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부터 8일까지 양일간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와 총학생회 ‘Signal(시그널)’ 인권국이 공동 주최한 학내 인권제가 열린다. 학소위는 2023년부터 매 학기 정기적으로 인권제·인권주간 운영을 주관하고 있다. 이번 인권제는 시그널 인권국과 기획과 진행을 함께했다.

학내 인권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학내 권리 의제 단위들이 꾸린 부스와 연사 초청 강연이다. 문화관 앞에서 진행된 부스에는 ‘서울대학교 장애인권자치언론 THISABLE(디스에이블)’, ‘서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달(달)’, ‘빗소리 of SNU(빗소리)’,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관악중앙몸짓패 골패(골패)’가 참여했다. 해당 부스는 양일간 11시부터 17시까지 운영된다.
행사에 함께한 단위들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해 참여자들이 각 단체의 활동에 가볍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비서공은 ‘호호 체육관’*을 소개하는 체험형 활동과 학내 휴게실 실태를 살펴보는 활동을, 달은 참여자의 성향에 맞는 페미니즘 학자를 찾는 테스트를 마련했다. 골패는 민중가요 부적을 제작해 배부했고, 빗소리는 노동 관련 퀴즈와 릴레이 소설 쓰기를 통해 참여를 이끌어냈다. 디스에이블 부스에서는 그간 발간한 문집을 소개하고 배부하는 활동이 진행됐다. 이처럼 각 단체의 특성과 활동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행사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호호 체육관: 대학 청소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스포츠를 즐기며 연결될 수 있도록 문화연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로, 현재 서울대에서는 배드민턴 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다.

인권제는 각종 인권문제와 학내 권리 의제 단위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관심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학소위 김지우 운영위원장(전기·정보공학 22)에 따르면 인권제의 목표 중 하나는 학내 구성원이 권리 의제를 즐겁고 가벼운 활동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빗소리 부스를 기획한 조윤서(서양사 24) 씨는 “이번 인권제를 통해 우리 주변의 노동자가 그저 배경이나 NPC*가 아니라 나와 같은 한 명의 사람으로 일하고 생각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없는 객체. 여기서는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 이외의 행동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객체를 의미한다.

날로 심화되는 학생사회의 탈정치화 흐름 속에서 인권제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행사 첫날 골패 부스를 운영한 최수지(자유전공 24) 씨는 “솔직히 사람들이 크게 관심이 없어서 슬프기도 했다”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달의 부원 김리아(사회복지 24) 씨 역시 “페미니즘 동아리인 걸 확인한 뒤에 돌아서는 분들이 있었다”며 “인권제를 계기로 페미니즘에 대한 진입 장벽이 조금이나마 낮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학내 인권제를 통해 발생하는 가능성을 목도한다. 디스에이블 최신호 『광장과 일상』의 편집장 한성용(국어국문 23) 씨는 “디스에이블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던 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 짧은 시간 동안 분명히 뭔가 일어난다고 느낄 때가 있다”며 열린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이와 같은 마주침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 인권제의 가장 큰 의미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내 인권제 부스 운영은 8일에도 문화관 앞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김지우 학소위 위원장은 “학소위에서 활동하기 전, 학내 인권제를 통해 다양한 이들을 만나며 덜 외롭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며 “인권제가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