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단체교섭 타결을 촉구하는 하청노동자의 단식 투쟁이 49일째인 지난 7일 중단됐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인석 부지회장의 단식 중단을 알리고, 본사 건물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02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당시 유최안 부지회장은 “이대로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는 구호를 걸고 철제 구조물에 자신을 가두기도 했다. 조선업이 불황기에 접어든 2016년 이후 만성화된 저임금, 임금체불과 중대재해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이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47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탄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윤석열·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정부의 노조 탄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고 조선업도 호황기에 들어섰지만 하청노동자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조선하청지회는 하청업체 19곳과 단체교섭을 재개했지만, 하청업체 사용자들은 요구안 28개 중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선하청지회의 요구는 실질적인 결정권을 쥔 ‘진짜 사장’ 한화오션이 직접 단체교섭에 나서라는 것이다. 금속노조 장창열 위원장은 “한화오션과 하청지회 단체교섭이 결국 해를 넘겼다”며 하청업체 뒤에 숨어 책임을 외면하는 한화오션을 규탄하고, “직접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명태균 논란에 관해서도 “하청노동자 때려잡겠다고 윤석열과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약속했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진보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정당 인사들이 함께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10년 전 조선업이 어려웠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노동자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등은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을 30% 이상 삭감했다. 이어 “지난 22년간 대우조선에 직간접적으로 들어간 공적 자금만 13조 원에 달한다”며 “국민이 살린 기업을 한화가 가져갔는데 이 기업은 자기들 돈벌이에만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화오션 투쟁이 광장과 일터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 이백윤 대표는 “이 투쟁은 비정규직이라는 막돼먹은 제도가 기어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엄중한 사실을 이 세상에 알리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또 “수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만으로 부족하다,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면서 “바로 지금 이곳이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했지만 윤석열이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원청이 하청노동자와 교섭하도록 하고, 기업이 노조에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남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49일간 단식한 강인석 부지회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강 부지회장은 중대재해로 희생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을 거론하며 “그분들을 생각하면 단식 49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한화오션에서는 지난해 1월 12일 폭발 사고로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 잠수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하청노동자 2명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조선하청지회는 조선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했다. 임금 삭감으로 숙련공이 떠난 빈 자리를 값싼 비숙련·이주 노동자로 채운 결과, 현장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수천억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조선업 초호황에도 하청노동자는 여전히 저임금과 임금체불과 중대재해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생지옥 한화오션을 바꾸지 않고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것은 위선이고, 기만”이라며 “윤석열과 수구 세력을 처단하는 것과 함께 반드시 한화를 함께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식 중단이 투쟁의 중단은 아니라며 “(건강 상태가) 조금 회복되면 다시 투쟁에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