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2일 오후 7시, 혜화 마로니에공원 야외 공연장에서 ‘4.16 11주기 마로니에촛불 기억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이들은 가수·배우·스님·일인풍물패·합창단까지 다양했다. 비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문화제는 취소되지 않았다. 4.16연대 운영진들은 우의를 입은 채 벤치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관객을 인솔했다.
공연진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과하며 느낀 경험과 감각에 기대 만든 곡을 공연했다. 예술공동체 ‘마루’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강효준은 ‘친구야’라는 노래를 불렀다. 강효준은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해 만든 노래”라고 곡의 제작 배경을 밝혔다. 강효준은 “2014년 겨울 광화문에서 안전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약속이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게 만든 이유”라고 덧붙였다.

노래 외에도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이어졌다. ‘넋전춤’* 무용가로 알려진 양혜경 스님은 1인 무언극을 펼쳤다. 양 스님은 꽃을 조심스럽게 받들고, 펼치며, 흩날리다가, 이윽고 어깨에 올라탄 새를 꽃과 함께 날게 함으로써 추모의 뜻을 표현했다. 자유풍물가 하애정은 일인풍물극을 공연했다. 장구를 메고 두들기며 춤을 추는 하애정의 극 사이로, 관객은 자유롭게 추임새를 붙여가며 함께 무대를 즐겼다. 배우 김숙인은 헌법 전문을 낭독했다.
*넋전춤: 종이를 사람 모양으로 오려 함께 춤을 춤으로써 그 넋을 기리는 위무.

합창단의 무대도 준비됐다. 문화제 중반에는 ‘노동자합창단 행진’이 민중가요인 ‘노래여 날아가라’를 함께 불렀다. 합창단원들은 윤석열 파면을 언급하며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날 세계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우선하는 세계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노래에 담았다.

마지막 순서로는 이소선합창단과 합창단그날이 함께 무대를 꾸렸다. 이소선합창단은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故 이소선 씨를 기리며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노래하는 합창단이다. 합창단그날 역시 ‘사람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고 활동을 이어왔다. 두 합창단은 같은 무대에서 ‘너의 졸업식’과 ‘어느 별이 되었을까’ 두 곡을 부르며 추모를 이었다.
갑작스레 격해진 비바람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문화제에 남아 기억을 이었다. 가수 연영석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진실이란 걸 세상에 알리기 위해 돌아다녔던 그 시간이 돌아보니까 봄이었던 것 같다”는 말을 나눴다. 그 말처럼, 비록 날은 추웠지만 관객은 기억과 진실을 떠올리며 어느새 다가온 봄을 마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