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호
신촌 거리를 가득 채운 대학생들의 외침 “윤석열은 퇴진하라”
그럼에도 야구가 좋은 관중석의 여자들

신촌 거리를 가득 채운 대학생들의 외침 “윤석열은 퇴진하라”

대학생 4,500여 명 참석한 가운데 총궐기 대회 열려
▲13일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13일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13일 저녁, 윤석열 퇴진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신촌 연세로 일대를 뒤흔들었다. ‘비상계엄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이 주최한 ‘전국 대학생 총궐기 대회(총궐기)’에 전국 44개 대학 총학생회와 4,500여 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이들은 하나 된 마음으로 윤석열의 비민주적 계엄 선포를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6시 본행사는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참가자들은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 열띤 분위기 속에서 탄핵을 연호했다. 이어 44개 대학 총학생회가 연명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바라보며 신중함을 기하던 대학생과 청년들마저 이제는 모든 신뢰와 기대를 거뒀다”며 “정의를 추구하는 미래세대로서 이번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공연이 총궐기의 시작을 알렸다.

  먼저 발언에 나선 것은 각 대학 총학생회장이었다. “집회 소식을 듣고 원주에서 달려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상지대 임현서 학생회장은 “비상계엄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오만과 국민을 경시하는 태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동덕여대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13일 오전 담화에서 탄핵 요구를 ‘광란의 칼춤’이라 칭한 윤석열의 발언을 인용하며 “우리의 행동이 윤석열을 탄핵할 수 있는 광란의 춤이라면 얼마든지 출 수 있다”고 말하며 환호를 이끌어 냈다.

  발언대에 오른 총학생회장들은 민주주의 건설에 앞장서 온 학생사회의 역사를 강조했다. 이화여대 박서림 총학생회장은 “2016년 이화여대 학생들의 총장 사퇴 요구가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 냈고, 2018년엔 성폭력 교수를 몰아낸 보라색 물결을 일으켰다”며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지금의 행동이 학생사회 투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경 이화여대에서는 학생 약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총회가 성사됐으며, 그 후속행동으로 800여 명의 학생이 총궐기에 합류했다.

▲이화여대 박서림 총학생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교육과 학문을 농단한 정부의 행보도 비판대에 올랐다. 카이스트 윤서진 총학생회장은 지난 2월 16일 학위수여식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학생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사건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 남용의 시작”이었다며 “그날 심어진 폭력의 씨앗이 불과 10개월 만에 계엄령이라는 형태로 자라났다”고 성토했다. 서울교대 윤상화 총학생회장은 교육 전문 대학원, AI 디지털 교과서를 강행하고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윤석열 정부를 성토하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한 명의 대학생으로서, 예비 교사로서 외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인 발언자도 무대에 올랐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나승엽 씨는 “기후 위기로 인한 폭우로 반지하에서 사람이 죽고,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고, 군대에 복무하던 청년이 목숨을 잃고, 이태원에서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어도 책임을 회피한 자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라며 국가의 외면 속에 희생된 이름들을 호명했다.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김재온 씨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군인을 외면하고, 복지 예산을 대폭 축소한 윤석열이 이제는 자신에게 반하는 국민을 반국가 세력이라 한다”며 시민들의 일상이 위협받는 현실을 지탄했다. 또한 “탄핵 가결이 끝이 아니”라며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부한 국민의힘 의원 105인이 심판받는 그날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재온 씨가 발언하고 있다.

  발언 뒤에는 서강대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이랑의 ‘환란의 세대’를 연주했다.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의 설움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울지 않아도 되고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는 마음과 맞닿는 순간이었다.

  주최 측은 총궐기가 정치와 무관한, 순수하고 중립적인 집회임을 거듭 강조했다. ‘특정 정치단체의 이해에 따라 이뤄지는 모든 참여를 사절’하며 ‘대학생 본연의 순수한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라는 기조를 내세웠고, 정치단체의 깃발을 들고 참여할 수 없다고 사전에 못 박았다. 집회에 참석한 A씨는 “계엄령으로 이어진 정치적 배경을 이야기하지 않고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여당이 내란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시국에서마저 기계적인 중립을 고수하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세로에 모인 학생들의 분노와 열망은 주최 측이 설정한 한계를 초과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이 외면한 여성·소수자·청년과 연대하고, 자유로운 교육과 학문의 장을 요구했다. 탄핵 이후에도 민주주의의 새 장을 제 손으로 열어가겠다 약속하는 마음들이 그곳에 있었다.

▲총궐기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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