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5일) 오후 3시 30분, 건국대 행정관 앞에서 천막농성 투쟁발대식이 열렸다. 건국대 한국어 교원지부는 건국대 언어교육원의 노조 탄압과 노동자 폭행에 항의하고자 천막농성을 예고했다. 이날 발대식에는 대학노조 서울지역본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인동) 등 여러 단체에서 온 이들과 건국대 재학생을 포함해 50여 명이 모였다.

사회를 맡은 건국대 언어교육원 소속 한국어 강사 최규진 씨는 “지난 7월 사측이 체불 임금 포기를 종용”하고 “노조에 가입한 강사들에게 수업을 배당하지 않고 비조합원들에게 수업을 몰아 줬다”며 언어교육원의 명백한 노조 탄압 행위를 규탄했다. 건국대 교지 〈건대〉에 따르면, 건국대 언어교육원 소속 한국어 강사의 대다수는 시간제 계약직이다. 이들은 원래 무기계약직으로 주 20시간 이상의 시수와 사대보험, 퇴직금 등을 보장받는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사측은 일방적으로 주 15시간 이하의 시수를 배정하고 계약서 강제 변경을 종용해 이들을 사대보험과 퇴직금, 주휴 연차를 보장받을 수 없는 초단시간 단기계약 노동자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였던 한국어 강사들을 위촉계약직 초단시간 초단기 근로계약자로 만들려는 사측의 움직임에, 이들은 최저임금 보장과 일정 시수 이상의 강의 배정을 요구하며 작년 9월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 결성 이후 언어교육원은 노조 탄압을 자행했다. 강의 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노조 조합원에 이전보다 적은 강의시수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부당 징계를 내렸다. 이에 한국어 강사들은 명확한 기준을 내세운 강의시수 배정과 교육권 존중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에 아예 참석하지 않거나 바로 나가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최규진 씨는 “이에 항의하자 지난 2월 사측이 지부장을 폭행하고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언어교육원과 건국대 본부를 규탄했다. 최 씨의 발언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노조 탄압 자행하는 위법행정 물러나라”, “폭행하고 사과 없는 막장 행정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후 건국대 재학생과 한국어 강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인동 건국대 지부장인 재학생 이인진 씨는 한국어 강사들의 권리를 향한 투쟁을 독려하며 학교의 불통을 규탄했다. 이 씨는 “언어교육원에서 일하는 한국어 강사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인 주휴수당, 연차수당, 육아휴직, 강의시수 보장, 고용 안정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며, “학교의 주인은 본부와 몇몇 사람이 아닌 학내 노동자와 학생 모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 씨는 한국어 강사의 투쟁에 연대하는 건국대 재학생 100명의 서명을 노조에 전달했다.
발대식 자리엔 그간 한국어 강사들에게 수업을 받아온 외국인 학생들도 다수 참석했다. 언어교육원 학생 A씨는 “나는 외국인이지만 언어교육원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많은 걸 배우고 있다”며 한국어 강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A씨는 “선생님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들도 더 잘 배울 수 있다”며, 한국어 강사들의 투쟁에 끝까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으로 발언에 나선 노조 조합원 고유미 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우리의 일터에도 계엄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며, 강사를 퇴직금과 사대보험을 보장받을 수 없는 프리랜서로 전환하려 한 언어교육원을 규탄했다. 고 씨는 “우리는 고용된 사람들이지만 지금의 언어교육원을 만든 사람들이기도 하다”며 건국대 언어교육원이 지금의 위상을 갖기까지 수많은 강사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고 씨는 그렇기에 “우리는 건국대가 3개월마다 죽였다가 필요하면 다시 살리는 소모품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마지막 순서로 건국대 한국어 교원지부 최유하 지부장이 대표로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생계를 위한 기본 수업 시간을 우리의 손으로 쟁취할 것이다”, “20년 넘게 지켜온 근로 조건을 우리 손으로 회복할 것이다” 등 강사들의 굳은 결의가 담겼다. 노조 구성원들 역시 오른손을 들어 함께 선서했다. 낭독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노동자도 사람이다”와 “노조 탄압 자행하는 위법행정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발대식을 마무리했다.

37명이 몸담은 건국대 한국어 교원지부 구성원의 대다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다. 이들은 노조 탄압으로 인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사대보험도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일터에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최유하 지부장은 〈건대〉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와의 교섭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정규직이나 흔히 말하는 대기업이 아니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실하게 노동을 했을 때 그 노동의 대가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투쟁은 모두가 정당한 몫을 보장받으며 노동하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25일 시작된 천막농성은 무기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