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부, 마르크스경제학 강사 임용 없다

사실상 강의 폐지 ··· ‘서마학’ 대응 예고

경제학부가 결국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강사를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회과학대학이 5월 10일 공지한 강사 채용공고에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폐지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5월 9일 마르크스경제학 강사 임용 촉구 기자회견

  경제학부의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는 1989년 故 김수행 교수가 시작했다. 2008년 김 교수 퇴임 당시 대학원생·교수진을 중심으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를 임용을 요구했으나 무산됐고, 이후에는 비정규 강사들이 강의를 맡아왔다. 현재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는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 세 개다.

  경제학부 교과위원회는 2023년 이후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공급 상황’을 이유로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축소했고, 2024년에는 3개 과목이 연달아 폐강됐다. 이러한 상황은 2024년 7월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담당하던 강성윤 강사(경제학부)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의 개설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며 공론화됐다. 강 강사는 故 김수행 교수와 함께 『자본론』 2015년판 번역에 참여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지만, 현재는 ‘경제원론1’ 등 주류경제학 강의를 배정받아 맡고 있다.

  이후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을 중심으로 강의 개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마학은 강사 채용공고 발표를 앞둔 5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학부에 마르크스경제학 강사 임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마르크스경제학 폐강은 대학이 비판적 사유의 기회를 거부하고, 불편한 지식의 존립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며, 결국 대학이라는 공간이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마저 외면하고 있는 사건이자 위기”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하루 뒤인 5월 10일 경제학부가 속한 사회과학대학은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가 배제된 강사 채용공고를 올렸다. 경제학부 강사 채용 분야는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계량경제학, 경제사 등 ‘주류경제학’ 과목에 한정됐다.

  서마학은 5월 12일 오전 입장문을 발표해, “2022년 채용공고에서 ‘경제학 전반’을 모집 분야로 명시해 마르크스경제학을 포함한 여러 세부 전공에 일단의 문호를 최소한 개방해 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공고는 명백히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를 뽑을 의지가 없다는 선언”이라고 평했다. 또한 이러한 결정은 결정은 “대학 구성원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식을 선별적으로 통제하려는 구조적인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제학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서마학이 4월 15일부터 진행한 연서명에는 총 2,454명의 개인, 40곳의 단체가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구성원으로는 학부생 260명, 대학원생 135명, 교원 등 기타 24명, 단체 8곳이 연명했다.

▲5월 9일 마르크스경제학 강사 임용 촉구 기자회견
▲5월 9일 마르크스경제학 강사 임용 촉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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