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부는 마르크스경제학 강사 임용하라”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 기자회견 열려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 연서명 현황 발표 및 강사 임용 촉구 기자회견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 연서명 현황 발표 및 강사 임용 촉구 기자회견

  마르크스경제학 교과목 개설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은 5월 9일 오후 2시 30분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학부에 마르크스경제학 강사 임용을 촉구했다.

  경제학부는 본래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개설해 왔으나, 해당 과목들은 2023년 이후 폐지 수순을 밟았다. 경제학부 교과위원회가 제시한 이유는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공급’이었다. 결국 2024년 마르크스경제학 과목이 연달아 폐강되며 학부과정에서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서마학은 경제학부의 마르크스경제학 지우기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은 4월 15일 경제학부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학내외에서 연서명을 모았다. 서마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5월 9일 오후 12시 16분 기준 총 2,454명의 개인, 40곳의 단체가 연서명에 참여했다고 알렸다.

  서마학은 여는 발언에서 “마르크스경제학 폐강은 대학이 비판적 사유의 기회를 거부하고, 불편한 지식의 존립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며, 결국 대학이라는 공간이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마저 외면하고 있는 사건이자 위기”라고 말했다. 또한 “마르크스경제학은 경제학 내부의 타자이며,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스스로를 반성하고 갱신하기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할 내부의 외부”라며 기후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젠트리피케이션 등 자본주의가 만든 병폐에 정면으로 응답하는 마르크스경제학의 가치를 역설했다.

  이어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소속 이재현(서양사 18) 씨는 ‘노동’의 관점에서 마르크스경제학 강의 개설을 요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씨는 故 김수행 교수가 퇴임한 이후 비정규교수(강사)가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전담했음을 짚으며 “불안정노동이 만연한 대학 강의실에서 비정규교수의 발언권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는 가운데 다양한 비판적 고민이 마주치는 대학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마르크스경제학 수업 개설을 요구한다”고 목소리 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김찬호 정책위원장은 경제학부가 주장하는 수요와 공급 부족은 사실이 아니라며 “수요조사를 통해 학생 다수가 해당 강의 수강을 원하는 것이 확인됐고, 강사 인력도 공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르크스경제학이 사라진다는 것은 경제학적 현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상업적 논리에 치중해 학문 다양성을 차단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성공회대 진태원 연구교수(민주자료관)의 발언을 한성용(국어국문 23) 씨가 대독했다. 진 교수는 마르크스경제학이 현시대에 무용하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어느 관점에서 보든 마르크스의 사상은 여전히 비판 인문사회과학의 가장 중요한 인식론적 토대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마학의 투쟁은 단순히 강의 하나의 개설을 둘러싼 투쟁이 아니라, 민주적 공화정의 인식론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근본적인 투쟁”이라며 응원을 전했다.

  작가 고병권 씨는 대학 강사로서 겪은 일화를 공유했다. 고 씨는 상업화된 대학에 실망해 오랫동안 강의를 중단했지만, 

다시 강단에 서면서 마르크스의 『자본』을 강의하기로 했다. 고 씨는 “책읽기 수업 중,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책을 펴놓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다루는 사람처럼 몰입하는 학생들을 보고 감동했다”며 “『자본』은 내가 학생들과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읽고 싶은 책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본』은 자기가 속한 시대를 읽어내는 책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 시대와의 ‘거리’를 갖게 된다”며 “나는 이것이 공부이고,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마학은 서울대 본부와 경제학부에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강사 임용 ▲마르크스경제학 강좌 개설 ▲학문 다양성 보장 ▲비정규 강사의 교육노동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 조만간 공개될 2학기 경제학부 강사 임용 공고에 마르크스경제학 강의가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서마학은 경제학부 교과위원회가 마르크스경제학 강의 개설을 끝내 거부할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승호(의류 22) 씨가 서마학의 발언을 대독하고 있다.
▲이재현 씨가 발언하고 있다.
▲김찬호 정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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