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1시 동덕여대 백주년 기념관 앞에서 동덕여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여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기자회견은 최근 동덕여대에서 ‘과잠(학과 점퍼) 시위’와 근조화환 설치 등을 금지하고, 대자보 게시를 불법이라 칭하며 엄격하게 조치하겠다고 한 것을 규탄하고자 열렸다. 십여 명의 참가자들은 “어떤 시위도 불법이 될 수 없다”와 “학교는 학생 시위 탄압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지난 19일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학교 측은 제5차 처장단 면담을 진행해 교수, 동문, 학생, 직원이 구성원으로 참여한 공학 전환 공론화위원회 추진을 결정했다. 결성 과정부터 세부 논의 과정을 모든 구성원에게 공개하고, 2025년 3월부터 6개월간 의견 수렴을 통해 충분한 공론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면담 성사 조건으로 면담 당일 학생 시위를 진행하지 않기를 요구했다. 또한 23일에는 포털을 통해 ‘규정을 위반한 집회와 홍보물로 학교의 정상적 운영이 방해받고 있다’며, ‘불법 집회와 불법 게시물에 대해 학칙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함께 올라온 ‘본관 앞 도로에 무단 방치된 과잠 수거 요청’에서는 ‘현재 본관 앞 도로에 과잠이 무단 방치돼 차량 통행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소방기본법 제16조의3(생활안전활동) 제1항 제5호와 교통안전법 제4조, 제8조에 의거 25일까지 과잠을 수거하지 않으면 본부에서 방치된 과잠을 이동시키겠다’고 알렸다.
이에 과잠 시위 총대를 맡은 동덕여대 재학생 A씨는 “안전을 근거로 과잠 수거를 요구한다면 왜 그간 학우들이 건물 노후화와 안전시설 미비에 대해 넣은 민원에 대해서는 침묵했냐”며, 과거부터 교내 안전 유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본부에 대해 신뢰를 잃었음을 고백했다. 이어 A씨는 “과잠 시위를 비롯한 구호 제창, 노래, 대자보 작성 등은 모두 평화 시위의 표본”이라며 “이마저 금지한다면 동덕여대 학우들은 사회의 불의에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하냐”고 목소리 높였다. 동덕여대 졸업생 B씨 역시 과잠 시위는 “밀실 논의를 통해 동덕여대를 공학으로 전환하려고 한 본부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에 대한 분노와 항거를 보여준다”며, “동덕여대는 학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래커가 칠해지지 않고 대자보가 붙지 않은 깨끗한 교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냐”며 본부를 규탄했다.
학내 시위에 대응하는 대학 본부의 행태를 규탄하고자 발언에 나섰다고 밝힌 동덕여대 재학생 C씨는 “본부는 근거 없이 54억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손해 예상 비용으로 책정해 학생들을 고소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행동이 촉발된 배경에 대한 성찰 없이 우리의 시위를 폭력 시위로 프레이밍 했다”고 주장했다. 본부의 이러한 행태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온라인상의 불특정 다수에게 인격적 모독을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여성주의 단체 신남성연대는 학생들의 신상을 특정해 고발하겠다고 발언하거나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19일 논평을 내 에브리타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수십 명의 남학생이 동덕여대를 조롱하며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동덕여대 학생들의 프로필 사진을 돌려보거나 개인 신상 정보를 유포하는 등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으로 발언에 나선 동덕여대 재학생 D씨는 “그간 공학 전환 결사반대, 총장 직선제, 전임 교수 충원, 부실한 학교 시설 보수 등을 요구”했지만 학교가 이 모든 요구를 묵살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을 형사 고소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학생의 신상 정보를 묻는 등 지속적으로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학내 시위를 금지하고 대자보를 불법 게시물로 일축하는 본부의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며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라며,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민주적 행위를 멈추라고 학교를 규탄했다. 지난 11월 7일 동덕여대 공학 전환에 관련된 의혹이 최초로 제기됐고 동덕여대 교내에서 시위가 시작된 지는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학교는 총학의 면담 요청에 지속적으로 불응해 왔고 학생들은 언론을 통해서야 학교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을 지키지 않는 학교에 맞서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오후 2시에는 혜화역 인근에서 ‘민주 없는 민주 동덕’ 집회가 열렸다. 본 집회에서 동덕여대 중앙동아리를 비롯한 재학생과 시민들은 학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총장 직선제 수렴 ▲공학 전환 철회 ▲학생 탄압 규탄 ▲학생 의견 수렴에 대해 목소리 냈다. 길어진 싸움이 외롭게 끝나지 않도록 모두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하는 기자회견문 전문.
대학 본부는 비민주적 행보를 멈추십시오
학측은 이전부터 법을 빌미 삼아 학생들을 협박해 왔다. 우리,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일동은 이러한 학측의 방식은 더 이상 학생들을 막아설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학측에서는 ‘소방기본법 제16조의 3(생활안전 활동) 제1항 제5호’, ‘교통안전법 제4조, 제8조’를 근거로 과잠 시위 수거의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러나, 해당 법령을 찾아본 결과 과잠 수거의 정당성과 해당 법령은 전혀 관련이 없었다. 학측은 단지 ‘과잠 시위 수거’를 위하여 법령을 이용했고, 이는 과잠 시위 뿐만 아니다. 구호 제창, 근조화환 설치, 노래 제창, 대자보 게시가 불법인 학교가 어디에 있는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며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이다. 학교는 헌법 위에 서 있는가? 학생들의 권리인 학내 시위를 전부 금지하고, 우리의 모든 행동은 불법집회이며 대자보까지 불법 게시문 운운하는 학교의 모습은 민주동덕에 걸맞다고 할 수 있는가? 동덕의 학내 민주주의는 어디로 소멸했는가? 지난 5차 면담 이후 학교가 보이고 있는 이와 같은 행보들은, 학생들의 정당한 시위를 탄압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지우려는 시도 및 협박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비민주적인 행보이다.
이뿐 아니다. 본관 점거에 대한 ‘총장령’이 내려졌을 당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교직원을 포함한 누구도 출입할 수 없다는 공지가 있었고, 이에 우리들은 정확히 몇조에 의거하였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아 변호사 자문을 구했으며, 어떤 법률에 그러한 내용이 나와 있는지는 몰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지우려는 시도에는 법률을 지속적으로 인용하여 협박하면서 학생을 억압하기 위해서 위법행위를 일삼고 있는 학측의 행보에 분노가 차오른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까지 문제삼으려 하고, 나아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중 하나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대학본부의 모습을 보며 우리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이며 우리는 민주동덕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내서 학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 학교 측은 알아야 한다. 학생은 법령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법률을 인용해 막아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총장과 이사진은 지난 11월부터 이어지는 이런 지속적인 비민주적인 행보를 멈춰라. 우리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동덕여자대학교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나아갈 것이다.
2024년 12월 24일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동덕여대 졸업생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