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본부가 학내 집회·시위 주최자에게 사전 신고를 ‘권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본부와 총학생회 측은 이를 두고 지난 2월 15일과 17일 학내에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가 대치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에게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명목상 구성원의 안전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학생회가 지난 11일 배포한 ‘학내 집회·시위 등 진행 안내서’에는 ‘과도한 소음을 유발하는 음향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행진 시 동선을 본부에 알리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집회 주최자의 신원정보와 예상 참가인원 등을 기재한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참가자 대다수가 외부인이거나 과도한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본부는 사전 신고가 의무는 아니며, 이에 따르지 않더라도 불이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이 대학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무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부 측이 가정하는 ‘안전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집회의 경우, 애당초 의무가 아닌 사전 신고 절차에 따를 리 없기 때문이다.
사전 신고를 권장하는 방침이 학생·노동자의 학내 집회를 통제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에서 활동해 온 이재현(서양사 18) 씨는 “한국 사회에서 집회 신고제는 사실상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안전을 명분으로 대학 구성원의 집회·시위 자유를 제약할 위험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본부가 ‘외부인’을 자의적으로 규정해 집회를 제한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재현 씨는 “2019년 학내 시설관리직 노동자의 파업 투쟁 당시 본부는 노동자들이 속한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을 외부 단체로 간주했다”며 본부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외부인을 설정하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집회·시위 진행 안내서와 정보 제공 동의서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장치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완성”했다며 학내 집회로 인한 학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부와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