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도 너무 먼 탄핵

탄핵 정국에서 지방 시민은 어떻게 소리 내는가
▲인터뷰 참여자 정보 ⓒ빈채현

※ 수도권이 아닌 지역을 포괄하는 용어로 ‘지방’을, 일반적인 경우는 ‘지역’을 사용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대행진이 교통 혼잡을 이유로 서울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남태령으로 향했고 무박 2일의 대치 끝에 경찰은 길을 열었다. 우리는 이 일을 ‘남태령 대첩’이라 쓰고, 연대한 시민의 승리라 읽는다.

  남태령에서 피어오른 불씨는 빗발치는 후원과, 그날의 연대를 발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그러나 승리의 역사 이면에는 여전히 짚어봐야 할 질문이 남아있다. 왜 농민들은 상경해야만 했는가. 왜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멀어도 너무 먼 서울이어야만 했는가. 탄핵 정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방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참여자 정보 ⓒ빈채현

상경한 목소리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에 거주하는 김광일 씨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7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상경했다.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한 김 씨는 “밤낮으로 집회에 나오는 이들과 같이 있음으로써 힘을 더하고 싶었다”며 상경의 이유를 밝혔다. 전라남도 순천시에 거주하는 김지혜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 표결의 순간에 함께하고자 상경했다. 김 씨는 “많은 사람이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분노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김창숙 씨는 이른바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에 살고 있다. 김 씨는 “정치가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일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드물기에 탄핵 집회에 참여해 작게나마 의견을 표출하고 싶었다”고 상경 집회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전라남도 광양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는 “여의도에서 집회가 한창일 때는 시험 기간과 겹쳐 가지 못하는 바람에 마음이 무거웠다”며, “광화문과 안국역 일대에서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상경했다”고 말했다. 

  저마다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고자 서울로 향하지만, 집회 참여를 위한 상경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 시민들이 상경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교통편은 고속철도와 버스다. 고속철도는 지역에 따라 왕복 최대 12만 원이 들지만, 이동 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반면 버스는 비용이 절반 수준이지만 왕복 이동 시간이 최대 12시간에 달한다. 교통편 외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집회로 막차를 놓치면, 숙소를 추가로 예약하거나 밤을 새워야 한다. 

  지방 시민들은 상경 집회의 어려움으로 비용만을 꼽지 않는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일부 단체와 개인은 지방 시민들의 상경을 돕고자 전세버스를 대절해 ‘탄핵버스’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탄핵버스를 타고 상경한 김창숙 씨는 “다리도 펴지 못한 채 6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하고, 타고 온 버스의 선봉대와 떨어질까 거대한 인파 속에서 긴장한 채로 일정을 소화했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일반 버스를 이용한 김광일 씨는 “교통편이 한정돼 있었기에 새벽까지 이어지는 집회를 끝까지 함께하기 어려웠다”며 “추위 속에서도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분들에게 죄송스러웠다”고 말했다. 한 번의 집회 참여를 위해 지방 시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 국회 앞 광장은 곳곳에서 모인 시민들로 가득 찼다. ⓒ〈시사IN〉

  여러 어려움에도 상경을 감행한 지방 시민들은 상경 집회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김지혜 씨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다시 만난 세계’가 여의도에 울려 퍼질 때 형언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김창숙 씨는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희망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소중했다”며 “익명의 인파와 나누는 열정과 의지가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민주시민이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고 상경 집회를 평했다. A씨는 “나이, 성별, 지역이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뜻을 공유했다는 점이 뜻깊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남기를 택한 목소리

  상경 집회를 택하는 지방 시민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상경하지 않고 지역에서 탄핵을 외치는 이들도 많다. 경상북도 경산시에 거주하는 광야에서(활동명) 씨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두고 상경길에 오르기는 어려웠고, 경산에서는 탄핵 집회가 열리지 않아 대구로 향했다”고 전했다. 울산광역시에 거주하는 손소연 씨는 가까운 부산과 울산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 손 씨는 “처음에는 서울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차표를 알아봤지만 모두 매진이었다”고 회상했다. 전라남도 목포시에 거주하는 박영수 씨도 지역 집회에 참여했다. 직장 일정으로 상경하진 못한 박 씨는 지역의 활동에 동참하자는 생각에 목포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고 핫팩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실적인 제약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경의 뜻을 잠시 뒤로하고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한 이들이 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찡찡이 활동가는 상경 대신 지역 집회에 참여하기를 택했다. 찡찡이 활동가는 그 이유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어느 지역에서든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독립서점 ‘너른벽’을 운영하는 박슬기 씨는 경주에서 열리는 탄핵 집회 정보를 알리며 지역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박 씨는 “무작정 서울의 탄핵 집회로 향하기보다는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연대와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지역 집회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처럼 상경 대신 적극적으로 지역에 남기를 택한 사람도 있다. 

▲지역 집회 소식을 알리는 SNS 게시물 ⓒ박슬기

  지역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를 경험했다. 손소연 씨는 지역 집회의 경험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에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연대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영수 씨는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비해 지역 집회가 규모도 작고 열기도 덜한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도시인 목포에서 집회가 열리고 시민이 모인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지역 집회 고유의 의미와 이에 참여하는 지방 시민들의 뜻은 여전하지만, 지방의 집회가 가진 몇 가지 한계는 상경의 이유가 된다. 우선 수시로 열리는 것이 아닌 지방 집회는 그 정보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 SNS 검색을 통해 어렵게 정보를 얻거나, 주최 측에 직접 연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집회 참여를 위해 시민들이 정보 수집부터 제 손으로 해야 하는 실정이다. 집회의 규모나 영향력에서도 한계를 가진다. 손소연 씨는 “지방 집회는 결집력이 약한 면이 있다”며, “집회 현장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큼의 규모는 아닌 것 같아서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집회와 지방 집회를 모두 경험한 시민들도 지방 집회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다. 광화문의 탄핵 집회와 대전의 탄핵 집회에 모두 참여한 B씨는 “지역 집회는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로 인해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지적하며,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문화 요소가 지역 집회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근 탄핵 집회에서 흥겨운 케이팝이 연신 흘러나오고 아이돌 응원봉을 흔드는 등의 장면이 수차례 조명됐지만, 지방 집회는 여전히 농성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구호만을 연신 외치는 농성의 분위기가 지방 집회 참여에 일종의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유발언의 내용이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광주광역시에 살면서 서울 집회와 지역 집회 모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달복 활동가는 “지역 집회는 자유발언의 내용이 서울만큼 다양하지 않다”며, “내용에 따라 발언 기회를 제한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달복 활동가는 “발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면 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내걸고 발언하는 데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의 집회가 규모와 영향력에서 한계를 갖는 것은 사실이나, 이곳에도 집회를 조직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다. 촛불승리전환행동 대전지부 김한성 공동대표는 계엄 선포 이전부터 윤석열 퇴진을 위한 행동을 이어왔다. 각 지부는 정부 유력 기관이 밀집된 서울에 목소리를 집중하는 일과 지역에서 소리를 내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월 한 번은 서울 집회에 힘을 싣고자 상경하지만 매주 지역에서도 집회를 주최한다”고 밝혔다. 또 “지역사회 차원에서 연대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앞장서 소리를 내야 한다”며 “단체 차원에서 집회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정당, 시민사회와 연대할 때 더 큰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방 집회 참여자들은 지금 지역에서 모인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언론이 각 지역 집회 참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라남도 목포시의 집회에 참여한 C씨는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집회에 참여할 수 있으려면 방송국에서 더 많은 지역 집회 상황을 생중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시 단위의 집회는 그나마 취재가 이뤄지지만, 중소도시의 경우 집회 보도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 있는 집회 위주의 보도는 지방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쉽게 가릴 수 있다.

집회와 공간, 공간과 집회 

  탄핵 정국에서 지방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서울로 향했고, 누군가는 지역에서 연대를 이어갔다. 이 모든 선택에는 집회의 전제가 되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정치지리를 연구하는 신혜란 교수(지리학과)는 “집회가 열리는 핵심적인 장소에는 실질적인 이유와 상징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기 위해 광장 등의 넓은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실질적인 이유는 물론, 집회의 대상이 되는 각종 기관에 인접하거나 역사적 의미를 갖는 등 상징적인 이유를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집회 장소로 많이 활용된 광화문광장이 하나의 예시다. 신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청와대와 가까우면서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기에 “핵심적인 집회 장소의 요건인 상징적 이유와 실질적 이유를 모두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번 탄핵 정국의 주요 집회도 상징적 이유와 실질적 이유를 모두 갖춘 장소에서 열렸다. 계엄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시민들은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여들었다. 윤석열의 체포영장을 집행할 무렵에는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이 주된 집회 장소가 됐다. 탄핵 심판이 이뤄지는 헌법재판소 앞에서도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탄핵 집회 주요 개최 장소 ⓒ빈채현

  문제는 상징성을 가진 대부분의 집회 공간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탄핵 집회 참여자들이 공동의 뜻을 전달하려는 대상이자,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진 입법·사법·행정의 최고 기관은 모두 서울에 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규탄하고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지만, 서울에서 더 활발히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신혜란 교수는 지방 시민들이 상경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동 역량’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Amartya Kumar Sen)의 ‘역량 이론’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신 교수는 역량이란 “삶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라 설명하며, “활용 가능한 기회가 있고, 이를 선택할 수 있는지가 곧 역량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즉 이동 역량이란 이동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다. 

  신혜란 교수는 지방 시민들이 경험하는 이동의 제약에 대해 “지방 시민들은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과 가용 기회가 다르다”며, “같은 집회에 참여하고자 해도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달라서 이동 역량이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소득 수준이 비슷하고 각각 서울과 지방에 거주 중인 두 사람이 있다면, 집회 장소까지의 이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동등한 수준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집회를 위한 상경은 소득이나 의지 등의 개인적 조건과 별개로 지방이 가진 거리 장벽의 영향을 받는다. 

  지역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느껴야 했던 무력감 또한 공간적 접근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신혜란 교수는 “서울의 집회 장소처럼 큰 상징성을 갖는 장소가 지역에 있지 않으면 힘이 빠질 수 있다”며 “지방 시민이 경험하는 시민사회는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더 노력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집회를 기획·운영하고 참여를 촉구하는 일이 서울에 비해 더 쉽게 힘에 부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지방 집회가 다양한 발언이 오가는 연대의 장으로 기능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에서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김만권 교수는 저서 『참여의 희망』(2009)에서 ‘집회는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고 남의 의견을 듣는 견해의 축제’라고 말한다. 특히 집회에서 소수자의 의지 표현은 ‘다수에 맞서는 소수자들의 최후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충분한 규모의 인파가 운집하기 어렵고 다양한 소수자 담론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지방 집회는 연대의 장으로서 일부 한계를 가진다.

그럼에도 외친다 

  각자가 살아가는 공간은 그 자체로 개인의 삶에 차이를 만든다. 그 차이는 격차를 만들고, 격차는 한계를 만든다. 같은 마음, 같은 목소리도 때로는 다른 힘을 가진다. 누군가는 쉽게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할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절규하지 않으면 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방 시민들은 지역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냄으로써 변화를 일궈내고 있고, 그 연대에 힘을 보태려는 움직임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지방 집회는 여전히 다양한 발언의 장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지만, 그럼에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일어난다. 지방 집회처럼 규모가 작은 집회는 재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집회에 필요한 모든 장비나 시설을 준비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광주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무대 경사로를 설치하지 못했고, 휠체어를 탄 시민은 발언대에 오를 수 없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광주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했고, 광주장애인 차별철폐연대의 지원으로 경사로가 설치됐다. 더딜지라도 지방 집회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방으로 연대가 확산되는 고무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 시민들이 집회를 위해 상경하고 서울 집회에 화력이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방향의 움직임, 즉 지방으로 연대의 불씨가 옮겨가는 사례가 계속 생겨나는 것이다. 지난 1월 X(구 트위터)에서 ‘투쟁지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는 전국의 투쟁사업장을 소개하고 알리기 위한 것으로, 전국 각지의 연대가 필요한 사안을 알리고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한다. 특히 ‘투쟁지도’를 서울의 집회 현장에서 공유함으로써 다수의 서울 시민이 전국 각지의 사안을 알고 여러 지역의 현안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투쟁지도가 곳곳의 집회와 시위 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실제로 현장에 참여하고 연대하는 이들도 있다. 일명 ‘말벌 동지’로 불리는 시민들이다. 이들은 주로 2030 세대로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하면서 민주노총의 뜻에 공감했다.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집회와 투쟁이 벌어지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하고 있다. 실제로 말벌 동지들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집회가 있었던 경상남도 통영시,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의 집회가 있었던 대구광역시 등 여러 지방에서 열리는 집회에 힘을 싣고 있다. 

  지방으로의 연대 확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울의 광장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상징적인 광장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광주광역시 금남로 일대다. 지난달 15일, 5·18민주광장을 비롯해 ‘민주화의 성지’로 인식되는 금남로 일대에서 극우 성향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등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에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5·18 민주화운동을 지속해서 폄훼하고 위헌적인 불법 계엄을 옹호하며, 내란을 선동해 온 극우주의자들이 5·18민주광장과 금남로를 침탈해 윤석열의 위헌적인 불법 계엄을 정당화하는 선동을 이어가려는 행위에 대해 분노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대응을 예고했다.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시민들은 ‘비수도권에 연대하는 투쟁 버스’ 등을 타고 광주로 향했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광주 시민들과 함께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지방 탄핵 촉구 집회의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지만, 지방 시민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연대하는 움직임은 커져만 가고 있다.

  혼란한 탄핵 정국을 살아가면서 모든 시민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더 나은 삶과 사회를 고민하고 있다. 그 모든 외침이 본래의 크기만큼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그 외침이 미약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지방 시민들의 외침은 때때로 크고 강한 연대의 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광장은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끊임없이 외침을 이어가는 지방의 시민들이 있고 그 외침을 외면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 외침이 끊이지 않는 한 그곳 모두가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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