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과 이를 무너뜨리려는 반대한민국 세력 간의 치열한 전쟁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서울대 재학생·졸업생 300여 명이 윤석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자신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이라 밝힌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는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회와 시민에게 총구를 겨눈 12.3 비상계엄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한 ‘계몽령’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반국가 세력’에는 야당과 국회뿐만 아니라 공수처, 사법부, 헌법재판소 등 이른바 ‘사법 카르텔’도 포함됐다. 극우 세력이 퍼뜨린 대안적 사실을 받아들인 이들은 중국과 북한의 지령을 받은 반국가 세력이 부정선거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지금 6.25보다 심각한 하이브리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발언자에게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군중이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하이브리드 전쟁: 전통적인 군사 작전에 정보전, 심리전, 테러 등 비전통적인 전술이 결합한 전쟁
총성 없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12.3 내란은 극우 대중운동의 물결을 타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내전으로 번졌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정보전부터 법원을 침탈하는 게릴라전까지, 전투의 양상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파시즘이 민주주의를 가장하고, 음모론이 진실처럼 유통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반복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전에 경험한 적 없는 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약자 혐오와 차별, 반공주의에 기반한 폭력은 한국 사회의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이 위기의 시작이 12월 3일이 아니었듯, 탄핵이 위기의 끝이라 단정짓기엔 아직 이르다.

음모론과 선동으로 무장한 ‘애국 성도’들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 반드시 하나님이 우리가 바라는 예수한국 복음통일을 선물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군중이 10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지난 2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 국민대회’ 현장이다. 반국가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모인 ‘애국 성도’ 3만여 명의 표정은 결연했다. 발언자가 “하나님께서 불 말과 불 병거(성경에서 신의 위력을 상징함)로 반국가 세력을 무너뜨릴 것”이라 외치자, 성도들은 일제히 “아멘”으로 화답했다. 그들 사이에는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팻말을 든 남성 노인과 ‘STOP THE STEAL(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정치 구호)’ 피켓을 든 여성 청년도 있었다.
이윽고 전광훈 목사가 무대에 등장하자, 우레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전 목사는 2016,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부터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극우 개신교 세력의 수장이다. 제22대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음모론을 처음 제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자신이 이끄는 자유통일당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의석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날 전광훈 목사는 12.3 비상계엄의 배후에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가 사전에 부정선거 증거가 담긴 USB를 전달했고 이를 확인한 윤석열이 마침내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윤석열과 자신이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극우 세력과 윤석열이 일체라는 전광훈 목사의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윤석열은 극우 유튜브 채널의 열성적인 시청자로 알려져 있다. 새해 인사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지지자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으며, 체포 직전에는 측근들에게 ‘언론이 아니라 유튜브를 믿으라’고 충고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해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하려 했다는 윤석열의 논리는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둔 수준이다.
12.3 내란 이후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도 극우 세력에 손을 벌렸다. 나경원, 추경호 등 국민의힘 의원과 지자체장 여럿이 매주 극우 집회에 참석하는 한편, 지난 2월 18일엔 외국인의 주요 국가기관 임용을 막는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 요직을 중국인이 차지했다는 음모론에 편승해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으려는 시도다.
음모론과 혐오 선동은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온라인 익명 공간을 통해 빠르게 증폭된다. 윤석열 지지자가 모인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엔 ‘중국인은 전부 간첩이다’, ‘페미 동성애자 민노총(민주노총)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 등 중국인과 소수자, 노동자를 향한 원색적인 혐오 발언이 거리낌 없이 올라온다.
온라인 극우 세력의 활동은 커뮤니티 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윤석열 지지자가 모인 채팅방엔 국회에 발의된 ‘악법’에 반대 청원을 넣는 ‘일일 퀘스트(게임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임무)’가 공유된다.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외국인아동 출생등록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등 소수자의 권리 보장에 관한 법안이 대부분이다. 노인·장애인 대상 사회복지시설 급식의 영양과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에는 ‘노인, 장애인으로 동정심 유발해 간첩, 화교, 조선족 챙기는 법’이라는 의견이 달렸다.

불안을 먹고 자라는 파시즘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동 역시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직적으로 계획된 사건이었다. 1월 15일 윤석열이 체포되자 지지자들은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미국정치 갤러리 등에서 폭동을 사전 모의했다. 이들은 서부지법을 미리 답사하고 건물 평면도를 공유했으며, 담을 넘기 쉬운 위치를 알려주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결국 19일 새벽 3시경,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수백 명의 폭도가 서부지법을 습격했다.
독재자가 불순분자 척결을 외치고, 국가주의적 선전과 선동이 공포와 분노를 부추기며, 이에 열광하는 대중이 폭력행위에 나서는 것. 이것이 바로 파시즘 체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중앙대 신진욱 교수(사회학과)는 〈한겨레〉 기고에서 12.3 내란 이후 극우 대중이 힘을 얻으며 파시즘으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증오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극우 세력이 이제 국가기관을 공격하고, 제도 정치에 개입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파시즘은 불만과 불안을 자극해 대중을 동원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노년층이다. 개발독재 시대에 이들은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인정받았으며,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를 이끈 세대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민주화와 기술 발전이 전개되면서 이들은 점차 사회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노인 빈곤율 1위(2020년 기준 40.4%)이며 독거노인 비율도 22.1%에 달한다. 이는 경제적·사회적으로 고립된 노년층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인들의 분노는 2016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거리로 터져 나왔다. 노인들에게 박정희와 박근혜는 ‘좋았던 과거’를 상징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그들은 국가 발전을 이끄는 ‘새마을 일꾼’이라는 역할을 가졌고, 당장은 가난해도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박정희-박근혜 체제를 비판하는 촛불집회는 자신이 평생 지켜온 가치와 성과를 부정하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극우 집회는 이러한 불안을 활용했다. ‘친중·종북 좌파가 대한민국을 위협한다’는 익숙한 반공주의적 선동을 동원하고, 노인들에게 ‘애국시민’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노인을 무시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분노는 촛불 세력에 대한 반감으로 전환됐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선 극우 성향의 청년 남성층이 여기에 가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한 이들은 반페미니즘 단체 ‘신남성연대’ 등을 통해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극우 집회에 참여한 청년 남성들은 청년 실업, 고용 불안정, 연애·결혼 실패 등 그들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친중-좌파-586-페미니즘 카르텔’이라는 허구의 적에 돌린다. 2월 8일 신남성연대 집회에서 배우 안세로 씨는 “청년 시대는 취업이든 학업이든 사회생활이든 결혼이든 뭘 해도 안 되고, 희망 없이 지쳐가는 삶을 살아왔다”며, “저들이 우리 미래를 황폐한 불모지로 만들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이때 ‘저들’은 정확한 대상을 지목하는 게 아니라 모호한 허구의 적을 가리키는 대명사였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극우화된 노인과 청년 남성은 모두 “기득권을 갖고 있던 존재”라고 지적했다. 과거 노인은 ‘어른’으로서 사회적 권위를 가졌고, 남성은 여성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과거 자신이 가졌던 지위가 하락하자 이들은 그 원인을 중국인, 이주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돌렸다. 채효정은 “자신의 지위는 낮아지는 반면 상대의 지위는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대의 권리 신장이 곧 자신의 권리 하락으로 여겨진다”며,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추락해서는 안 된다는 공포가 파시즘을 추동한다”고 지적했다.
대의 없는 사이비 민주주의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라는 극우 집회의 구호에는, 과거에 누렸거나 기대했던 삶을 빼앗겼다는 박탈감이 담겨 있다. 물론 그 박탈이 중국인, 이주민, 여성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학자 채효정은 “극우화한 대중이 호소하는 박탈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로 그들은 직장과 수입을 잃고, 사회에서 존엄과 인정을 박탈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효정은 “사회 구성원의 생존을 시장 경쟁에 내맡긴 신자유주의 체제가 낙오자를 양산하는 ‘진짜 도둑’”이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겪는 좌절과 분노가 반드시 극우 정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대중은 독재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개혁에 맞서 거리로 나섰다. 이들에게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은 곧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다르지 않았으며, 정권 교체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달랐다. 신자유주의 개혁을 완수한 주체가 독재자가 아니라 민주화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민주화의 성과를 발판 삼아 집권했지만, 공공부문 민영화·금융시장 개방·비정규직 법제화·대학 구조조정 등 시장 논리에 입각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를 ‘국가권력 축소’와 ‘시장 자유화’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는 통제 없는 시장만능주의의 동의어가 됐고, 자본의 노동 착취와 이윤 추구가 자유의 이름으로 승인됐다.
민주당의 ‘진보’는 신자유주의를 민주주의의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포장했다. 그에 맞서 ‘보수’를 참칭한 국민의힘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경제적 양극화를 민주당의 무능 탓으로 돌렸다. 제주대 서영표 교수(사회학과)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를 공유한다”며, 양당이 좌우 이념에 따라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정당 정치는 진보와 보수라는 역할을 나눠 가진 거대 양당이 벌이는 연극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당이 정책에서 차별성을 갖지 못하면, 사소한 차이를 과장하는 마케팅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벌어진 찬반 집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직자의 사법적·도덕적 문제가 순식간에 양당의 운명이 걸린 대립으로 변질됐다. 정치적 숙고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조국 수호’ 대 ‘조국 반대’라는 구도로 치달으며 지지층 결집만이 목표가 됐다. 이 정치적 쇼의 가장 큰 수혜자는 윤석열이었다. 조국 수사를 계기로 정의로운 검찰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윤석열은 단숨에 반(反)민주당 진영의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정치학 교과서는 정당의 역할을 ‘현실에 존재하는 갈등을 대의제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실재하는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존재하지도 않는 갈등을 만들어낸다. 서영표 교수가 지적한 ‘대의 체계의 역기능’이다. 정치가 대중의 좌절과 불만을 해결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간단명료한 답을 제시하는 극우 정치에 이끌린다. 그리고 마침내,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 말하는 파시스트 대통령 윤석열이 등장했다. 대중의 뜻을 대변하지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사이비 민주주의가 낳은 결과였다.
신자유주의 파시즘의 시대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12월 3일, 예고 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윤석열의 주장과 달리,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실체 없는 위기를 빌미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예외적 체제를 수립하고 이를 정당화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의 내용은 그가 단순히 국회 장악에 그치지 않고, 국민을 강력히 통제하는 체제를 기획했음을 시사한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거짓 공포를 조성해 강압적 조치를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 국가의 통치 전략을 보여준다. 범죄와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 테러와의 전쟁처럼 실체 없는 적과 위기를 설정해 저항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윤석열은 2022년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로 경찰력을 강화했다. 2023년엔 건설 노동자를 ‘건폭(건설현장 폭력배)’으로 규정하며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12.3 내란으로 반국가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긴 어려울 것이다.

저항 세력을 위험 분자로 몰아 진압하는 국가폭력은 윤석열 정부 이전에도 수없이 반복됐다. 2005년 용산 참사, 2006년 대추리 사태, 2009년 쌍용차 사태, 2014년 밀양 행정대집행, 2015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보듯, 국가폭력은 민주 정부와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자행됐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대중의 불만을 억누를 강압적 수단을 필요로 한다”며 12.3 내란 역시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일상화된 국가폭력과 내전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파시즘은 국가폭력마저 외주화하고 민영화한다. 이제 폭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군경 등 법적으로 인정되는 국가기관에서 일반 시민까지 확장됐다. 내란은 글자 그대로 거대한 극우 대중이 동원된 내전이 됐고, 태극기와 ‘반공봉’을 든 무급 행동대가 군경 대신 ‘빨갱이’를 색출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우려가 있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정정훈 연구원은 “극우 행동주의에서 효능감을 느낀 대중의 실력 행사가 탄핵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극우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려온다. 민주당 소속의 한 인사는 ‘극우 세력을 지지하는 청년층이 말라 비틀어지도록 고립시켜야 한다’고까지 발언했다. 그러나 정치학자 채효정은 “사회 혼란 세력을 박멸하라는 논리는 국가권력이 노동조합과 진보 운동을 탄압할 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내전의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파시즘과 폭력의 연쇄를 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립과 박멸은 답이 될 수 없다. 언제든 고립될 수 있다는 공포와 적을 박멸하겠다는 분노는 그 자체로 극우 정치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분노의 뿌리엔 착취와 약탈, 무한경쟁의 세계에서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불안과 좌절이 있을지 모른다. 태극기와 촛불 사이를 가로막은 폴리스라인을 넘어, 공동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