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 안녕들 하십니까?

대학언론 위기론의 역사와 현실

교지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만들려는 이가 없고, 만들더라도 읽는 이가 없고, 읽는 이가 없으니 편집실 문을 두드리는 이가 없습니다 ―〈관악〉 종간사

  2014년 1월 20일, 서울대 교지 〈관악〉이 눈을 감았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초로 창간된 통합 교지 〈관악〉은, 발간 24년 만에 맞이한 종간이 자연스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취업난, 담론 소멸, 대학 구성원의 원자화, 종이매체의 몰락으로 인한 인력난을 원인으로 꼽았고, 이미 자신들 이전의 십 년간 많은 대학언론이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문을 닫았다고 자조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또 다른 학내 자치언론 〈교육저널〉이 자취를 감췄다. 〈관악〉 종간 이후 꼭 10년 만이다. 2006년부터 18년간 활동한 〈교육저널〉은 42호를 마지막으로 ‘어느 순간’ 멈춰 섰다. 〈교육저널〉에서 활동하던 A씨는 “어찌저찌 허약하게 이어지고 있다가 마지막 호를 내고 그냥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전국 각지의 수많은 대학언론이 문을 닫았다.  그 요인으로는 어느 시기에나 비슷한 것이 제시됐다. 종이매체 수요 감소, 무관심, 인력난, 자금난 등. 수십 년간 대학언론이 똑같은 위기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하고 있을까. 대학언론 위기론과 해결책의 역사와 현실을 살펴봤다.

대학언론, 위기라고?

  대학언론은 운영 주체와 주력 매체에 따라 세 분류로 나뉜다. 크게는 대학 본부가 운영 주체인 학보사, 학생이 운영 주체가 되는 자치언론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주체는 양측 모두 될 수 있지만 방송과 영상 매체를 주력으로 하는 방송국이 더해진다. 서울대를 예시로 들자면 학보사에는 〈대학신문〉, 자치언론에는 〈서울대저널〉, 방송국에는 〈서울대 방송 SUB〉가 해당한다.

▲주체별 대학언론의 분류

  대학언론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있지만, 사실 언론별 상황은 이러한 특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본부가 지원하는 학보사는 자금 면에서 안정적인 편이다. 반면 자치언론은 편집권과 발간이 학생들의 재량을 따르기에 보다 자유롭다. 방송국은 유튜브 등을 기반으로 한 영상 매체를 내세워, 다른 두 매체에 비해 학내는 물론이고 학외에까지 파급력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각기 다른 언론은 저마다 위기를 겪고 있다. 학보사는 안정적인 발간을 대가로 검열과 편집권 침해에 시달린다. 2021년 10월 발생한 숭실대 학보사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 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숭대시보〉 기자들은 학교와 총장의 행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준비했고, 이를 게재하도록 허가할 것을 주간 교수와 전문위원에게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주간 교수는 ‘학교 명예와 위신에 관한 문제가 있다’며 이를 제지했다. 이에 반발한 기자들이 편집권 침해에 맞서 ‘백지발행’*을 하겠다고 항의하자, 주간 교수는 총장에게 허가를 받아 기자들을 전원 해임했다.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응 TF’ 등의 활동으로 결국 기자 해임은 철회됐으나, 이후에도 본부 측은 예산 부족을 명분으로 신문 발행 자체를 중단하는 등 탄압을 일삼았다.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강석찬 씨는 〈대학알리〉에 투고한 기고문에서 이 사건을 두고 ‘학보사를 길들여 대학과 총장에 비판적인 기사를 지양하도록 하는 전략’이었다고 회고한다.

*백지발행: 언론이 자율성 침해 등에 항의해 지면을 백지로 발행하는 것

▲〈숭대시보〉 언론탄압 규탄 기자회견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학생이 운영하는 자치언론은 주로 자금난에 시달린다. 자치언론이 지면호 발행 및 취재, 운영을 위한 자금을 충원하는 방식은 ▲광고대행 ▲후원 ▲학생회비 ▲자치언론 지원 예산 등이다. 그러나 후원금만으로는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기 어렵다. 광고의 경우, 대행사를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계약 이후에도 대행사가 중간에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등 잡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많은 자치언론은 학생회비와 자치언론 지원 예산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자치언론 운영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지원 예산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재원인 교지회비는 등록금 고지서에 ‘자율납부’ 항목으로 기재되기에, 본부에 의해 언제든지 삭감될 수 있다.

  2월 20일 동덕여대 교지편집비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된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본부 측은 동덕여대 교지편집위원회 〈목화〉 측에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등록금 고지서에서 교지편집비 항목을 삭제했고, 〈목화〉 측이 문의하자 그제서야 ‘학교는 더 이상 독립기구인 교지편집위원회에 교지편집비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를 두고 〈목화〉 측은 ‘학교는 교지편집비가 교지편집위원회의 존망을 흔드는 사안임을, 해당 금액이 등록금 고지서에 포함되는 만큼 상응하는 영향력을 본인들이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방송국 역시 운영 주체에 따른 위기를 공유한다. 2017년 3월 서울과기대 홍보실은 ‘교내 신문사와 학생처 간 갈등을 다뤄서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교내 방송국 〈STBS〉가 영상을 송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STBS〉 측에서 규탄 성명문을 내자 본부는 학생 간부를 파면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직면하는 위기도 존재한다. 인력난이다. 자금도, 편집권도 결국 만들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2013년 경기대 방송국 〈V.O.K.U〉 수원캠퍼스 지부는 인력난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캠퍼스 지부와 통합해야 했다. 2025년 2월 개최된 ‘2025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연대’에서 안치윤 전 성공회대학보 편집장은 ‘대학언론은 인력이 부족해 3~4명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며 ‘신입 기자를 모집하려 해도 업무 강도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언론, 언제는 잘 살았던가요

  대학언론들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는 최근 일이 아니다. 독립언론 〈대학알리〉의 창간인이자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대언넷)’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차종관 기자는 특집 취재 ‘대학언론의 길을 묻다’에서 ‘대학언론이 위기라는 키워드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2년부터 기사가 나올 정도로 진부한 소재’라고 말한다. 대학언론은 언제부터 이런 위기에 빠져 있었던 것일까.

  대학언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50년이다. 1912년 최초의 학보 〈숭대시보〉가 창간된 이후, 1960년까지 32개 대학에서 대학신문이 창간됐다. 기본적으로 학보사의 형태를 띤 당시 대학언론의 주 기능은 학내 소식을 학생과 지역 주민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창간 초 대학언론은 학교 홍보지 내지는 기관지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대학언론이 엄연한 ‘언론’이라는 인식을 얻고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4.19혁명의 영향으로 학생운동의 열기가 고조됐고,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학생과 대학은 민주화운동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했다. 이때 대학언론은 학생사회 담론을 보도하는 등 학생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며 그 범위를 늘려나갔다. 기성언론에 비해 정부 탄압에서 자유로운 점을 활용해 기성언론에서 보도되지 못한 사건을 보도하거나, 학생운동과 사회변혁에 관련된 이론을 게재하는 등 대학언론은 단순 기관지를 넘어서 하나의 ‘대항언론’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4.19혁명을 보도한 〈연세춘추〉 기사

  찬란했던 대학언론은 1990년대에 들어서 학생운동의 쇠락과 함께 위축돼 갔다. 우석대학교 김은규 교수 (미디어영상학과)는 대학언론이 쇠락한 원인으로 크게 ▲민주화 의제 소멸 ▲대학 환경 변화 ▲매체의 변화 세 가지를 꼽는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0년대 이후 반독재 민주화라는 사회 화두가 소멸하면서 대항언론의 정체성이 흐릿해졌고, 신자유주의 확산과 함께 대학 공동체가 파편화됐으며 PC통신의 득세로 지면 중심의 대학언론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화하며 학생들이 대학언론에 기대하는 바가 변했고, 이를 반영하지 못한 매체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2001년 〈우리세대〉(현 〈서울대저널〉)는 학부생 2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50명이 ‘대학언론을 얼마나 자주 보는가’라는 질문에 ‘잘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중 23명은 대학언론을 읽지 않는 이유로 ‘관심있는 내용을 보도하지 않아서’를 꼽았다. 관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대학언론은 이념적인 논조를 벗어나 생활에 밀착한 내용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편집 체제를 바꾸며 대중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으나, 위기는 해소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 이르러 각지 대학에서 발생한 자치언론 창간 열풍은 그 고민의 결과다. 편집권을 학생이 가진 자치언론은 보도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 가능하다는 이점을 내세워 대학의 새로운 공론장이 되는 듯했다. 일례로 성신여대의 〈성신 퍼블리카〉는 아예 학내 사안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창간됐으며, 한동대의 〈당나귀〉는 공론화 되지 않는 학내 사안을 공론화하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나 자치언론 역시 완전한 탈출구가 될 수는 없었다. 자치언론은 자금과 인력을 포함한 재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고, 끝내 많은 자치언론이 사라졌다. 2012년 출범해 2016년 무기한 정간을 선언한 성균관대 독립언론 〈고급찌라시〉는 ‘대내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언론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정간 선언문에서 밝혔다. 이후 인터넷 언론 〈고함20〉과의 인터뷰에서 정간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인력난’이었다며, 마지막 호 발간 당시 기자는 두 명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대학언론협회 같은 기구가 설립되기도 했으나 1년을 채 가지 못하고 해체하는 등 위기는 해소되지 못했다.

▲성균관대 유일 독립언론 〈고급찌라시〉 정간 선언문 ©〈고급찌라시〉

‘어쩔 수 없는’ 위기 속에서

  그 위기의 연장선에 오늘날 대학언론이 자리한다. 위기 요인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2024년 12월 시행된 ‘학생기자대상 실태조사'(차종관 기자 제공)에서 응답자 133명 중 36명(27.3%)은 ‘인력난’이 가장 큰 문제라 답했으며, ‘예산 부족’과 ‘매체 영향력 부족’이 뒤를 따랐다. 만들려는 사람도, 만들 자원도, 만들어진 매체의 영향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대학언론이 악순환에 갇혀있는 현실을 방증한다.

  악순환은 정체성 약화에서 출발한다. 1990년 이후 대항언론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한 후, 대학언론은 상술했듯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기성언론 및 PC통신과 차별화하기 위해, 대학언론은 대학 공동체 소속이라는 특성을 살려 학내 의제를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서울대를 예로 들면 2002년 학내에서 여학생이 겪는 문제를 표출하고 이에 대처하고자 등장한 〈쥬이쌍스〉나 2010년 ‘학생사회, 서사, 실천’을 기조로 창간된 〈포트레이츠〉 등이 있다.그러나 대학 공동체가 파편화되며 학내 의제 역시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러한 수요 부족은 결국 공급의 문제로 이어졌다. 읽는 사람, 혹은 보는 사람이 없으니 만드는 사람들도 사라진 것이다. 운영에 문제가 생긴 대학언론은 살아남기 위해 활동인증서를 발급해 취업에 이점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람을 모으려 애썼다. 학교가 발간을 책임지는 학보사를 제외한 자치언론들은 지면호를 발간하기 위해선 본부가 지급하는 자치언론기금이나 학생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금을 학교 측에 의존하게 된 현실은 본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에서 발표한 ‘수도권 4년제 대학 학내 언론(학보, 영자지, 교지, 방송국)의 자유’ 현황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4.4%는 학교로부터 검열을 받은 적이 있고, 32.8%는 자기 검열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대학언론은 실질적으로 편집권 침해에 저항할 동력을 상실했다. 학교 이미지나 본부에 해를 끼칠만한 비판 기사가 올라온 뒤에는 지원금이 삭감되고,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은 해임된다. 결국 언론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대학언론의 정체성은 약화되고, 이 정체성 약화로부터 시작되는 악순환이 다시 굴러가 문제를 재생산한다. 이 굴레 바깥으로 탈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언론 역시 어려움을 겪고 숱한 실패를 맞이하면서, 다시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대학언론 위기의 악순환 ⓒ빈채현

  더 큰 문제는 대학언론 스스로도 위기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된 악순환은 이 모든 문제를 마치 한 덩어리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방치된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부르면서 현재의 ‘위기’로 고착화됐다”고 짚은 차종관 기자는 “대학언론 위기가 30년째 이어진 것은 대학언론인들이 자초한 바”라고 꼬집었다. 독자층 감소, 편집권 침해 등 여러 위기가 발생했을 때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목화〉의 사례는 위기의 체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목화〉는 엄연한 학생 자치언론이지만, 동덕여대 본부는 ‘발간 및 배포 승인’ 제도를 통해 사실상 검열을 자행해 왔다. 당장 2023년 12월에 발간된 53호 ‘박동’은 지면 일부가 스티커로 가려져 있다. 본부가 글을 삭제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목화〉 최예인 편집장은 본부가가 자행한 언론 탄압은 “사실 오래된 문제”라며 “단체가 위축돼 있었고, 크게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었다”고 털어놨다. 문제 상황에 익숙해져 위기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 현 상황 자체가 제대로 된 문제 인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위기다.

얽힌 실타래 풀기

  오래되고 엉켜버린 대학언론의 위기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차종관 기자는 “대학언론의 엉킨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며 “각각의 위기 요인을 해결하고 노력을 계속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위기의식 자각, 새로운 정체성 정립, 그리고 연대다. 익숙해져 버린 위기를 다시금 눈여겨보고 깨달을 필요가 있다. 부산외대 윤희각 교수(글로벌인재융합)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언론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대학언론이 놓인 각기 다른 상황을 알아야 각자에게 적합한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악순환의 근본 원인이 불안정한 정체성에서 기인했던 만큼, 이를 타파하려면 대학언론이 가지는 정체성과 의미를 대학언론인 스스로가 부단히 숙고해야 한다. 김은규 교수는 대학언론의 정체성으로 ‘대학공동체를 위한 비판적 공론장’을 제시한다. 구성원들을 위한 정보제공과 구성원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대학 내 삶의 현장을 주시하며 건강한 대학 문화를 창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내 언론이라는 특수성을 살린 새로운 정체성을 고민하고 정립한 뒤에야 ‘읽히는’ 글이 될 수 있고, 이는 수요 증가와 그에 따른 공급 증가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대는 정체성을 재정립한 대학언론이 마주하는 현실의 위기 상황에 대한 저항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대학언론이 마주하는 위기의 생산 주체는 대학사회 자체, 대학 본부 등 강대한 존재들이다. 대학언론 개개의 대응만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때 타 대학언론과의 연대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대언넷, 즉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학언론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다. 전현직 대학언론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학언론인 양성 아카데미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대학언론 탄압 대응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대언넷의 대표적 활동인 〈숭대시보〉 기자 해임 사건에 대한 대응은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차종관 전 대언넷 대표는 사건 당시 “소속 기자들마저도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에 대응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하루 만에 사람들을 모으고 대응에 나섰더니 공론화가 됐다”고 설명한 차 전 대표는 “비록 끝이 좋지 않았지만 2020년대 이후로 있었던 언론 탄압 사태 중 제일 크게 대응한 사태로 남았다”고 말을 이었다. 실제로 당시 교육부 주관 진상조사위원회에 사건이 올라가 학칙 개정 권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서로 다른 대학의 대학언론인이 가진 연대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준 사례다.

  대언넷은 온·오프라인에서 대학언론인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2023년부터 매년 ‘대학언론인 콘퍼런스’를 열어 대학언론의 위기와 가능성을 논하고, 지역별 대학언론 포럼을 여는 등 다양한 연대 활동을 진행한다.

  대언넷과 같은 연대 활동은 대학언론인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이를 세상에 내보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2020년 발의됐다가 폐기된 후 2024년 11월 재발의된 ‘대학언론법’은 대언넷과 현직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추진되고 있는 법안이다.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법에 명문화하는 것을 목표하는 이 법안은 편집권 침해를 막고 운영권을 지켜 대학언론이 정체성을 회복하는 단초가 될 예정이다. 차종관 기자는 “대학언론 간의 연대로 만들어낸 추진력이 쌓아올린 결실”이라며 “이런 활동이 선례로 남아 대학언론이 헤쳐나갈 길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 평했다.

▲2025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현장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학언론은 조금씩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모두 위기에 직면해 왔다. 많은 대학언론이 정체성 상실로부터 시작된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고, 살아남더라도 벼랑 끝에 내몰린 채 힘겹게 활동을 이어나가 왔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 엉켜버린 문제들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졌고, 타파할 방법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엉켜버린 문제들 속에서 여전히 끈을 잘라내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위기를 말하고, 목소리를 모아 대학사회에, 세상에 외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풀어나가는 실타래를 따라 대학언론에 발을 들이는 사람이 있다. 그렇기에 대학언론인들은 살기 위해 애쓰는 다른 대학언론인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대학언론,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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