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참사 11주기다. 304개의 우주가 사라진 그날로부터 1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외치며 싸우고 있다. 한편, 세월호참사가 준 교훈과 희생자들 각각을 기억하려는 노력 역시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4.16생명안전교육원과 4.16 기억저장소, 나비416이 공동주최한 세월호참사 11주기 추모전 『…그리고 열한 번째, 봄이 머무는 자리』 역시 그 일환이다. 예술가 62명으로 구성된 나비416은 ‘봄이 머무는 자리’가 세월호참사로 멈춘 시간과 잃어버린 봄을 상징한다며, 시간이 멈춘 곳에서조차 추모의 마음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4.16생명안전교육원 1층 미래희망관에서 진행된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시기별로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다. 4월 18일까지 관람이 가능한 1부에서는 31명의 예술가가 회화,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하이경 작가는 ‘그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상처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매개체’라며, ‘예술을 통해 참사의 기억을 되새기고 더 많은 사람이 그 의미에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는 전시 목적을 밝혔다.

미래희망관에 들어서면 입구 우측의 전시장에 나란히 걸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나비들로 노란 캔버스를 가득 채운 김선일 작가의 「connect」 시리즈부터 어두운 밤하늘에 떠오른 무지개 사이를 날아가는 흰 나비를 그린 이영화 작가의 「부활」까지, 곳곳에서 세월호참사를 추모하는 나비 모티브를 찾을 수 있다.

상하 작가의 「Breathe」에선 한없이 검은 배경 위에 밝게 빛나는 노란 리본을 볼 수 있다. 리본 주위에 흩뿌려진 별처럼 보이는 흰 점들을 두고, 작가는 ‘영원처럼 무한한 별의 개수만큼의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처럼 전시 참여자들은 종이비행기를 띄우거나, 바다 깊은 곳의 산호초를 상상하거나, 혹은 크나큰 상실에도 다시 꽃을 피우는 나무의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세월호참사에 관한 각기 다른 기억을 그려냈다.

전시장 한쪽엔 박건웅 작가의 『세월 1994-2014』를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2024년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을 받은 『세월 1994-2014』는 세월호의 일인칭 시점으로 1994년 탄생부터 2014년 침몰하기까지의 시간을 그린다. 꼼꼼한 붓 자국이 묻어나는 아크릴 삽화에서 우리는 참사의 원인과 결과를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의 힘을 빌려 희생자들이 살아내지 못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책은 “내 안에서 수많은 꽃들이 졌다, 숨들이 졌다”, “어리고 어여쁘고 소중한 숨, 숨, 숨들이”라며 너무 많은 죽음에 마음 아파하는 동시에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에 도착한 세월호를 그린다. 동화 속에서 무사히 수학여행지에 도착한 아이들을 보며, 우리는 지켜내지 못한 것들을 떠올린다. 흐르는 세월 속에 잊을 수 없는 세월이 있다. 열한 번째 봄을 맞아 노란 리본을 더욱 꽉 동여매고, 애도와 추모를 이어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