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억압의 정치를 뿌리 뽑기 위해, 경계를 허물어라”

학소위 주최로 오픈마이크 ‘우리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열려
▲지난 18일 학생회관 앞에서 오픈마이크 행사 '우리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가 열렸다. ⓒ손원민 사진기자

  지난 18일 학생회관 앞에서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의 주최로 오픈마이크 행사 ‘우리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지난 5일 개최된 전체학생총회(학생총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할 자리를 만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사전에 신청한 발언자들이 현 시국을 둘러싼 학생사회와 광장의 면면을 짚었다.

▲지난 18일 학생회관 앞에서 오픈마이크 행사 ‘우리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가 열렸다. ⓒ손원민 사진기자

  행사는 대학생의 특권적 위치와 학생사회의 탈정치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첫 번재 발언자 승호(의류 22) 씨는 “학생을 대표한다는 이들이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공론장에 포함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곳곳에서 호명되는 ‘대학생’이라는 구호가 “중층적이고 특권적인 위치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윤(사회복지 21) 씨는 “‘학생회는 특정 정치적 입장을 띠면 안 된다’는 구호가 마치 정언명령이라도 되는 듯 많은 학생회가 정치적인 행사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는 아직도 차별과 억압, 부당한 일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며 윤석열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더라도 “학생회들이 계엄 이전과 마찬가지로 학내의 문제들을 외면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발언 중인 조성윤 씨 ⓒ손원민 사진기자

  광장에 선 주체의 다양성과 이질성을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주정원(수리과학 22) 씨는 특히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힘줘 강조했다. 주 씨는 “집회에 나선 아동·청소년들은 어른만큼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거나 ‘기특함과 대단함’의 시선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체성을 찾고 가치관을 이뤄가는 동시에 물리적·정서적으로 취약한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라며 “어른은 아동·청소년기와 단절이 아니라 연속에 있다”고 역설했다.

▲발언 중인 주정원 씨 ⓒ손원민 사진기자

  광장의 경계를 넘어 일상 전반을 돌아보고 숙고해야 한다는 외침도 있었다. 이재현(서양사 18) 씨는 계엄 이전에도 “언제나 계엄에 준하는 상황 속에서 살아온 이들은 민주주의에서 보이지 않게 숨기면 그만인 것으로 치부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목소리와 깃발, 요구들을 가로지르며 대안을 만들고 엮어나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집보다는 광장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집과 광장의 구획을 넘고 부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호(지리 23) 씨는 정치의 본질이 곡해되고 있는 학생사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 씨는 “정치는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지만 학교는 이를 불순한 것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문제임에도 늘 외부에 해결을 맡겨왔기에 내란 사태가 촉발됐다”며 “사유와 실천을 외면하지 말고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진행한 학소위 김지우(전기·정보공학 22) 집행위원은 이번 행사의 의의를 “소외된 소수자들에게 연대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일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라 짚었다. 행사에서 나온 발언들은 공통적으로 탄핵 이후의 일상을 과연 ‘정상화’라 뭉뚱그려 칭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겼다.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온 존재들에게, 탄핵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도모하기 위한 시작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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