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선을 맞아 〈서울대저널〉이 주거·노동·여성·환경 등 각기 다른 의제를 내걸고 활동 중인 사람들을 찾아가 앞으로의 5년에 관해 묻는다. 각 의제가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의 삶과 어떻게 연결돼 있고, 왜 중요한지 듣는다. 6.3 대선은 12.3 내란 이후 123일간 광장을 지킨 이들이 만들어낸 조기 대선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광장의 시간이 끝나고 선거의 시간이라며 민중의 요구를 지우기 바쁘다. 빛의 혁명을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여성과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와 노동자는 논의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워지지 않고 계속 목소리 낼 것이다. 정치권을 향해 묻는다. 저기, 제가 보이시나요.

연일 치솟는 ‘집값’ 소식은 이제 일상이 됐다. ‘내 집 마련’은 먼 꿈이 됐고, 집은 더 이상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니라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그러는 사이 청년 세입자들은 ‘주거 불안’이라는 현실과 마주한다. 치솟는 월세, 보증금 사기, 불안한 계약 구조는 청년들에게 ‘살아갈 곳’이 아니라 ‘쫓겨나지 않을 곳’을 먼저 찾게 만든다.
다가오는 대선은, 청년 주거 위기의 해결책을 논하고 주거권을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릴 중요한 시간이다. 청년 세입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 공급량 경쟁을 넘어 주거 불안정 해소와 주거권 보장이라는 근본적인 이야기로 확장돼야 할 때다. 그리고 이 논의를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이어온 이들이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세입자들의 현실에 주목하는 청년층 당사자 연대다. 이들은 지금 당장 집을 이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살 수는 없더라도, 집 없는 ‘민달팽이’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2011년 창립 이래 주거 상담, 권리 교육, 정책 제안 등 활동을 진행하고 전세사기 피해 대응과 같은 긴급한 현안에 앞장서 목소리 내온 이유다. 주거권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해온 민달팽이유니온에게 이번 대선은 어떤 의미일까. 서동규 위원장과 최하은 상임활동가를 만나 이들이 보는 주거권의 현주소와 대선 이후 만들어가야 할 미래를 물었다.

그간 세입자 주거권, 주거 불평등 완화를 주된 의제로 활동을 이어왔다. 이런 의제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서동규 집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집이 권리로서 보장돼 있지 않다. 주택 소유주가 집을 무기 삼아 세입자를 차별하고 착취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세입자라는 이유로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높은 주거비를 부담해야 한다. 더 심각한 건 보증금을 투기 용도로 쓰다 잃어버리는 주택 소유주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일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모두에게 집이 권리로서 보장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 무척 필요하다.
최하은 집을 소유하지 않은 세입자라도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집을 꼭 사야 한다는 압력에서 벗어나 세입자도 안전하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세입자로 살아간다. 그런데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소유해야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 세입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제대로 된 집에서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청년 당사자로서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서동규 청년 가구 중 약 81%가 세입자로, 청년층의 절대 다수가 세입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정책을 내세우며 어떻게 집을 가지게 할 것인가에만 집중한다. 정책 대부분이 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인데, 수억 원에 달하는 분양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청년은 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값비싼 분양주택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청년 비율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청년 당사자 연대로서 그런 목소리를 담아내고 변화를 만드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주거권의 측면에서 지난 윤석열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나.
서동규 한마디로 말하자면 엉망이었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됐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분양주택을 늘리겠다고 말하며 이 부문의 예산을 증액했다. 하지만 청년이라고 지칭한 대상은 다 같은 상황에 있지 않다. 수억 원의 자산을 마련할 수 있는 일부 청년에겐 공공분양주택이 필요할지 모르나, 대부분의 청년에겐 당장 살아갈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가 예산을 들이는 공공주택 정책에서 수억 원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일부 계층에게 집을 내주고, 시세 차익으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상황을 만들고 있었으니 개탄할 일이다. 결국 공공분양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계층에게만 이득을 주는 불평등 심화의 길을 택한 셈이다.

그렇다면 지난 정부에서 어떤 활동을 했었나.
서동규 두 번의 농성을 했었다. 첫 번째로 공공임대주택 예산 회복을 요구하며 2달 정도 농성을 했다. 윤석열은 당선 후 처음으로 내놓은 2023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7천억 가량 삭감했다. 한국 전체 예산이 650조 정도 되는데, 단일 사업에서 이 정도의 삭감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과 함께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은 계속됐고, 결국 예산안은 6천억 정도 회복된 것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윤석열은 탄핵 당하기 전까지도 지속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했고, 그나마 편성된 예산도 집행하지 않은 것이 조 단위다.
두 번째로는 전세사기 문제의 적극적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다. 2023년 전후로 급증한 전세사기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전세사기의 원인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세입자의 권리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 구조다. 당연히 국가가 적극적으로 피해를 구제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당시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전세사기가 사적인 계약에서 발생했기에 국가는 책임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어서 임명된 박상우 장관도 전세사기 문제를 청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들의 연이은 망언과 정부의 미진한 대응으로 여러 피해자분께서 돌아가셨다. 두 번째 농성은 이를 규탄하며 출발했다. 주된 요구 사항은 피해 회복과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이었다. ‘국가가 피해를 선구제하고 향후 임대인이나 다른 주체들로부터 회수한다’는 적극적 피해 구제안이 상정됐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재표결이 부결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분들께 큰 절망을 안겼다. 그럼에도 결국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끝까지 연대해서 개정된 안을 통과시켰다. 여전히 더 보완돼야 하지만, 이 법은 전세사기가 국가의 구조적 문제이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선언과도 같다.
12.3 내란 이후 광장 안팎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궁금하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도 매주 광장에 나가 깃발을 들었다. 시민의 힘으로 내란을 막아낸 뒤 열린 광장에서는 새로운 민주주의에 관해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장면은 감동적이었고 많은 영감을 줬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은 주택 세입자 발언대회를 연 것이다. 주거권 보장이 국가의 책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며, 세입자 권리 보장이 새로운 민주사회를 열어내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 강조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서명이나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 속에서도 전세사기 사건은 계속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피해자분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대책위원회 출범을 돕고, 광장에 나가 피해자분들과 함께 탄원서를 받기도 했다.
최하은 사실 12.3 내란 이후 초반에는 ‘윤석열 탄핵’이라는 구호만 나와서 아쉬움을 느꼈었다. 물론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이야기였으니 이해했다. 하지만 탄핵 국면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시민 발언대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의 발언이 나왔을 때, 이 문제를 두고 대다수가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탄핵 이후에도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이미 공유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마치 연대하는 세입자들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았다. 그리고 단지 윤석열을 파면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른바 ‘윤석열들’을 파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거권을 비롯해 광장에서 나왔던 다양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담아내야 함을 많이 생각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어떤 공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서동규 윤석열 정부에 관한 평가와 맞닿아 있다. 전세사기 없는 사회, 세입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 대안이 제시되는 선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은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인데, 집을 구하는 과정을 신뢰할 수 없고 불안에 떨어야만 하는 사회에서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겠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전세사기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해결방안을 두고 명확한 의지를 보이며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대안을 만드는 데 중요한 관점은 결국 세입자 권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전세사기 같은 문제는 최근에 수면 위에 올라왔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다. 사기 당한 사람이 더 조심했어야 한다는 식으로 한국 사회가 묵인해 왔을 뿐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세입자가 계약 과정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증금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특히 정부에서 임대차 관계에서 권리 침해가 발생하는 일을 감독하고 적절히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주거 관련해서는 정보 조사부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것까지 모든 일이 압도적으로 세입자 개인의 책임으로 미뤄져 있다.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한다. 세입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 또한 대폭 삭감했던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복원하고 확대해 나가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여러 대통령 후보가 내놓고 있는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나.
서동규 실망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것들을 그대로 제시했다. 공공분양주택 공급, 대출 규제 완화,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같은 기조를 유지한 것인데, 이에 따라 발생했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전세사기 특별법을 개정하고 주택 임대차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해서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실현해 나갈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일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후보 측에서도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원래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비극적인 일들이 오래전부터 계속 벌어져 왔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주택에 있어 정의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규제 완화만을 앞세우는 것이 걱정스럽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에는 제대로 된 주거 정책이 없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과 유사하게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이야기만 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담은 주거 정책은 없고,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식의 부동산 정책만이 있다는 점에서 세 후보의 공약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나마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세입자 권리 확대나 기후정의의 관점을 녹여낸 주택 건설 등에 관한 공약을 냈다. 이는 환영할 만한 공약이라고 말하고 싶다.
민주당 선거 캠프 측과 정책 간담회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최하은 여러 청년 단체가 함께 참석한 간담회였고, 우리는 주거 의제를 이야기했다. 앞서 말한 부분들을 주로 이야기했고, 민주당 선거 캠프 측에서는 자신들의 이번 슬로건이 경청이라 말하며, ‘잘 들었다, 중요한 문제다’ 정도의 답변만 내놨다.
향후 5년을 꾸려나갈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있나. 혹은 한국 주거권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고 기대하는가.
최하은 앞서 말했듯, 자산 수준이 모두 다른 이들을 청년으로 통칭하는 거친 대상화를 벗어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계층에게 적합한 주거 정책을 꾸려나갔으면 한다. 물론 이 부분에 관해 막연하게 희망을 가질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 단체에서도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는 주거권을 굉장히 중요한 권리로 여기는 인식이 모두에게 정착했으면 한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
서동규 최소한으로는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주거에 대한 논의가 주택 소유자 차원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단체 한 회원이 사는 동네를 재개발한다는 발표가 났다. 바로 구청에 가서 문서를 열람했는데 세입자 이주에 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 다른 회원과 함께 세입자 이주 대책을 마련하라고 구청에 요구했는데, 재개발 사업은 주택 소유주가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세입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세입자도 엄연히 그 동네에 살고 있는 구성원인데, 재개발이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사회가 과연 민주사회인가 싶었다. 그래서 세입자들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보장해야 할 주거 정책이 여전히 건설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 인구 정책 등의 하위 분야로 여겨지는 지점이 많다고 느낀다. 집을 얼마나 공급할 것이냐,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해 어떻게 출생률을 높일 것이냐 같은 문제를 고민하기 바쁘다. 그러는 동안 세입자까지 아우르는 본질적 주거권이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 결국 주택 소유권이 없는 세입자로선 늘 취약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더는 이어지면 안 된다.
집은 욕망과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좁은 의미에선 나 자신을 돌보는 공간, 넓은 의미에선 이웃 간에 서로를 돌보는 공간이어야 한다. 집을 중심으로 한 생활 공동체가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런 미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