞에서 계엄령에 항의하는 시민들 ⓒ송태현 사진기자

  3일 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계엄 철폐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22시 27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종북·반국가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이어 국회에 경찰력을 투입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든 것이다. 시민들은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는 한편, SNS에 실황을 공유하고 전화를 돌려 한 사람이라도 더 모아내려 애썼다. 계엄이 선포되고 채 2시간이 지나지 않아 2천여 명이 국회 앞에 집결했다.

▲군용 버스를 막아선 시민들 ⓒ송태현 사진기자

  군용헬기가 국회 상공을 비행하고 계엄군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긴박한 상황 속, 시민들은 연신 구호를 외치며 본회의 개의를 기다렸다. 마침내 국회의원 150명 이상의 참석으로 본회의가 열리고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선 승리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후 시민들의 구호는 계엄 철폐에서 ‘윤석열 탄핵’, ‘윤석열 구속’으로 전환됐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따라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 27분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고 곧이어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최종적으로 의결됐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비상계엄 해제 뒤에도 헌정 질서를 파괴한 윤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즉각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또한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어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총회를 오는 5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대통령 한 사람을 단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회복이 아닌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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