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6일, 버스 20여 대가 경북 구미시의 폐공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니토덴코 해고노동자 박정혜·소현숙 씨와 연대하고자 전국 곳곳에서 모인 ‘희망버스’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기업 니토덴코가 지분 100%를 보유한 LCD 편광필름 제조업체였다. 2022년 구미공장이 화재로 전소되자, 사측은 노동자 210명에게 법인 청산을 통보했다. 그중 193명을 희망퇴직 처리하고, 이를 거부한 17명은 정리해고했다.
박정혜·소현숙 씨는 이에 맞서 2024년 1월 8일부터 구미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니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이 해고노동자 고용을 승계하라는 것이다. 한국니토옵티칼은 2023년 구미공장이 생산하던 물량을 넘겨받은 뒤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2024년 이후 80여 명을 새로 채용하기도 했다. 정리해고자 전원을 고용 승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셈이다.
이날 구미공장 앞에서 열린 문화제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해 시민 1천여 명이 모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가진 힘과 권한을 최대한 동원해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화상으로 발언을 전했다. 이들은 각각 세종호텔과 한화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고 지부장은 “새 정권이 반노동 정책을 반복하기 전에 온전한 노동삼권 쟁취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지회장 또한 “국민의힘은 내란을 덮기에 급급하고, 민주당은 또다시 성장을 말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노동권 후퇴에 맞설 것을 주문했다.
박정혜·소현숙 씨는 9미터 상공에서 화답했다. 박정혜 씨는 “이 싸움은 노동자의 존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며, “언젠가는 우리가 지켜온 순간들이 모여 별처럼 빛나는 날이 올 것”이라 말했다. 소현숙 씨는 “노동자를 자기 입맛대로 길들이고 부품처럼 갈아버리는 자본에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하자”고 외쳤다.

5월 21일은 박정혜·소현숙 씨의 고공농성이 500일째 되는 날이다. 희망버스를 타고 온 노동자·시민이 함께 외쳤다. “500일이 되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자!” “고공에도 봄이 오게, 고용 승계 쟁취하자!”
공장은 불탔지만 미처 태우지 못한 게 있었음을 너희는 모른다. 너희는 우리를 너무 간단하게 버렸지만 우리마저 우리를 버릴 수는 없었다. 너희가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것들, 우리가 꿨던 꿈을 우리마저 배반할 수는 없었다.
‘나는 성소수자입니다’, ‘나는 비정규직입니다’, ‘나는 술집 여자입니다’, ‘나는 장애인입니다’. 광장에서 터져 나온 우리의 존재 선언은 언어를 넘어선 절규였고, 우리가 살고 싶은 민주주의였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우리의 민주주의를 대통령 선거에 가둘 수 없다.
―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 발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