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인이라는 길 위의 당신에게

이민서 lmslms011@naver.com
한남대 한남미디어센터 청림교지 전 편집국장.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펜을 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대학언론이 위기에 처했다”라는 말은 30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켜내는 대학언론들이 존재한다. 이번 〈서울대저널〉의 30주년을 기념해, 나의 경험과 그 속에서 얻은 용기를 나누고자 한다. 

  나는 2022년 수습기자로 들어와, 2024년에 한남대학교 교지 〈청림〉의 편집국장이 됐다. 대학생활 4년 중 3년을 대학언론인으로 보낸 셈이다. 어느 날은 〈청림〉에서 10~30년 전 활동했던 선배들을 만나는 자리가 생겼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의 〈청림〉에 대해 들을 수 있었고, 그 만남 이후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시대마다 당면한 문제는 달랐을 수 있어도, 대학언론은 언제나 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다는 것이다. 인력난, 외부 압박, 예산 삭감, 낮은 인지도 등은 항상 대학언론이 겪어온 문제이자 과제였다. 어느 순간부터 이 사실이 오히려 위안으로 다가왔다. 몇십 년 전부터 위기였어도, 여전히 우리 곁엔 대학언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이전까지 나는 이 활동이 외로운 싸움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까지 편집실에 남아 교정을 보는 날은 점점 늘어났고, 설문 조사를 진행할 때면 응답 목표 인원조차 채우기 어려웠다. 밥과 잠을 줄이며 일을 붙잡아도 매번 새로운 고비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서글펐던 건 여전히 주 독자로 꼽히는 재학생들이 교지의 존재를 잘 모른다는 것을 인지할 때였다. 그럴 때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며 가끔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에겐 더욱 잦은 상기가 필요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것처럼, 대학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상반기 활동을 마무리하고 〈청림〉 제79호 교지의 기획 준비를 하던 여름, 나는 우연히 ‘대학교지 네트워크’의 소식을 접했다. 약 20개 이상의 교지가 모인 이 네트워크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여러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궁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도움을 청했고,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눠주었다.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들을 응원했다. 〈청림〉이 하고 있던 고민은 결국 모두의 고민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부터 더 주체적으로 이 활동에 임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타 교지와 직접 만나 발전에 관한 대화를 깊이 있게 나누고 싶었다. 그 결과, 같은 대전 내 대학 교지인 목원대의 〈목원〉과 닿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마주한 고민이 비슷했기 때문일까, 첫 만남부터 크게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우린 몇 번의 회의 끝에, 서로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주제인 ‘대학언론’을 기사로 다뤄보자고 결심했다. 이후 〈청림〉과 〈목원〉은 담화를 통해 각자가 갖고 있던 한계를 넘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비록 잠깐의 담화로 대학언론의 위기에 대한 완벽한 해결 방안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 고민의 시간은 서로에게 충분히 가치 있었다. 

  이후 우리는 더 많은 교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닿을 수 있는 대학 교지들에게 분주히 연락을 돌려 설문 참여를 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전국에 50여 곳 이상의 대학 교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중 20여 곳 정도가 설문에 응답해 줬고, 우리는 그들의 답변 속에서 깊은 동질감과 더불어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라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교지를 만들기 위해선 부원 개개인이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 또한 이제는 안다. 

  여러 응답 중 어느 한 곳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고리타분한 매체로 상당수가 ‘글’을 뽑을 것이다. 그런데도 교지가 있는 이유는 ‘글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글을 위협하는 매체가 나타난다 해도, 그 매체의 바탕은 글이다. 즉, 글은 단순한 문자의 나열이 아닌 무언가를 일으키고 형성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교지는 정형화된 틀이 없기에 시대에 맞춰 변화하며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등 각 교지만의 생각을 자세히 답변으로 남겨줬다. 설문 조사 질문 중 ‘대학언론, 그중 교지는 위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90%가 ‘그렇다’라고 말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계속 이 활동을 이어가야만 하는 이유도 모두가 분명히 알고 있던 것이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꿋꿋이 교지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용기와 연대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욱 교지를 만족스럽게 만들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우리 안에서 이뤄진 깊은 성찰과 고민의 시간은 결국 더 나은 교지를 만들 것이고, 이를 독자들에게도 약속하고 싶었다.

  〈청림〉 제79호 교지는 교지 부원의 끈질긴 노력과 많은 이들의 도움이 더해져, 2024년 11월 말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 교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올랐다. 3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나는 ‘교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만의 답을 갖게 됐다. 교지란, ‘각자의 시각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을 제공하는 매체다. 끊임없이 변화를 겪는 세상 속에서,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바라볼지 성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확신한다. 대학언론의 역할은 단순한 학내 소식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만드는, 대학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작용한다. 다양한 시선을 담고,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며 ‘논의의 장’을 형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대학언론이 존재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앞으로의 대학언론을 이끌어 갈 후배 기자들이, 자부심을 품고 당당하게 활동했으면 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소신껏 최선을 다한다면, 비록 위기의 대학언론이더라도 우리는 이 흐름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압박이 닥쳐와도, 그것이 옳은 가치라고 믿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행동하자. 대학언론은 오직 독자들을 위해 존재하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편집실 어딘가에서 끝없는 회의와 수많은 원고를 마주하고 있을 대학언론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부디 건강하고 즐겁게 활동하기를 바라며, 깊은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청림〉 제79호 교지 본(本); 세상의 본을 찾다
(전자책): https://lrl.kr/bAX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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