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모두를 위한 학부대학을 꿈꾸는가

2025년 개설될 학부대학 톺아보기
▲학부대학 운영 체계 청사진 ©송나윤

  첨단융합학부 신설의 바람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서울대에 또 하나의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내년 3월 출범이 예고된 학부대학이다. 학부대학 설립추진단의 이지현 교육부처장은 지난 1월 학내에서 진행된 ‘자유전공학부 학생 간담회’에서 학부대학의 취지를 “종합대학의 특징을 살려 경계를 넘나들고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미래 융합인재 양성”이라 밝혔다. 학부대학은 첨단융합학부와 ‘미래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공유한다. 같은 목적 아래 1년 간격으로 새로운 단과대학이 설립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이한 서울대에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서울대가 양성하고자 하는 미래 융합인재는 무엇이며, 학부대학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학부대학을 둘러싼 현 상황을 살펴봤다. 

기획: 공약에서 출발, 정부 기조로 가속

  학부대학은 2022년 8월에 발간된 「서울대학교 중장기발전계획」에서 기원한다. 해당 보고서는 2040년까지 서울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계획을 정리한 것으로, 7개의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한다. 2023년 취임한 유홍림 총장은 이 중 하나인 학과(부), 단과대학(원) 간 장벽 허물기를 달성하고자 ‘학부기초대학’ 사업을 공약으로 내놨고, 이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 지금 논의되는 학부대학이다. 

  공교롭게도 학부대학 설립 사업은 정부의 무전공 입학 장려와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현 정부는 학부대학과 같은 무전공 입학 확대를 종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31일 발표한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에서 ‘수도권 사립대, 거점국립대 및 국가중심대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 후 재학 중에 전체 대학 또는 계열·단과대 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전체 모집인원의 25% 이상이 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무전공 입학과 더불어 전공 간 경계 허물기를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뒤이어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교육혁신을 추진하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이며 무전공 입학을 교육 혁신으로 간주하고 장려하는 태도를 공고히 했다. 

  이로 인해 학부대학 설립이 정부의 무전공 입학 확대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교육부가 지원금 신청 시 무전공 입학 정원에 따라 가산점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학부대학 설립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한 서울대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추진 중인 학부대학 신설은 유홍림 총장의 공약으로, 2022년부터 논의된 사안이기에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 확대 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의 학부대학 신설과 정부의 무전공 입학 장려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1월 16일 진행된 학생분과 간담회에서 지의규 학생부처장은 “처음 무전공 제도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정부의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힌 뒤 “정부의 정책 방향과 학교의 입장이 동일하기에 2025년까지 시기가 앞당겨진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현재 정부에서 4월까지 무전공 확대 선발 계획을 원하고 있으니 빠른 감이 있더라도 그에 맞춰서 준비 중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학부대학 신설은 서울대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려던 사업이 정부 기조의 영향을 받아 가속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계획: 운영 체계와 구조

▲학부대학 운영 체계 청사진 ©송나윤

  학부대학은 2025년 3월에 새롭게 출범하는 단과대학으로, 기존 자유전공학부와 신설되는 ‘학부대학 광역’으로 구성된다. 총 정원은 160여 명으로 자유전공학부가 123명을, 학부대학 광역이 40여 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부대학의 주요 기능은 2025년부터 서울대에 입학하는 전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1~2년간 공통핵심역량교육, 융합교육, 글로벌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에 이 역할을 맡았던 기초교육원을 계승하는 것인데, 노유선 기초교육원장은 개편 이유에 대해 기초교육원이 “행정적으로 지원기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육기구로서 한계가 있고, 전임 교수 부재로 인해 교과 직접 개설과 운영, 장기적 교육계획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노 기초교육원장은 “기초교육원 운영 평가에 따라 기초교육원을 교육기구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며 독립된 단과대학의 지위를 가지는 학부대학으로의 전환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임을 논했다. 

  기존에 독립된 단과대학으로 존재하던 자유전공학부는 학부대학 소속으로 편입되지만, 학부대학 내에서도 대학에 준하는 지위를 유지한다. 자유전공학부 측에서 본부와 학부대학으로의 편입 여부를 합의할 때 내걸었던 조건을 본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학부대학 광역의 정원은 수도권에 과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로 인해 순증원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각 단과대에서 정원을 조정해 마련한다. 본부 측은 현재 인문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경영대, 공과대, 농업생명과학대, 생활과학대 등 7개 단과대와 입학정원 문제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학부대학 학부생은 다른 단과대학의 학부생들과 달리 전공이 없는 무전공 상태로 입학한다. 1학년 때는 학부대학에서 제공하는 기초교육을 수강하고 이후 전공을 선택해 진입한다. 전공 진입 과정에서 자유전공학부 입학생은 자유전공학부 소속을 유지한 상태로 진입한 전공에 복수 소속되지만, 학부대학 광역은 광역 소속을 잃고 진입한 전공에 소속된다. 

  학부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크게 공통교육과정, 베리타스 강좌, 글로벌 교육의 세 가지 분야로 나뉠 예정이다. 기초교육원을 계승한 만큼, 학부대학 설립 이후 입학하는 모든 학부생은 학부대학에서 제공하는 강좌들을 필수로 수강하게 된다. 기존 기초교양교육을 대체하는 공통교육과정은 학문의 기초, 학문의 세계, 선택교양으로 나뉘던 기초교양교육을 ▲학문의 토대 ▲지성의 열쇠 ▲베리타스 ▲지성의 확장으로 재편한 것으로, 기존 교양교육의 분절 구조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융합교육의 일환으로 신설된 베리타스 강좌는 학부대학이 원하는 네 가지 인재상 ▲도전·혁신 역량 ▲사회공헌 역량 ▲의사소통 역량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교과목으로 구현한 것이다. 토론을 중심으로 구성된 ‘베리타스 1’,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베리타스 실천’, 전공 진입 이후 다양한 전공끼리 교류·탐구하는 ‘베리타스 2’로 나뉜다. 세 신설 강좌는 모두 수강 필수 강좌로 지정된다. 글로벌 교육은 공통교육과정의 ‘지성의 확장’ 영역의 하위범주로 ‘세계시민성’을 편성해 3학점 필수 이수의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세부 설계: 기존 학부와의 차별성

  학부대학이 처음 출범을 예고했을 당시, 운영 체계가 기존의 자유전공학부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점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 5월 9일 자유전공학부 측에서 학부대학으로의 조건부 편입에 동의하기 전까지 본부와 학부생 측 사이 핵심 쟁점은 자유전공학부의 학부대학 편입 여부였는데, 이 근간에는 청사진에서 그려진 학부대학의 운영 체계와 자유전공학부의 차이가 불명확하다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2월 22일 본부와 자유전공학부 학부생 간의 간담회에서 “자유전공학부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대학을 신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본부는 학부대학이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융합 교육을 진행하는 교육 기구”고 “다전공과 글로벌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 기구의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단순히 자유전공학부의 확장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부대학과 자유전공학부가 공유하는 학제가 유사하기 때문에 학부대학 신설이라는 개편 방식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학부대학의 신설과 이후 자유전공학부의 편입은 학교 측에서 실시하는 일종의 ‘개편’이라는 것이다.

▲자유전공학부 – 학부대학 광역 비교점 ©송나윤

  기존 자유전공학부와 학부대학 광역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전공 진입 이후 이전 소속의 유지 여부다.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학부생은 전공 진입 이후에도 자유전공학부 소속을 유지하지만, 학부대학 광역으로 입학한 학부생은 기존의 광역 소속을 잃는다. 두 번째 차이점은 다전공 필수 여부다. 자유전공학부 입학생은 다전공이 필수지만, 학부대학 광역 입학생은 다전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자유전공학부와 학부대학 광역 간 몇 가지 차이점은 있지만, 전체적인 운영 체계는 자유전공학부의 기존 체계와 유사하다. 학부대학 자체가 기존 자유전공학부와 다른 점은 1·2학년 때 제공하는 교육이 달라지고, 교육 제공 대상이 전체 서울대 신입생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기초교육원을 기반으로 기초교양교육의 체계화·강화에 초점을 맞춰 전공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융합 교육을 제공하고, 무전공 입학 체계를 통해 전공 경계를 넘나드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미다. 

협의: 학부생-본부 소통

  학부대학의 청사진은 학부생과 교수진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 전반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그리고 있다. 학부생들은 ‘자유전공학부 학부대학 대응 TF팀(TF팀)’을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본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본부는 릴레이 포럼 등 소통의 장을 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본부와 학부생이 협력할 수 있던 것은 아니다. 학부생들은 지난 1월 5일, 본부의 발표가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학부대학 신설 소식을 접했다. 이후 본부는 학부대학 설립추진단과 실무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총학생회에 학생 한 명만 파견할 것을 요청하며 학부생들과의 소통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학부대학 설립에 가장 깊게 얽힌 자유전공학부 학부생을 위한 자리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본부의 일방적인 통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보도된 언론 자료에는 ‘기존 자유전공학부 기능 역시 학부대학으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자유전공학부가 학부대학 산하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내보였다. 15년의 역사를 가진 자유전공학부의 지위와 운영 체계가 일방적인 통보로 재편될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학부대학 대응 타임라인 ©송나윤

  자유전공학부 측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지난 1월 7일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대응을 위한 TF팀을 결성했다. 결성 8일 후인 1월 15일, TF팀은 가장 먼저 본부의 소통 거부를 규탄하며 ‘학생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대학, 대학에게 학생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학생 의견 하나 듣지 않고 새로운 기관으로 재편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려 한’ 본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지금까지의 논의 내용을 공개하고 앞으로의 과정에 학부생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성명문이 발표된 이후 TF팀은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학부생 총조사를 시행했고, 보고서 발행·카드뉴스 배포·집담회 개최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학과 내부적으로 학부생의 의견을 수합했을 뿐만 아니라 본부와의 간담회 자리를 만들어 수합한 의견을 전달하며 계속해서 소통을 요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점차 학부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영역이 늘어났고, 지난 5월 14일부터 자유전공학부 학생회가 최한준 학생회장(자유전공 23)을 필두로 학부대학 설립 실무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

  본부 측에서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4월 5일, 서울대 포털 사이트 마이스누에 ‘학부대학 알리미’ 게시판을 열어 소식들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같은 달 9일부터 설립추진단의 주도로 시작된 릴레이 포럼에 교수진뿐 아니라 학부생들도 자유롭게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총 5차시로 구성된 릴레이 포럼의 질의응답 기록지와 포럼 내용 정리본은 학부대학 알리미 게시판에 게시된다. 다양한 전공의 학부생들과 단과대 학생회·연석회의 역시 본부가 개최하는 릴레이 포럼에 방청객으로 참여해 자유 토론에 참여하거나 발표를 진행하며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3차 릴레이 포럼 패널토론 현장

  이렇게 개진된 학부생의 의견은 학부대학의 청사진을 실제로 변형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자유전공학부의 편입 형태 변경이 있다. 본부에서 처음 통보한 계획은 자유전공학부가 기존의 단과대학에 준하는 지위를 잃고 현 학부대학 광역 체계로 흡수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며 대립하던 TF팀은 지난 4월 11일 ‘학부대학 설립에 대한 자유전공학부 학생 입장문’을 발표하며 ‘그 어떤 형태로든 학부대학의 소속 단위로 편입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밝혔다. 본부는 다시금 합의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 5월 9일, 본부 측은 자유전공학부 측이 내건 다섯 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며 편입에 합의했다. ▲현행 자유전공학부의 제도 및 명칭 유지 ▲대학에 준하는 지위 유지 ▲학생사회와의 논의 없이 인원 조정 및 통폐합 불가 ▲학생사회의 학부대학 설립과정 참여 보장 ▲자유전공학부 교과 및 비교과 지원 내실화의 다섯 가지 조건은 자유전공학부 교수진과 학부생이 직접 논의해 의결한 것이다. TF팀 성연서 팀장(자유전공 22)은 이 조건들에 대해 “자유전공학부의 권리와 지위를 유지하는 것을 담보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약속의 요구”라고 평했다. 자유전공학부 측이 초기 대응부터 계속 요구해왔던 소통 경로 확보와 기존 자유전공학부 체계의 보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합의 이후에 개최된 3차 릴레이 포럼에서 성 팀장은 “학부대학의 필요성과 목표에 학생들이 공감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이런 큰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다양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함께 논의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부대학은 이미 설립이 결정된 이후에 세부사항을 함께 논의하게 됐지만, 이후에는 학부생들이 처음부터 활발히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미다.

  현재 학부대학은 본부와 학부생 측이 전례없이 많은 소통 과정을 거치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사안이다. 지금도 학부대학 설립 계획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는 학부생과 본부의 소통이 만들어내고 있다. 학생들이 일방적 수용자가 아닌 변화의 주체가 될 때 학부대학 신설은 학부생과 학교 모두를 위한 사업이 될 수 있다.

설계 안전성 검토: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책 

  지난 1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5개월간 학부대학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지현 교육부총장은 일전 학부대학에 관한 질의응답서에 “아직 논의·조율 중인 것이 매우 많다”고 답하며 학부대학의 설계도가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계속해서 보완·변화되고 있긴 하지만, 학내에서는 아직까지 긍정적인 전망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큰 실정이다.

  우선 학부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에 대해서는 ▲모호한 융합 교육의 정의로 인한 목표와 실행 방안 부실 ▲학부대학 교육과 전공 교육 간 연계성 부족 ▲글로벌 교육의 부실함 ▲교원과 신설 강좌 조교 부족 등이 지적된다. 특히 학부대학 교육이 전공 교육과 연계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은 학부대학 계획 초기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다. 전공을 이미 결정한 뒤 입학하는 타 학부생들도 학부대학 교육을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데, 전공 교육과 학부대학 교육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병행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학부대학 교육과 전공 교육이 잘 연계되지 못하면 전공과 교양 둘 다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학부대학이 목표로 하는 융합 교육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강창우 독어독문학과 학장은 4차 릴레이 포럼에서 “당장 학부대학의 3대 목표 중 하나인 융합교육에 대해서도 무엇이 융합인지는 의견이 다양하다”며 학부대학 청사진에 그려진 목표가 추상적이라는 점을 짚었다. 학부대학이 취지를 달성하기에 아직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운영 체계에 관해서도 기존 자유전공학부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에 더해 광역 체계에 대한 새로운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자유전공학부의 한계점으로 알려진 부분은 크게 세 가지로, ▲인기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 ▲전공 관련 정보 비대칭 ▲진입 이후 학과 생활의 어려움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전공 쏠림 현상은 전공 진입 시기에 특정 전공으로 학부생들이 대거 집중되는 현상으로, 다양한 학문을 경험하고 융합 인재를 길러낸다는 자유전공학부의 본 취지와 어긋날 뿐 아니라 자유전공학부가 타 전공 진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시킨다. 기존 자유전공학부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고스란히 학부대학으로 넘어왔다. 또한 학부대학 광역의 경우 기존 소속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원하는 전공으로 입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부대학의 전공 진입 체계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전공을 바꿔버리는, 이른바 ‘전공 세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비교적 더 높다는 지적도 더해진다. 본부는 대책을 묻는 학부생 측에 

“선발권을 학과에 부여하는 방식이 대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답했다. 학생이 전공 진입을 신청해도 학과 측에서 선발권을 가지고 전공 상담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부의 답변은 학부대학 광역에 한정된 답변일 뿐만 아니라 학부대학 광역에서도 완전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전공 진입 이후의 정보 비대칭 문제와 학과 생활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본부 측에서 특별히 해결책을 제시한 바가 없다. 현 운영 체계에서는 1학년 때 모든 신입생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강좌를 통해 여러 전공 소속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이런 문제가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학과 선배들과 교류할 기회가 사실상 없고 수업을 통해 매우 한정된 수의 학부생들과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 이에 대해 학부생 측에서는 강좌를 추가로 신설해 학과 내 정서적 교류의 경험을 늘리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성연서 팀장은 3차 릴레이 포럼에서 “베리타스 입문(가칭) 등의 수업을 추가해 공동체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는 비교과 활동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새로운 우려도 추가로 제시되고 있다. 학부대학 광역은 다전공 이수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전공 경계를 넘나든다는 취지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본부는 특별히 대책에 관해 언급한 바가 없으나, 학부생과 타 교수진 측은 학부대학 교육의 초점을 학부대학 광역과 자유전공학부가 다르게 가져가는 식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학부대학을 지금의 청사진대로 진행한다면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도 학부생을 비롯한 여러 구성원들이 추상적인 부분을 구체화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요구·제안하고, 본부는 이를 수용하거나 부분 반영하며 부족한 지점을 개선해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학부대학의 변화를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유홍림 총장은 3차 릴레이 포럼에서 “학부대학은 학생들과 교수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대학과 같은 학내의 큰 변화는 당장은 특정 학과만의 문제라고 생각되거나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로 치부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학교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일이다. 학부대학 광역 정원 확보가 가져올 학과별 정원 변동이나, 학부대학 입학생들이 전공에 진입하면서 나타날 영향과 같은 것들은 그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다. 다가오는 7월에는 세부 계획이 확정되고 설립준비단이 발족할 예정이다.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에 주목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서울대가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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