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2024 홈리스 추모문화제(추모제)가 열렸다. 동지 전야, 가장 밤이 길고 추운 하루를 앞둔 밤이었다. 올해 46개의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은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기획단)은, 2001년부터 매년 동짓달을 즈음해 추모제를 준비해 왔다. 기획단은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 당사자를 추모하고, 홈리스의 복지 향상 및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활동을 진행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추모제 행사 무대의 배경은 빼곡한 영정들로 이뤄져 있었다. 485명. 서울특별시에서 확인한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의 수만 485명이었다. 고인들의 사진이 존재하지 않아 대부분의 영정이 검은 실루엣으로만 남았다. 기획단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홈리스의 사망률은 비홈리스에 비해 2005년 1.3배에서 2020년 1.8배로 더욱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며, 홈리스는 생존의 위협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홈리스는 그 죽음 역시 제대로 애도받지 못한다.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들은 공영 장례 제도를 따르는데, 기획단은 “서울시 공영 장례는 고인의 영정을 2개 3개씩 모아 합동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리스 사망자들이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개별적으로 애도받을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인 것이다. 기획단은 이러한 공영 장례 제도를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는 존엄을 무시하며 사별자들에게 큰 혼란과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한다.
제대로 예우받지 못한 죽음들을 추모제에서만큼은 올바르게 기릴 수 있도록, 추모제에서는 다양한 추모 발언이 이어졌다. 양동쪽방주민회 박종만 위원장과 사랑방 마을주민협동회 정대철 사업이사는 홈리스 당사자로서 동료이자 친구였던 이들을 기억하며 추모 발언을 낭독했다. 그뿐 아니라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사무국장과 청소년 주거권 네트워크 ‘온’의 마미 활동가처럼 홈리스와 교류했던 이들의 추모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추모제에는 춤과 노래가 잇따르며 힘 있는 결속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추모제에는 세 차례의 공연이 편성됐다. 첫 번째는 이삼헌 무용가의 홈리스 사망자를 위한 위령무였다. 두 번째 차례로는 황푸하가 앵콜곡을 포함해 세 곡의 포크 노래를 공연했다. 마지막으로는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 합창 교실의 노래가 이어졌다.
홈리스의 문제는 우리와 관계없는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홈리스의 건강 불평등, 주거 불평등, 그리고 나아가 애도에서 겪는 차별은 이 사회 구조가 어디까지를 시민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이러한 구조적 차별은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으며, 또한 이미 겪고 있는 문제다.
사회를 맡은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활동가는, 현재 대표적인 홈리스 거주지인 동자동 쪽방촌과 그 맞은편 청파동의 청년 공공임대 시설을 나란히 호명했다. 지수 활동가는 “소위 쪽방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청파동에서 자기 거처를 마련하고 있는 그 청년들의 삶이 과연 어떻게 다를까”라고 의문하며 “팔 뻗고 누워서 쉴 수 있는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당연히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제의 마지막은 2024 홈리스인권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으며, 이후에는 서울역 일대에서 행진을 이어갔다. 기획단은 이전에도 ▲2024 홈리스 추모행동 선포 기자회견 ▲동자동 쪽방촌 다크투어 ▲거리 홈리스 퇴거·형벌화 조치의 역사를 다룬 거리사진전 ▲동자동 쪽방 주민에 대한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 취소’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청소년 홈리스 낭독극 「모두에게」 공연 ▲홈리스 기억의 계단 ▲고시원 거주자의 취약한 주거실태 고발 및 정책 개선 권고를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등 다양한 사전 활동을 이어왔다. 추모제는 올해로만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집 잃은 자들의 슬픔과 노여움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매해 동지에 홈리스의 목소리는 되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