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넘는 농담

농담을 공유하는 사이, 차별금지법 함께 만드는 사이 수다회
▲농담을 공유하는 사이, 차별금지법 함께 만드는 사이 수다회 포스터 ⓒ장애여성공감 인스타그램
▲농담을 공유하는 사이, 차별금지법 함께 만드는 사이 수다회 포스터 ⓒ장애여성공감 인스타그램

  5월 6일 전라북도 전주 ‘뜻밖의 미술관’에서 ‘농담을 공유하는 사이, 차별금지법 함께 만드는 사이 수다회(수다회)’가 열렸다. 수다회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농담》(이진희, 2025) 연계 행사로, 장애여성 인권운동 단체 장애여성공감과 영화사 반달의 주최하에 전주의 활동가들이 모여 ‘새로운 민주주의 속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차별금지법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 및 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법률안이다. 여러 차례의 입법 시도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않고 있다.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이자 《농담》 출연 배우인 진은선 씨가 광장의 의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을 다루기에 앞서, 활동가들은 자신이 발견한 광장의 의미를 공유했다.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이자 《농담》 출연 배우인 진은선 씨는 광장식 자기소개 문화에 특히 반가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진 씨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소개를 들으며 “같지 않은데, 비슷하고 연결된다”고 말하는 지점이 인상 깊었다며 광장에서의 투쟁을 곱씹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부설 노동정책연구원의 조용화 연구위원 역시 광장식 자기소개 문화가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서울 탄핵 촉구 집회의 자유 발언을 분석했을 때, ‘윤석열 파면’, ‘퇴진’ 다음으로 많이 나온 키워드가 ‘차별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이라고 밝혔다.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평등에 대한 요구가 차별금지법 제정과 연결될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반면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소속 채민 씨는 차별금지법 깃발 때문에 광장에서 시비가 걸렸던 일을 회상했다. 광장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상반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혼재하는 공간이었다. 채 씨는 그렇기에 차별금지법에 대해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는 차별금지법 제정 가능성과 그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무르익었다. 장예정 위원장은 시민들의 자유발언에 힘입어 “가시화를 고민하지 않게 된 것”을 이번 광장의 중요한 점으로 짚으며 차별금지법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조망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소속 구파란 씨 역시 농민과 노동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까지 포괄해 언급했던 자신의 자유발언을 회상하며 “채소 싫어하는 아이한테 채소를 다져서 먹이듯”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잘 모르거나 반대하는 이들에게 작은 부분부터 접근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참석자 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는 환대의 경험을 마련해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채민 씨는 퇴진 투쟁의 과정에서 “모든 시민이 역동성과 효능감을 경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채 씨는 이 경험이 계속 작동해야 하며, ‘쁘띠 무지개존’*과 같은 환대의 공간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파란 씨 역시 전주퀴어문화축제를 장기적인 목표로, 사람들이 모여 환대받는 경험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조용화 연구위원은 트랜스젠더로서 “거리를 나가고, 걷고, 사람을 만나”며 연결되는 일을, 진은선 씨는 장애 여성의 “이야기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서로 동료가 될 수 있는” 돌봄의 순간을 찾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예정 위원장은 차제연에서 시민들의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를 모으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끝났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일상적인 이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쁘띠 무지개존: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무지개 깃발을 든 개인들이 모일 수 있던 공간.

  행사는 농담의 힘에 대한 믿음으로 마무리됐다. 조용화 연구위원은 모욕은 “공간의 규칙”과 관련 있으며, 소수자들은 정상성의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공격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간의 규칙은 자의적이며, 따라서 특정 표현은 공간에 따라 모욕이 되기도 농담이 되기도 한다. 조 연구위원은 “숨구멍과 연결지점을 만들어, 내가 살아가는 공간의 규칙들을 바꿔 나가야” 하며, “거창한 실천이 아니라도 좋으니 규칙을 비웃고 뛰어넘는 사람이 되자”고 말했다.

  《농담》은 장애 여성들이 겪은 차별을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 허리’와 영화 제작사 반달이 공동 제작했으며, 장애와 젠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소수자 차별 문제를 유쾌하게 조명한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상영: 가치봄(배리어프리) 영화’ 프로그램에서 5월 8일 수어 통역 GV*와 함께 상영된다.

*GV(Guest Visit): 영화 상영시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영화에 대하여 설명하고, 관객들과 질의 응답도 주고받는 무대

▲수다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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