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캠퍼스에 크고 작은 공사가 한창이다. 교육 및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을 비롯한 학내구성원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학내 시설공사의 목표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학내구성원들에게 여러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학내 다양한 공사 현장과 이로 인한 고충을 살펴봤다.

최근 서울대 캠퍼스 곳곳에서 리모델링 및 재건축 공사가 실시됐다. 가장 최근 공사가 완료된 건물은 두레미담 앞의 75동으로, 해당 건물에는 현재 농업생명과학대학의 강의실 및 연구실과 역사연구기록관, 총동창회, 대학신문사가 들어섰다. 이 외에도 2020년 이후 착공된 교내 시설사업을 살펴보면 2021년에 미술대학 52동과 52-1동 리모델링이 완공됐고, 2022년에 자연과학대학 28동 대형강의동이 재건축되고 행정관 앞 주차장 및 잔디광장이 확충됐으며, 2023년에는 음악대학(음대) 53동 리모델링이 완료되는 등 다양한 캠퍼스 환경 개선 사업이 진행됐다.

서울대 캠퍼스의 빈번한 공사는 본부 차원에서 계획 및 관리된다. 서울대는 『서울대학교 캠퍼스 마스터플랜 2012-2016』을 시작으로 5년마다 중장기 캠퍼스 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1년에 수립돼 현재 이행 중인 『서울대학교 캠퍼스 마스터플랜 2022-2026』은 ‘액티브 캠퍼스’를 주제로 통일성 있고 효율적인 캠퍼스를 위해 본부·학내시설사업 기획을 총괄하는 ‘캠퍼스건축가’ 제도 신설 및 신축·리모델링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제안했다. 해당 마스터플랜에 따라 2022년 7월에는 캠퍼스 내 공간 사업 통합 공모를 위한 사이트인 ‘서울대학교 디자인캠퍼스’가 개설됐다. 이를 통해 물리천문학부(56동) 증축과 음대 예술관(54, 55동) 리모델링 등 이미 시공 중인 사업은 물론, 인문대(5,6,7동) 증축, 수의대 동물병원(80동) 증개축, 중앙도서관(82동) 본관 4층 공간 리모델링 등 아직 시공하지 않은 사업 공모도 진행됐다.


캠퍼스 리모델링은 유홍림 현 총장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2023년 2월 1일부로 4년 임기를 시작한 유 총장은 후보 시절 서울대의 교육과 연구, 공헌의 형식과 내용을 과감하게 재구성하고 “서울대를 위축시키는 틀과 칸막이를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서울대학교 발전계획서’를 발표했다. 10쪽가량의 해당 계획서에 제시된 8개 주요 공약에는 캠퍼스 리모델링을 포함해, 캠퍼스를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조성하기 위한 공약이 담겨 있다.
캠퍼스 리모델링 관련 공약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SNU Commons(SNU 커먼즈)’ 사업이다. 유 총장은 해당 사업을 통해 문화관-행정관-학생회관을 가로지르는 가로축과 도서관-본부잔디를 가로지르는 세로축을 구축해 행정관 주변을 어울림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앙도서관 1, 2층의 공사는 SNU 커먼즈 사업의 일환이며, 학생회관 재건축과 현 행정관의 학부기초대학 및 종합서비스 공간으로의 전환도 이 사업에 포함된다.


이렇듯 교육·연구 환경 개선과 건물 간 연결성 강화를 통해 학내구성원의 편의를 증진하고자 다양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공사 중인 캠퍼스를 이용하는 학내구성원들은 시설공사로 여러 고충을 겪고 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사회대) 16동 리모델링 및 한국경제혁신센터 신축 공사’는 노후화된 시설과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융합적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2023년 12월 본 공사에 착수했다. 해당 공사로 지난 11월 1일부터 16동 중앙구역의 시설과 중앙 출입문, 멀티미디어강의동(83동) 1층 출입문이 폐쇄됐다. 이로 인해 83동에서 수업을 듣는 사회대 학생들은 16동에서 83동으로 이어지는 이동 경로를 이용할 수 없어 먼 길을 우회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덩달아 16동 및 83동의 승강기 공사로 6층짜리 건물을 오르내려야 하는 학생들은 이동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은 83동에서 열리는 수업에 접근하기 어려워 결국 해당 수업의 강의실이 변경되는 등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 소음 또한 학내구성원들의 교육 및 연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대의 경우 2023년 12월부터 터파기를 비롯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서 소음과 진동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주변 강의동인 아시아연구소(101동)나 83동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소음과 진동으로 수업의 흐름이 끊기는 상황에 불만을 토로했다.



2022년 초 53동 공사, 그리고 53동 완공 직후 뒤이은 2024년 2월 54·55동 공사로 단과대 건물 대부분이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음대 학생들 또한 시설 이용 관련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A씨(기악 22)는 특히 올해부터 학생들의 주 연습공간이었던 54동 건물이 전면 공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연습실 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공사 전에는 그랜드피아노 연습실 약 10곳, 업라이트 피아노 연습실 약 10곳, 가야금 등 바닥에 장판을 깔고 연주해야 하는 악기를 위한 국악 연습실 등이 마련돼 있어 학생들이 연습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54동의 갑작스런 폐쇄로 연습실 예약 경쟁이 치열해지며 “예약 전쟁”이 시작됐다. A씨는 “수업 전 꼭 필요한 연습을 위해 연습실을 대여하려면 매주 해당 수업이 있는 요일 전날 자정 3분에 알람을 맞춰”야만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럼에도 예약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수업이 열리지 않는 시설을 몰래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공사로 인한 연습실 감축은 어떤 학생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기존에 무제한으로 예약할 수 있던 연습실 사용은 인당 하루 2시간으로 제한됐다. A씨는 “모두에게 연습 기회가 돌아가려면 연습 시간 제한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전공생 입장에서 “하루에 2시간은 턱없이 모자라다”며 외부에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숙사에 거주하거나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는 경우에는 학교 이외에 연습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취 중인 A씨는 어쩔 수 없이 외부 연습실을 정기권 형태로 대여해 사용하고 있다. 정기권의 비용은 적게는 60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을 상회하는데, 이는 서울대 주변 원룸의 평균 월세를 뛰어넘는 수치다. 전공 생활을 위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현재 본부 및 음악대학은 학생들의 추가 지출에 대해 대책이나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A씨는 “등록금에 학교 시설 이용 관련 비용이 포함돼 있다면, 그 중 일부를 학생들에게 지원해 준다면 연습실 이용이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설 이용 제한은 학업 외 학생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앙 스트릿댄스 동아리 ‘Hoofers In SNU(H.I.S.)’는 매년 2학기에 문화관 대강당에서 정기공연을 열어왔으나, 문화관(73동) 본공사를 위한 석면 해체 공사로 대관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올해는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을 대여해 공연을 진행했다. H.I.S.에서 14학기째 활동 중인 B씨는 정기공연이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1년에 한 번 뿐인 중요한 공연”이자 “친구들이 응원하러 올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공연을 진행하며 관객 수가 많이 줄어 함께 공연한 동아리원들이 허탈함과 속상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관객 모집뿐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에 무료로 대관하던 문화관을 사용할 수 없게 된 H.I.S.는 갑작스럽게 높은 공연비를 부담해야만 했다. 운영진은 외부 지원 등 여러 방법을 물색해 얼마간 부담을 완화했지만, B씨는 “그런 지원책을 찾는 과정 자체가 운영진에게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설 공사로 단과대학의 예산이 소모되면서, 학생활동 지원 비용이 감축되기도 했다. 단과대는 각 학과·학부의 신입생 맞이 행사(새맞이)에 매년 약 1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왔으나, 올해는 사회대 리모델링으로 인해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과·반 학생회는 자료집 제작 및 인쇄, 오리엔테이션 준비 등에 드는 새맞이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했다. 사회학과 새맞이준비위원회는 굿즈 판매를 통해 새맞이 비용을 충당하고자 했으나, 비용이 충분히 모이지 않아 구성원들의 후원을 받기도 했다.

학교를 어울림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학내 공사의 취지와 달리, 공사 과정에서 학내 커뮤니티 공간이 축소되거나 소멸하기도 했다. 사회대 공사로 중앙구역이 사라지면서 기존에 하나의 과·반이 사용하던 호실에 가벽이 설치됐고, 나눠진 공간에는 2~3개의 과·반이 배정됐다. 이로 인해 각 과·반의 자치 공간이 기존 크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됐고, 수용 인원도 감소했다. 또한 원래 한 개의 호실로 설계된 공간을 임의로 분리해 여러 방이 하나의 냉난방기를 공유하면서, 냉난방 설정을 두고 의견 충돌이 발생하거나 이를 반복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불편이 이어지기도 했다. 가벽의 환기구멍을 통해 다른 과·반 방의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사회과학대학 연석회의 의장 정찬영(경제 23)씨는 이로 인해 학생자치공간의 독립성이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전체 학내구성원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공사의 영향을 받았다. 16동 2층에 위치했던 사회대 라운지는 학생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과제를 하고 음식을 먹는 등 자유롭게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16동 중앙구역 공사로 기존의 라운지가 폐쇄됐고, 이를 대신해 16-M동에 새 라운지가 조성됐지만, 그 규모는 훨씬 작아졌다. 음대는 학생들의 교류공간 자체가 사라졌다. A씨는 음대 특성상 혼자 연습을 많이 하는 학생들에게 54동의 느티나무 카페가 서로 만나고 추억을 쌓는 유일한 공간이었다고 회상하며,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장소가 없어진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공사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갈 곳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학내 공사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전·사후 논의는 미미한 상황이다. 사회대 리모델링 공사에 대한 내용은 주로 메일로 통지됐으며, 공사와 관련된 내용이 일반 학우들과 사전 논의된 바는 없었다. 또한, 공사로 발생한 소음이나 수업 불편, 학교 시설의 축소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해당 문제에 대한 관련된 민원을 수합하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적극적 소통을 시도하지 않았다. 정찬영 씨는 본부가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해 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진행 중인 공사 외에도 서울대에는 공과대학(31·31-1·32동)처럼 당장 다음 학기 착공 예정인 사업과 인문대학(5·6·7동)이나 수의과대학(80동)처럼 현재 계획 및 논의 중인 시공사업이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미래의 학내구성원들은 이전보다 더 좋은 교육 및 연구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학내 공사가 수업, 연구, 학교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학교는 이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 캠퍼스 공사가 학내구성원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부는 공사로 인해 발생할 문제 사전 예측 및 사후 대책 마련을 위한 체계적인 소통 창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