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에서 12.5 총회까지, 긴박했던 총운영위원회의 시간

계엄령 직후 학생총회 소집 … 휴교령, 거수투표 둘러싼 갑론을박
▲윤석열 퇴진 12.5학생총회 현장 ⓒ송태현 사진기자

  지난 5일 저녁,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서울대학교 전체학생총회(학생총회)가 학생 2,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사됐다. 3일 밤 윤석열이 내란을 시도하고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서울대 전체 학생의 1/10을 훌쩍 넘는 인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내란 직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학생사회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일 계엄 선포에서 5일 총회 사이, 세 번의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갔을까.

  *총운영위원회: 총학생회장단과 단과대학 학생회장단, 총동아리연합회장으로 구성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의 최고 운영기구

▲윤석열 퇴진 12.5학생총회 현장 ⓒ송태현 사진기자

휴교령을 둘러싼 갑론을박

  3일 밤 계엄 선포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오후 11시경, 김민규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 21)은 비상계엄령에 대한 학생사회 대응을 논의하는 제2차 임시 총운위 소집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4일 새벽 1시 40분경 재적 단위 20단위 중 16단위가 출석해 총운위가 열렸다.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나 아직 계엄이 해제되진 않은 시점이었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총운영위원 외에도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비대면으로 참관했다.

  첫 번째 논의안건은 ‘계엄령 선포에 따른 휴교령 요구의 건’이었다. 계엄령 해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등교할 경우 안전이 우려된다는 것이 요구의 근거였다. 이에 사범대학 김이수 학생회장(물리교육 23)은 “학생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집회로 판단될 것이 우려된다”는 찬성 발언을 남겼다. 그에 반해 자유전공학부 백장운 학생회장(자유전공 23)은 “안전상의 문제로 휴교령을 내리기에는 서울대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며 “학교 측에서 휴교령을 내리더라도 거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민주화운동 시기에 휴교령은 독재정권에서 학생사회의 결집을 저지하기 위해 내린 강제적 조치였으며, 당시 학생사회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에 맞서 싸웠다. 그렇기에 총학생회가 앞장서 본부 측에 휴교령을 요구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계엄령에 순응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관인 남상준(서양사 22) 씨는 “휴교령은 정치적 의사 표현을 차단하는 독재정권의 산물”이라며 “오히려 정상적인 등교를 통해 민주주의가 건재하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당 안건은 휴교령 대신 ‘대학 본부 측에 학우들의 안전과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수정돼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총학생회장 직권으로 하루 뒤 학생총회 소집 결의

  제2차 총운위 다음 안건으로 계엄령에 대응하는 성명 발표와 학생총회 소집이 논의됐다.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의 의견이 모였지만, 구체적인 요구 내용과 형식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안건지에 성명 내용, 총회 의안, 총회 소집 절차 등이 명시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민규 총학생회장의 제안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비판하고 학생 안전·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학생총회를 예고하는 성명을 내는 것이었다. 이에 사회과학대학 김민성 학생회장(정치외교 23)은 “계엄령 선포는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며 성명에서 윤석열이 임기 중 저지른 실책을 언급해야 함을 지적했다. 그에 대한 절충안으로 계엄령 비판에 초점을 둔 성명을 우선 발표하고 총회 이후에 폭넓은 내용을 담아 추가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이 제안돼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다음으로 총회 소집 절차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학생총회는 총운영위원회 의결이나 학생회원 500명 이상의 연서로 소집할 수 있지만, 최소 10일 전에 총회 소집을 공고하도록 한 학생회칙 조항이 걸림돌이 됐다. 이에 자유전공학부 백장운 학생회장은 김민규 총학생회장이 비상직권을 발동해 해당 조항을 무력화할 것을 건의했다. 학생회칙에서 학내외 위기 상황에서 총학생회장이 비상직권을 발동하도록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재석한 총운영위원 모두 동의해 다음 날인 5일 오후 5시 학생총회 소집이 결정됐다.

총회 준비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

  4일 저녁, 임시 총운위가 다시 소집됐다. 학생총회 소집 결의에 따라 구체적인 의안과 진행 방식을 확정하는 자리였다. 총학생회 측에서는 학생총회에 상정할 안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민주적인 비상계엄령 선포에 따른 퇴진 요구의 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퇴진 요구의 근거가 비상계엄령 선포에만 국한되지 않으니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의를 거쳐 ‘윤석열 퇴진 요구의 건’이 의안으로 확정됐다.

  진행 방식에 관한 논의에서는 표결 방식이 쟁점이 됐다. 일반적으로 학생총회에서는 비표를 높이 들어 의사를 표명한 뒤 투표함에 넣는 거수투표를 채택한다. 한편 김민규 학생회장이 제안한 방식은 투표용지에 찬성·반대·기권을 기재하는 익명투표였다. 이에 참관인 김수환(경제 17) 씨는 “학생총회는 자신의 의견에 대해 책임지고 참여하는 자리”라는 점을 들어 거수투표를 진행하는 이견안 발의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진행된 표결에서 재석 위원 16명 중 12명의 지지로 거수투표가 채택됐다.

  학생총회 찬반 발언은 총운영위원 가운데 지명하고 그 외의 자유발언은 받지 않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총운영위원을 반대 발언자로 지명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찬반 발언자를 동수로 구성한 뒤, 반대 발언자에게 ‘퇴진’이 아닌 ‘탄핵 소추’ 요구로 발언을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찬반 발언은 의안에 대한 견해를 소신껏 밝히는 회칙상의 절차일 뿐, 찬반 발언자 수를 같게 할 의무는 없다. 자유발언을 막고 임의로 반대 발언을 구성함으로써 민주적 공론장의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총학생회 측은 학생총회 개회 직전 현장에서 임시 총운위를 급히 소집해 단과대별 한 명에게 자유발언을 보장하기로 했다.

▲12.5 학생총회 현장에서 소집된 임시 총운영위원회 ⓒ송태현 사진기자

  제64대 총운위는 취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응해야 했다. 소집부터 개회까지 단 하루,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지만 서울대 학생사회는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거쳐 민주적인 공론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우리는 이곳에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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