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대 총학생회장, 윤석열 퇴진 총궐기 불참 선언에 거짓 해명 논란

특정인이 자신을 탄핵할 것이라 주장하며 업무 배제 요구 … “안전 때문”이라 해명했지만

  김민규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 21)이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13일에 열린 ‘전국 대학생 총궐기(총궐기)’ 닷새 전 개인적 감정을 이유로 조건부 불참 의사를 표명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인 가운데, 이에 대한 해명마저 거짓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8일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총궐기 주최 측에 서울대 재학생인 A씨를 공동집행위원장직에서 해임하지 않으면 서울대 총학생회가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총운위원 일부가 소명을 요구하자, 김 총학생회장은 “개인적 감정과 정치적 이유”가 개입됐음을 인정하면서도 ‘학생 안전’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대저널〉이 입수한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 8일 김 총학생회장이 A씨의 해임을 요구하며 주최 측과 나눈 대화에서 안전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서울대저널〉은 김민규 총학생회장이 내놓은 주장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김 총학생회장과 타 대학 총학생회장, 실무 담당자 3인이 8일 나눈 대화 속기록을 공개한다. (기사 하단 참조)

▲ 김민규 총학생회장이 12월 13일 ‘전국 대학생 총궐기’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전 문제 우려했다는데

  첫 문제 제기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9일,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총궐기집회 사실관계 확인 관련 발제문’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총운위에 제출했다. 여기서 김 총학생회장은 A씨의 해임을 요구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A씨에 대한 악감정이다. 김 총학생회장은 A씨가 당선 전부터 자신과 현 총학생회 집행부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A씨의 존재가 총학생회 활동에 방해 요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둘째, 안전에 대한 우려다. 공동집행위원장으로서 A씨가 맡은 업무 중엔 총궐기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 관리 매뉴얼’ 작성이 있었다.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학생회에서 A씨와 일한 경험을 거론하며, 과거 학생회 행사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 이를 근거로 김 총학생회장은 “A씨의 업무 스타일상 안전 관리 매뉴얼이 정해진 시한까지 나오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총운위에서는 정말 A씨가 매뉴얼을 기한 내에 작성하지 못할 것이 우려됐다면 해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민규 총학생회장이 해임 요구와 불참 의사를 밝힌 시점은 A씨가 매뉴얼을 제출하기로 한 시한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약학대학 이태계 학생회장(약학 22)은 “A씨의 매뉴얼 작성을 명확히 감독하도록 주최 측에 요청하고, 그럼에도 매뉴얼이 제때 나오지 않는 경우에 불참 의사를 전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학생회장의 추측과 달리 A씨는 기한 내에 매뉴얼을 제출했다.

  셋째, 집행력 부족에 대한 우려다.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자신과 총학생회 집행부가 A씨와 함께 일할 의향이 없으므로, 자신들이 빠지면 충분한 집행력이 확보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A씨와 함께 일할 수 없는 이유로는 다시 ‘개인적 감정과 정치적 이유’를 들었다. 집행력이 부족하면 안전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농업생명과학대학 김누리 학생회장(식품생명공학 20)은 “(총학생회장의 주장대로) 자신의 불참이 집행력을 저해한다면, 총학생회장이 말하는 안전 문제의 해결은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김 총학생회장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A가 총학생회 탄핵할 것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A씨의 해임을 요구했다고 하지만, 지난 8일 총궐기 주최 측과 총학생회장 사이에 오간 대화에서 안전 관련 매뉴얼과 관련된 사항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A씨와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내며 “A씨가 (총궐기 준비 과정에)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에 타 대학 총학생회장 B씨와 총궐기 실무자 C씨는 “인간관계 때문에 공적인 일에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타이르고, “(A씨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A씨를 해임하지 않는 한 서울대 총학생회는 불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더 나아가 A씨가 자신을 탄핵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학생회에서 어떤 직위도 갖지 않은 ‘일반 학우’ A씨가 12.5 윤석열 퇴진 전체학생총회에 들어와 간섭하고, 국장단 인선을 막으며 총학생회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막았으며, 언젠가 자신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29일 참관인 자격으로 총운위에 참석한 A씨는 현재 학생회에서 어떤 직함도 달지 않은 개인이 어떻게 총학생회장을 탄핵할 수 있는지 물으며, 자신은 총학생회를 탄핵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전체학생총회 현장에서 진행을 방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내가 한 것은 총회에 참석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의 근거를 묻는 〈서울대저널〉의 질의에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개인적 감정과 정치적 이유가 반영됐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외에 집행위원장 선임에 반대한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고 답했다. A씨를 재촉하거나, 추가 인력을 파견하는 등 ‘안전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식이 있었음에도 A씨의 해임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실명 공개하고 과거 행적 비난하며 인권 침해

  29일 총운위에 제출된 발제문에서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A씨가 전체학생총회 개최와 총학생회 운영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과거 학생회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 총학생회장과 부중앙집행위원장의 개인적인 경험담과 목격담이 그 근거였다. 해당 문서파일에 A씨의 실명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이후 A씨의 실명을 가린 파일이 다시 올라왔지만, 이미 A씨의 이름과 행적이 보호 장치 없이 표적이 된 뒤였다.

  A씨는 김민규 총학생회장이 사실관계에 대한 교차 검증 없이 총학생회장 개인의 주장을 명백한 사실인 양 호도했다며, “총학생회라는 거대 권력이 개인의 인격을 무너뜨렸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또한 과거에 나눈 대화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고, 공식 채팅방에서 ‘조리돌림’한 점에 대해 총학생회장이 책임지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총학생회장은 “총궐기 참석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관해,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총학생회장의 입장은 모두 밝혔으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사과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총학생회장이 말하는 입장문이란, 지난 2일 총학생회 SNS에 신년 인사와 함께 올라온 게시물을 가리킨다. 총학생회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합한 질의에 답하며 ‘특정한 학우를 이유로 (총궐기에)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있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불참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불참 선언이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했던 이유는 소명하지 않았다. 학생회원 개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정치적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한 총운위원은 “총학생회가 ‘소통하는 총학생회’가 되겠다며 입장문을 올렸지만, 사과해야 할 내용이 전부 담기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전을 위해 조건부 불참을 선언했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총학생회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사실관계를 지적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서울대 총학생회의 대학생 총궐기 참여는 총운위의 의결 사항이었으며, 12.5 전체학생총회에서 모인 윤석열 퇴진 총의를 실현하기 위한 후속 행동이었다.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선거운동 당시 학생사회 총의 수렴을 위한 민주적 절차와 소통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총운영위원회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의견을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 감정을 앞세워 총학생회 전체의 입장을 뒤집으려 했음이 드러난 이상, 그 약속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총학생회장에게 면피와 변명이 아닌, 진실된 반성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5일) 7시엔 제10차 총운위가 예정돼 있다.

  이하는 12월 8일의 면담 기록 전문. (B는 총궐기에 참여한 타 대학 총학생회장, C는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측 실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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