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선] 광장의 목소리는 계속된다

약자·소수자 목소리 외면하는 정치권과 대선주자들

  2025 대선을 맞아 〈서울대저널〉이 주거·노동·여성·환경 등 각기 다른 의제를 내걸고 활동 중인 사람들을 찾아가 앞으로의 5년에 관해 묻는다. 각 의제가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의 삶과 어떻게 연결돼 있고, 왜 중요한지 듣는다. 6.3 대선은 12.3 내란 이후 123일간 광장을 지킨 이들이 만들어낸 조기 대선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광장의 시간이 끝나고 선거의 시간이라며 민중의 요구를 지우기 바쁘다. 빛의 혁명을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여성과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와 노동자는 논의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워지지 않고 계속 목소리 낼 것이다. 정치권을 향해 묻는다. 저기, 제가 보이시나요.

4월 4일 파면된 윤석열은 사회적 소수자 혐오를 자양분 삼아 영향력을 키워온 정치인이었다. 제20대 대선을 두 달 앞둔 2022년 1월 7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렸다. 이는 당 정책본부 및 당대표와의 상의가 없었던 독단적 행동이었다.

문제는 윤석열의 돌발행동이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해당 발언 전 윤 후보 지지율은 34.1%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40.1%에 6%포인트 뒤쳐졌으나, 여가부 폐지 발언 이전 24.8%에 불과하던 윤 후보의 20대 남성층 지지율이 한 주 만에 58.1%까지 급상승했고, 윤 후보의 전체 지지율은 40.6%로 이 후보의 지지율 36.7%을 넘어섰다.

▲제20대 대선후보 지지도 변화 ⓒ빈채현

혐오를 업고 당선된 윤석열은 임기 중에도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이를 방어하고자 소수자 혐오를 일삼았다. 여성·성소수자가 마주하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을 부인했고, 권리를 쟁취하고자 투쟁하는 노동자·장애인 등을 ‘카르텔’, ‘폭력집단’으로 지칭했다. 혐오에 편승하고 혐오를 재생산하며 정치적 자산을 쌓는 과정에서 그가 지칭하는 ‘반국가세력’의 범위는 점차 확장됐고, 결국 그의 총부리는 국회와 시민을 향했다.


윤석열 정권에 의해 고통받고 가려지고 지워진 소수자들은, 12.3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최전선에서 윤석열의 탄핵에 앞장섰다. 여성들은 어둠을 밝히는 응원봉과 함께 ‘빛의 혁명’을 일으켰고, 성소수자들은 형형색색의 깃발을 휘날리며 광장에 모였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매일매일 곳곳에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은 비상계엄의 밤 재빠르게 대응하며 국회 앞에서 군과 경찰을 막아섰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행진의 최전선을 비롯한 곳곳에서 투쟁의 대열을 지켜냈다. 소수자들은 윤석열 탄핵과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모든 광장에서 일선에 자리했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


그것도 잠시, 윤석열 파면 이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수자 의제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소수자 의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를 피했고, 김문수 후보는 같은 당 여성의원을 ‘미스 가락시장’이라고 칭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대선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그대로 들고 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약자·소수자 혐오에 편승하고 혐오를 재생산해 대통령이 된 윤석열. 그리고 윤석열의 혐오정치에 저항하며 윤석열을 끌어내린 시민들. 그러나 다시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치권과 대선주자들. 정치권이 이들에게 눈과 귀를 돌릴 때까지, 광장의 시간은 계속된다.

▲여성·노동자·장애·성소수자가 요구하는 주요 공약 ⓒ빈채현

여성

윤석열 정부의 여성혐오 기조


윤석열은 여성혐오를 기반삼아 당선된 대통령이다. 대선 후보 시절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지지율이 오르자, 지지율 상승이 필요할 때마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고 반(反)페미니즘 정서를 조장했다.


윤석열은 당선 이후에도 여가부를 축소 및 폐지하고자 했다.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이 소임’이라는 김현숙을 장관에 임명했고, 김 장관은 취임 한 달 만에 여가부 내 조직개편 테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여가부 폐지는 몇 차례 저지됐으나,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뒤 1년 넘게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 등 윤석열의 ‘여가부 힘 빼기’는 계속됐다.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여가부 발표에 대통령실이 여가부를 감찰조사하며 압력을 가해 이를 철회시키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격적 여성혐오에 여가부를 비롯한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성평등 기능이 후퇴했다. 여가부의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는 ‘여성’이란 단어가 ‘성별’로 대체됐고,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는 여성폭력과 관련된 정책목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에서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여가부의 예산 또한 삭감됐다. 여가부는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성범죄 예방교육, 디지털성범죄 특화 프로그램 운영 비용은 전액 삭감했다. 이로 인해 2022년 9월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2024년 5월 강남역 교제살인 사건 등 여성혐오 범죄에 여가부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격적인 여성혐오 기조는 여성인권 후퇴로 이어졌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10% 넘게 줄어들었으며, 국가성평등지수는 2010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하락했다.

외면당하는 빛의 혁명


여성을 지우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에 분노한 여성들은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가 윤석열의 파면을 요구했다. 그렇게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선고로 윤석열은 파면됐고, 대한민국은 다음 5년간 국정을 운영할 대통령을 뽑는 국면에 놓여 있다.


그러나 빛의 혁명을 칭송하던 민주당은 오히려 지난 대선보다 여성공약 발표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 대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석열에 맞서 “성평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며 ‘여성 안심 평등사회’를 3대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은 10대 공약에서 별도의 여성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민주당 정책본부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보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또래 남성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며 여성 공약이 부재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기존의 성차별적 사고 및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군가산점제 도입 및 여성희망복무제를 내세웠다. 군가산점제는 여성의 공직취임기회를 제한해 평등권을 위반한다는 위헌결정으로 이미 폐지됐으며, 남성 중심으로 짜여진 군 조직에서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의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해당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강화해 다시 내놓았다.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 중 제1공약으로 정부부처 통폐합을 내세웠고, “여가부의 존속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여성단체 카르텔밖에 없다”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외치는 광장의 목소리들


차별과 혐오가 팽배했던 윤석열 정부의 3년과 그 이후 대선 국면에도 여성혐오를 일삼는 정치의 장을 비판하며, 5월 10일 페미니스트 대행진이 열렸다. 주최 측은 광장의 페미니스트들이 이끌어 낸 ‘빛의 혁명’을 기억하고, 성평등 정치를 실현할 것을 정치권에 요구했다. 대행진 중에는 젠더폭력, 성별임금격차 등 여성이 겪는 다양한 차별을 가시화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5월 17일에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를 맞아 추모행동이 진행됐다. 추모행동에서는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여는 발언에서는 여성이 매일 죽어가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침묵하는 가운데 인하대, 신당역, 신림동, 강서구, 부산, 진주 등에서 제2의 강남역이 생기고 있다며, 정치권에 여성혐오범죄와 젠더폭력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등 여성폭력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해졌지만,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지 않는, 다시 만들 세계를 위해, 우리는 계속 모이고 더욱 큰 소리로 외치고 싸울 것”이라고 결의했다.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4월 30일 국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 성평등 민주주의 개혁을 위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젠더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다음 목록은 이들이 제시한 25개 정책과제 중 일부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성평등 추진체계 회복과 강화: 여성가족부 강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실질적 처벌과 피해자 권리보장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
▲여성혐오범죄 근절과 피해자 권리보장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
▲성매매여성 비범죄화 및 성매매 수요 차단 위한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
▲디지털성폭력 구성요건 개정

노동


윤석열의 반노동정책과 노조혐오


윤석열은 임기 시작 전부터 친기업을 넘어 반노동적인 태도를 보이며 노동 탄압을 예고했다. 임기 전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노동권 보장 및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내용이 전무했고, 노사협의회 중심으로 노사 관계를 재편해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하고자 했다. 국정과제에는 ‘불법 파업’을 처벌하겠다며 노조를 위험 집단으로 취급해 통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노조 혐오는 취임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윤석열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가 ‘진짜’ 노동약자고, 조직화된 노조와 조직화되지 못한 노동자 사이에서 ‘노-노 착취구조’가 비롯됐다며 노동자 간 갈등을 유발하고 노조를 고립시켰다. 또한 안전운임제 연장 및 확장을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 호도하며 불법 딱지를 붙였고, 국무회의에서 건설노조를 ‘강성 기득권 노조’라 칭하고 ‘건폭(건설현장 폭력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노동자의 실업과 부실공사 문제를 노조 탓으로 돌렸다.

 
윤석열의 이러한 ‘불법노조’ 프레임은 노조탄압을 위한 국가폭력 동원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중단하기 위해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며, 가용 경찰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파업을 저지했다. 안전운임제 폐지 후 화물노동자의 87.9%는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2024년 5월에는 열 명의 화물노동자가 사망했다. 


나아가 윤석열은 이들이 상당한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며 재정투명성을 빌미로 회계공시를 강요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기존의 의무를 잘 준수하고 있음에도 노조가 비리의 온상인 듯한 인상을 주고, 다중의 공시의무를 추가로 부과하는 윤석열의 행보에 유감을 표했다.


윤석열은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한 손해배상 청구를 저지하고 실질적 사용자의 위치에 있는 원청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하는 노란봉투법도 가로막았다. 노란봉투법은 국회에서 두 차례 통과됐으나,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모두 무산됐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국가지도자가 있는 나라에서, 노조 조직률은 정체됐다. 2016년부터 증가하던 노조 조직률은 윤석열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22년과 뒤이은 2023년 연달아 감소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조 탄압과 ‘길들이기’가 노조를 위축시켰다 비판하며 노동취약계층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조 조직률이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논평했다.

쓰러지는 노동자들


윤석열은 자신의 임기 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도 제동을 걸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의 안전확보의무 조치 소홀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로, 국민동의청원에 10만 명이 참여하는 등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4달도 되지 않아 경영계는 윤석열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윤석열은 기업인 간담회에서 해당 법이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며 ‘기업하는 데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윤석열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기간 연장 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해당 법은 경영계의 요구로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끝나갈 즈음, 윤석열은 국회에 유예기간을 2년 더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여야 합의 불발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자 ‘야당이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민생 경제를 도외시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사용자의 편에만 선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2024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98명으로 매일 6명의 노동자는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노동자 없는 경제공약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장관으로서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법치주의’를 내세운 노조 탄압을 높이 평가했다. “불법파업에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란 말을 서슴지 않았고, 경찰이 단체교섭 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곤봉으로 유혈진압한 ‘광양사태’에서도 경찰의 진압을 옹호했다. 또, 노조 활동이 미미하던 기업의 환경을 언급하며 “감동적”이라 표현해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준석 후보는 최저임금에 대해 지자체가 30% 범위 내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지역별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는 이미 인권위가 지역의 근로자간 형평성을 저해하고,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에는 노동인력 공동화현상을 유발해 지역간 불균형도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노동 공약


대선을 앞두고 각계각층의 노동자들은 대선주자들에게 정책 수용을 요구했다. 다음 목록은 요구안의 일부다. 
▲생명안전·건강권 보장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권리 보장
▲사회보험 개편 및 고용산재보험 직종제한 폐기
▲노조법 2·3조 개정 통한 노동할 권리 보장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 및 정리해고 방지
▲헌법이 명시한 노동3권 보장

장애


장애인에 장벽 세운 윤석열 정부

윤석열은 임기 시작 전부터 장애인을 대화 상대로 간주하지 않았다. 후보 시절 장애인 활동가들은 휠체어를 타고 윤 당시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경찰 수십 명이 활동가들을 둘러싸며 접촉을 차단했고 일부 활동가는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당선인 시절에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집무실을 찾아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으나 또다시 경찰 100여 명이 활동가들을 막아섰고 윤 당선인 측은 만남을 거부했다.


이러한 불통은 곧 장애인 권리를 무시한 예산 편성으로 이어졌다. 장애인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필요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운영비 일부만 반영된 예산만을 배정하고 장애인콜택시 운전원 인건비를 배정하지 않았다. 전국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예산도 삭감해 이동권 확대를 지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정부는 장애인 이동권을 제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고용노동부는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발달장애인 지원가들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고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방문했으나, 항의방문자 25명은 전원 연행됐다. 또한 장애인이 고립된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탈시설 시범사업에는 59억 8,200만을 편성하는 한편, 장애인거주시설에는 6,695억 원을 부여하면서 장애인을 격리하고자 했다. 이에 장애권리단체는 ‘수용시설 감금 예산’이라며 이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행보는 타 지자체로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전면 폐지해 장애인 노동자 400명을 해고했다. 또 서울시는 탈시설 및 자립을 지원하는 ‘거주시설 연계사업’을 일방적으로 폐지했고, 서울시의회는 ‘탈시설지원조례’를 제정 2년 만에 없앴다.

장애인 권리 외면하는 정치권


김문수 후보는 장애인 각자가 맞춤형 서비스를 선택하게 한다는 취지로 2024년 7월 1일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개인예산제 확대를 공약했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국가가 장애인활동지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실시하는 바람에 시범사업 지원자 상당수가 활동지원시간 부족으로 사업 참여를 중단했다. 한편, 김문수 후보 캠프의 비서실장 김재섭 의원은 장애인의 날 다음날인 4월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라고 주장했고, 그 다음주 전장연의 시위를 불법화하는 ‘전장연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준석 후보는 더욱 노골적으로 장애인 혐오를 드러냈다. 전장연이 장애인의 날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재개하자 이준석 후보는 소셜미디어에 “공공을 인질로 잡은 투쟁은 인질극”이라며 이를 폄하했다. 이준석 후보는 대선 방송토론에서도 “전장연이 백만명이 넘는 시민의 발을 묶는다”며 장애인 활동가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시위의 이유 등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만을 주시하며 이를 기준으로 약자에 맞서려 든다며 비판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5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탈시설권리를 부정했다. 이재명 후보는 탈시설을 ‘가족에게 돌아가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탈시설이 강제적으로 가족에게 돌봄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왜곡된 발언이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일률적으로 (탈시설) 시점을 정해서 강제하기는 이르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대해 자립지원을 받지 못해 평균 2~30년 시설에 갇혀 사는 이들에게 할 수 없는 소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장애 공약


장애인 활동가 및 단체는 2025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구성해 대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다음 목록은 요구안의 일부다.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하여 택시, 버스, 비행기, 특별교통수단 등 모든 교통수단의 접근권 확보
▲교육이 필요한 장애인이 나이와 상관없이 공부할 수 있는 장애인평생교육 체계 마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홍보 및 이행으로서의 권리중심의 노동을 수행하는 최중증장애인 일자리 제도화
▲UN 탈시설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탈시설 로드맵」 2.0 발표
▲활동지원 상한 폐지, 정부 차원의 24시간 지원 및 개인별 지원 확대
▲광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신규 설치
▲발달장애인 주거생활 서비스 체계 확립

190호 > 특집 >저기 제가 보이시나요[2025 대선] 광장의 목소리는 계속된다약자·소수자 목소리 외면하는 정치권과 대선주자들등록일 2025.06.01 00:31l최종 업데이트 2025.06.01 13:08l 송태현 PD(mcisongth@snu.ac.kr)

  2025 대선을 맞아 〈서울대저널〉이 주거·노동·여성·환경 등 각기 다른 의제를 내걸고 활동 중인 사람들을 찾아가 앞으로의 5년에 관해 묻는다. 각 의제가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의 삶과 어떻게 연결돼 있고, 왜 중요한지 듣는다. 6.3 대선은 12.3 내란 이후 123일간 광장을 지킨 이들이 만들어낸 조기 대선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광장의 시간이 끝나고 선거의 시간이라며 민중의 요구를 지우기 바쁘다. 빛의 혁명을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여성과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와 노동자는 논의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워지지 않고 계속 목소리 낼 것이다. 정치권을 향해 묻는다. 저기, 제가 보이시나요.

사진 설명 시작. 말풍선 가운데 '저기, 제가 보이시나요'라고 써있다. 사진 설명 끝.

4월 4일 파면된 윤석열은 사회적 소수자 혐오를 자양분 삼아 영향력을 키워온 정치인이었다. 제20대 대선을 두 달 앞둔 2022년 1월 7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렸다. 이는 당 정책본부 및 당대표와의 상의가 없었던 독단적 행동이었다.문제는 윤석열의 돌발행동이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해당 발언 전 윤 후보 지지율은 34.1%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40.1%에 6%포인트 뒤쳐졌으나, 여가부 폐지 발언 이전 24.8%에 불과하던 윤 후보의 20대 남성층 지지율이 한 주 만에 58.1%까지 급상승했고, 윤 후보의 전체 지지율은 40.6%로 이 후보의 지지율 36.7%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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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후보 지지도 변화 ⓒ빈채현
혐오를 업고 당선된 윤석열은 임기 중에도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이를 방어하고자 소수자 혐오를 일삼았다. 여성·성소수자가 마주하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을 부인했고, 권리를 쟁취하고자 투쟁하는 노동자·장애인 등을 ‘카르텔’, ‘폭력집단’으로 지칭했다. 혐오에 편승하고 혐오를 재생산하며 정치적 자산을 쌓는 과정에서 그가 지칭하는 ‘반국가세력’의 범위는 점차 확장됐고, 결국 그의 총부리는 국회와 시민을 향했다.
윤석열 정권에 의해 고통받고 가려지고 지워진 소수자들은, 12.3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최전선에서 윤석열의 탄핵에 앞장섰다. 여성들은 어둠을 밝히는 응원봉과 함께 ‘빛의 혁명’을 일으켰고, 성소수자들은 형형색색의 깃발을 휘날리며 광장에 모였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매일매일 곳곳에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은 비상계엄의 밤 재빠르게 대응하며 국회 앞에서 군과 경찰을 막아섰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행진의 최전선을 비롯한 곳곳에서 투쟁의 대열을 지켜냈다. 소수자들은 윤석열 탄핵과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모든 광장에서 일선에 자리했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
그것도 잠시, 윤석열 파면 이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수자 의제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소수자 의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를 피했고, 김문수 후보는 같은 당 여성의원을 ‘미스 가락시장’이라고 칭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대선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그대로 들고 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약자·소수자 혐오에 편승하고 혐오를 재생산해 대통령이 된 윤석열. 그리고 윤석열의 혐오정치에 저항하며 윤석열을 끌어내린 시민들. 그러나 다시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치권과 대선주자들. 정치권이 이들에게 눈과 귀를 돌릴 때까지, 광장의 시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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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

·장애·성소수자가 요구하는 주요 공약 ⓒ빈채현 

여성윤석열 정부의 여성혐오 기조
윤석열은 여성혐오를 기반삼아 당선된 대통령이다. 대선 후보 시절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지지율이 오르자, 지지율 상승이 필요할 때마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고 반(反)페미니즘 정서를 조장했다.
윤석열은 당선 이후에도 여가부를 축소 및 폐지하고자 했다.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이 소임’이라는 김현숙을 장관에 임명했고, 김 장관은 취임 한 달 만에 여가부 내 조직개편 테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여가부 폐지는 몇 차례 저지됐으나,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뒤 1년 넘게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 등 윤석열의 ‘여가부 힘 빼기’는 계속됐다.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여가부 발표에 대통령실이 여가부를 감찰조사하며 압력을 가해 이를 철회시키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격적 여성혐오에 여가부를 비롯한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성평등 기능이 후퇴했다. 여가부의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는 ‘여성’이란 단어가 ‘성별’로 대체됐고,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는 여성폭력과 관련된 정책목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에서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여가부의 예산 또한 삭감됐다. 여가부는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성범죄 예방교육, 디지털성범죄 특화 프로그램 운영 비용은 전액 삭감했다. 이로 인해 2022년 9월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2024년 5월 강남역 교제살인 사건 등 여성혐오 범죄에 여가부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격적인 여성혐오 기조는 여성인권 후퇴로 이어졌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10% 넘게 줄어들었으며, 국가성평등지수는 2010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하락했다.

외면당하는 빛의 혁명
여성을 지우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에 분노한 여성들은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가 윤석열의 파면을 요구했다. 그렇게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선고로 윤석열은 파면됐고, 대한민국은 다음 5년간 국정을 운영할 대통령을 뽑는 국면에 놓여 있다.
그러나 빛의 혁명을 칭송하던 민주당은 오히려 지난 대선보다 여성공약 발표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 대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석열에 맞서 “성평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며 ‘여성 안심 평등사회’를 3대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은 10대 공약에서 별도의 여성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민주당 정책본부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보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또래 남성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며 여성 공약이 부재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기존의 성차별적 사고 및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군가산점제 도입 및 여성희망복무제를 내세웠다. 군가산점제는 여성의 공직취임기회를 제한해 평등권을 위반한다는 위헌결정으로 이미 폐지됐으며, 남성 중심으로 짜여진 군 조직에서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의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해당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강화해 다시 내놓았다.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 중 제1공약으로 정부부처 통폐합을 내세웠고, “여가부의 존속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여성단체 카르텔밖에 없다”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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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는 광장의 목소리들
차별과 혐오가 팽배했던 윤석열 정부의 3년과 그 이후 대선 국면에도 여성혐오를 일삼는 정치의 장을 비판하며, 5월 10일 페미니스트 대행진이 열렸다. 주최 측은 광장의 페미니스트들이 이끌어 낸 ‘빛의 혁명’을 기억하고, 성평등 정치를 실현할 것을 정치권에 요구했다. 대행진 중에는 젠더폭력, 성별임금격차 등 여성이 겪는 다양한 차별을 가시화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5월 17일에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를 맞아 추모행동이 진행됐다. 추모행동에서는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여는 발언에서는 여성이 매일 죽어가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침묵하는 가운데 인하대, 신당역, 신림동, 강서구, 부산, 진주 등에서 제2의 강남역이 생기고 있다며, 정치권에 여성혐오범죄와 젠더폭력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등 여성폭력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해졌지만,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지 않는, 다시 만들 세계를 위해, 우리는 계속 모이고 더욱 큰 소리로 외치고 싸울 것”이라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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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4월 30일 국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 성평등 민주주의 개혁을 위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젠더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다음 목록은 이들이 제시한 25개 정책과제 중 일부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성평등 추진체계 회복과 강화: 여성가족부 강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실질적 처벌과 피해자 권리보장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여성혐오범죄 근절과 피해자 권리보장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성매매여성 비범죄화 및 성매매 수요 차단 위한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디지털성폭력 구성요건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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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윤석열의 반노동정책과 노조혐오
윤석열은 임기 시작 전부터 친기업을 넘어 반노동적인 태도를 보이며 노동 탄압을 예고했다. 임기 전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노동권 보장 및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내용이 전무했고, 노사협의회 중심으로 노사 관계를 재편해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하고자 했다. 국정과제에는 ‘불법 파업’을 처벌하겠다며 노조를 위험 집단으로 취급해 통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노조 혐오는 취임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윤석열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가 ‘진짜’ 노동약자고, 조직화된 노조와 조직화되지 못한 노동자 사이에서 ‘노-노 착취구조’가 비롯됐다며 노동자 간 갈등을 유발하고 노조를 고립시켰다. 또한 안전운임제 연장 및 확장을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 호도하며 불법 딱지를 붙였고, 국무회의에서 건설노조를 ‘강성 기득권 노조’라 칭하고 ‘건폭(건설현장 폭력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노동자의 실업과 부실공사 문제를 노조 탓으로 돌렸다. 
윤석열의 이러한 ‘불법노조’ 프레임은 노조탄압을 위한 국가폭력 동원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중단하기 위해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며, 가용 경찰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파업을 저지했다. 안전운임제 폐지 후 화물노동자의 87.9%는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2024년 5월에는 열 명의 화물노동자가 사망했다. 
나아가 윤석열은 이들이 상당한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며 재정투명성을 빌미로 회계공시를 강요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기존의 의무를 잘 준수하고 있음에도 노조가 비리의 온상인 듯한 인상을 주고, 다중의 공시의무를 추가로 부과하는 윤석열의 행보에 유감을 표했다.
윤석열은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한 손해배상 청구를 저지하고 실질적 사용자의 위치에 있는 원청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하는 노란봉투법도 가로막았다. 노란봉투법은 국회에서 두 차례 통과됐으나,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모두 무산됐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국가지도자가 있는 나라에서, 노조 조직률은 정체됐다. 2016년부터 증가하던 노조 조직률은 윤석열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22년과 뒤이은 2023년 연달아 감소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조 탄압과 ‘길들이기’가 노조를 위축시켰다 비판하며 노동취약계층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조 조직률이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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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노동자들
윤석열은 자신의 임기 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도 제동을 걸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의 안전확보의무 조치 소홀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로, 국민동의청원에 10만 명이 참여하는 등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4달도 되지 않아 경영계는 윤석열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윤석열은 기업인 간담회에서 해당 법이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며 ‘기업하는 데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윤석열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기간 연장 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해당 법은 경영계의 요구로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끝나갈 즈음, 윤석열은 국회에 유예기간을 2년 더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여야 합의 불발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자 ‘야당이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민생 경제를 도외시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사용자의 편에만 선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2024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98명으로 매일 6명의 노동자는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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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없는 경제공약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장관으로서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법치주의’를 내세운 노조 탄압을 높이 평가했다. “불법파업에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란 말을 서슴지 않았고, 경찰이 단체교섭 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곤봉으로 유혈진압한 ‘광양사태’에서도 경찰의 진압을 옹호했다. 또, 노조 활동이 미미하던 기업의 환경을 언급하며 “감동적”이라 표현해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준석 후보는 최저임금에 대해 지자체가 30% 범위 내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지역별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는 이미 인권위가 지역의 근로자간 형평성을 저해하고,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에는 노동인력 공동화현상을 유발해 지역간 불균형도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노동 공약
대선을 앞두고 각계각층의 노동자들은 대선주자들에게 정책 수용을 요구했다. 다음 목록은 요구안의 일부다. ▲생명안전·건강권 보장▲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권리 보장▲사회보험 개편 및 고용산재보험 직종제한 폐기▲노조법 2·3조 개정 통한 노동할 권리 보장▲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 및 정리해고 방지▲헌법이 명시한 노동3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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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장애인에 장벽 세운 윤석열 정부윤석열은 임기 시작 전부터 장애인을 대화 상대로 간주하지 않았다. 후보 시절 장애인 활동가들은 휠체어를 타고 윤 당시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경찰 수십 명이 활동가들을 둘러싸며 접촉을 차단했고 일부 활동가는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당선인 시절에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집무실을 찾아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으나 또다시 경찰 100여 명이 활동가들을 막아섰고 윤 당선인 측은 만남을 거부했다.
이러한 불통은 곧 장애인 권리를 무시한 예산 편성으로 이어졌다. 장애인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필요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운영비 일부만 반영된 예산만을 배정하고 장애인콜택시 운전원 인건비를 배정하지 않았다. 전국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예산도 삭감해 이동권 확대를 지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정부는 장애인 이동권을 제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고용노동부는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발달장애인 지원가들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고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방문했으나, 항의방문자 25명은 전원 연행됐다. 또한 장애인이 고립된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탈시설 시범사업에는 59억 8,200만을 편성하는 한편, 장애인거주시설에는 6,695억 원을 부여하면서 장애인을 격리하고자 했다. 이에 장애권리단체는 ‘수용시설 감금 예산’이라며 이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행보는 타 지자체로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전면 폐지해 장애인 노동자 400명을 해고했다. 또 서울시는 탈시설 및 자립을 지원하는 ‘거주시설 연계사업’을 일방적으로 폐지했고, 서울시의회는 ‘탈시설지원조례’를 제정 2년 만에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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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 외면하는 정치권
김문수 후보는 장애인 각자가 맞춤형 서비스를 선택하게 한다는 취지로 2024년 7월 1일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개인예산제 확대를 공약했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국가가 장애인활동지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실시하는 바람에 시범사업 지원자 상당수가 활동지원시간 부족으로 사업 참여를 중단했다. 한편, 김문수 후보 캠프의 비서실장 김재섭 의원은 장애인의 날 다음날인 4월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라고 주장했고, 그 다음주 전장연의 시위를 불법화하는 ‘전장연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준석 후보는 더욱 노골적으로 장애인 혐오를 드러냈다. 전장연이 장애인의 날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재개하자 이준석 후보는 소셜미디어에 “공공을 인질로 잡은 투쟁은 인질극”이라며 이를 폄하했다. 이준석 후보는 대선 방송토론에서도 “전장연이 백만명이 넘는 시민의 발을 묶는다”며 장애인 활동가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시위의 이유 등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만을 주시하며 이를 기준으로 약자에 맞서려 든다며 비판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5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탈시설권리를 부정했다. 이재명 후보는 탈시설을 ‘가족에게 돌아가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탈시설이 강제적으로 가족에게 돌봄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왜곡된 발언이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일률적으로 (탈시설) 시점을 정해서 강제하기는 이르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대해 자립지원을 받지 못해 평균 2~30년 시설에 갇혀 사는 이들에게 할 수 없는 소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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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공약
장애인 활동가 및 단체는 2025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구성해 대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다음 목록은 요구안의 일부다.▲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하여 택시, 버스, 비행기, 특별교통수단 등 모든 교통수단의 접근권 확보▲교육이 필요한 장애인이 나이와 상관없이 공부할 수 있는 장애인평생교육 체계 마련▲유엔장애인권리협약 홍보 및 이행으로서의 권리중심의 노동을 수행하는 최중증장애인 일자리 제도화▲UN 탈시설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탈시설 로드맵」 2.0 발표▲활동지원 상한 폐지, 정부 차원의 24시간 지원 및 개인별 지원 확대▲광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신규 설치▲발달장애인 주거생활 서비스 체계 확립

성소수자


성소수자 혐오하는 윤석열과 인권위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당시 후보는 한국교회연합을 만나 차별금지법이 소수를 차별하지 않기 위해 다수를 차별하는 ‘역차별’이라며, 이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인식은 인사과정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윤석열이 지명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는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등 성소수자 혐오를 여실히 드러냈다. 또 안창호 당시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을 야기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때 내정된 인권위는 반인권적인 결정을 내렸을 뿐 아니라, 소위원 중 한 명이라도 인권위 의제에 반대한다면 언제든 의제를 기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했다. 기존에는 의제를 소위원회에서 재적인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하고, 전원이 찬성하지 않으면 합의에 이를 때까지 토의를 이어 갔다. 끝내 소위원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사항은 전원위원회로 회부해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임명한 김용원 상임위원을 비롯한 위원들은 소위원회에서 재적인원 전원이 찬성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전원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도 자동 기각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윤석열 정부 인권위는 이와 같은 의결방식을 본 안건 통과 전에도 계속해 왔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이러한 의결방식에 위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제도에서 지워지는 성소수자


윤석열 정부 인권위가 들어서며 성소수자의 존재는 제도에서 점차 지워졌다. 인권위 보고서에서 이전까지 계속 포함돼 있던 차별금지법,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첫 인정 판결 등 성소수자 인권 부분이 대거 삭제됐다. 인권위의 사이버 인권 교육 과정에서도 ‘차별금지법의 이해-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 콘텐츠가 폐기됐다. 


인권위 기능을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는 다른 정부 부처에도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는 ‘2022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성평등’, ‘섹슈얼리티’ 등의 용어를 삭제했다.


학생인권조례 또한 속속들이 폐지됐다. 학생인권조례는 성소수자를 비롯해 일하는 학생, 출산 경력이 있는 학생, 육아를 하는 학생 등 모든 학생이 차별받지 않기 위한 조례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계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했고, 국민의힘 지방의원들이 이를 받들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시민들이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원고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외면당하고 왜곡되는 성소수자 공약


이재명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 의지를 묻는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대선토론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이것(차별금지법)으로 논쟁과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해야 될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임기 5년 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할 생각이 있냐는 한 언론사의 질문에는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차별금지법 외면은 단지 이재명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 전반적인 분위기이기도 하다. 대형교회에서 강력하게 차별금지법에 반대 의사를 보인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차별금지법이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은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왜곡했다. 김문수 후보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조두순이 초등학교 수위를 한다고 해도 막으면 차별이 될 수 있다’며 혐오를 조장했고, 이준석 후보도 전과자도 차별하지 말라는 거냐며 이에 동조했다. 이러한 보수진영 대선후보의 의도적인 왜곡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특정한 사유로 사람을 다르게 대우하는 행위라도 다른 법률에 규정된 경우 예외에 해당한다’며, 성범죄자의 초등학교 수위 취업제한은 아동·청소년보호법에 규정돼 있음을 알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 민주사회의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성소수자 공약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성소수자 의제를 외면하고 왜곡하는 대선 정국을 비판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연대체 ‘무지개행동’은 ‘제21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다음 목록은 요구안의 일부다.
▲차별금지법 제정
▲민법 개정을 통한 동성혼 법제화
▲트랜스젠더 성별 자기결정권 보장
▲가족구성권 보장
▲성소수자 인권침해 예방 및 구제 방안 마련
▲차별없는 성소수자 건강권 보장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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