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군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했고 무장 군인 수십 명이 청사에 들어섰다. 상공을 울리는 헬기 소리 아래 국회로 속히 모여든 시민들은 맨몸으로 총구에 맞섰다.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계엄은 해제됐지만, 그것이 내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성난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광장에 나왔다. 이들은 윤석열을 감옥에 보내야만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12.3 내란의 원인을 윤석열 개인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12.3 내란을 돌발적인 사건으로 간주하는 순간, 자유민주주의란 이름 뒤에 가려진 모순은 드러나지 않는다. 내란을 가능케 한 사회 조건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윤석열은 언제고 또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돌아올 것이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길 택한 ‘민주’의 힘으로 윤석열‘들’에 맞서야 한다. 그간 갈라치기와 혐오 정치에 동원된 페미니스트이자, 퀴어이자, 장애인‧이주민‧비정규직‧성노동자‧쪽방촌 주민‧청소년‧비인간동물‧성폭력 생존자이자, 그 밖의 모두인 민주가 깃발을 휘날리며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계속될 민주의 여정에서만 나타나는 미래가 있다. 그 미래를 살아나갈 모든 민주를 위하여. 누군가 깨어있는 한 이 땅의 민주주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