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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알이 된 판코, 느티나무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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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알이 된 판코, 느티나무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난 10월 31일 언어교육원(137동)에 위치한 ‘Cafe FANCO(판코)’가 영업을 종료했다.갑작스러운 폐점을 둘러싸고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10월 31일 생협학생위원회 백승범(경제 09) 학생위원장은 ‘스누라이프’ 게시글을 통해 폐점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판코의 학생들은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 직영 매장에서 근무를 계속할 것이라 전했다.

 지난 10월 31일 언어교육원(137동)에 위치한 ‘Cafe FANCO(판코)’가 영업을 종료했다. 갑작스러운 폐점을 둘러싸고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 10월 31일 생협학생위원회 백승범(경제 09) 학생위원장은 ‘스누라이프’ 게시글을 통해폐점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판코의 학생들은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 직영 매장에서 근무를 계속할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11월 12일 판코에서 근무하던 학생들은 생활과학대학 푸드서비스 연구실과 생협의 일방적인 태도에 항의했다. 논의 없는 폐업과 느티나무 개장은 학생들의 입장을 배제한 절차라는 것이었다. <서울대저널>은 판코의 설립과 운영, 폐점 과정과 현재의 상황을 살펴봤다.

 

판코는 어떻게 시작됐나

 판코는 언어교육원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언어교육원에서 교육받는 외국인의 수가 증가하자 언어교육원 김성곤 원장은 2003년 본부에 카페 설립을 요청했다. 학교는 생활협동조합에 운영을 부탁했으나 생협은 적자를 예상하고 거절했다. 이후 학교는 푸드서비스를 담당하는 윤지현 교수(식품영양학과)에게 카페의 설립을 제안했다. 윤 교수는 생활과학대학 푸드서비스 마케팅 연구실 소속의 대학원생을 위한 실습의 공간으로서 카페를 운영할 것을 약속 받고 제안을 수락했다.

 카페의 설립이 확정되자 본부와 언어교육원, 윤지현 교수, 생활협동조합은 카페의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윤 교수와 푸드서비스 마케팅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카페의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하고, 생협은 당시 국립대였던 서울대를 대신해 카페의 회계업무와 법적 지원을 맡기로 협의했다. 언어교육원은 카페의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했다. 이를 토대로 2004년 9월 ‘Cafe FANCO’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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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판코 설립을 위해 회의한 내용. 부총장, 언어교육원 원장, 생활협동조합 직원, 윤지현 교수, 식품영양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회의에서 카페의 설립 취지를 명확히 하고 운영과 관련된 역할을 분담했다.

 

대학원생 중심의 실습장에서 학생들의 판코로 변화

 개점 이후 판코는 학생들이 주축이 돼 운영됐다. 식품영양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 매니저로 임명됐으며 식품영양학과 석사과정의 대학원생은 부매니저로 활동했다. 푸드서비스 연구실 소속의 매니저와 부매니저는 운영진회의를 통해 카페 전반의 일을 결정하고 업무를 분담했다. 운영진을 돕고 실질적인 업무를 행하는 이들 또한 학생들이었다. ‘파트너’로 불렸던 이들은 식품영양학과를 비롯한 다양한 학과 소속의 학부생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구성원의 지위와 조직체계가 바뀌었다. 푸드서비스 연구실 소속의 대학원생 수가 줄어들면서 부매니저로 활동 가능한 학생들이 부족해지자, 판코의 학부생도 카페의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오랜 경력을 쌓은 학부생들은 추천과 승인을 거쳐 ‘캡틴’이 됐고, 매니저, 부매니저와 함께 카페 운영의 한 축을 담당했다. 또한 윤지현 교수의 승인 하에 일부 캡틴은 부매니저로 임명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학원생과 함께 판코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파트너’라는 명칭은 ‘프렌즈’로 바뀌었다.

 

매니저

부매니저

캡틴

32

푸드서비스연구실

생활과학대학 1

타 단과대학 3

타 단과대학 3

33

푸드서비스연구실

생활과학대학 1

타 단과대학 1

생활과학대학 2

타 단과대학 3

34

푸드서비스연구실

타 단과대학 1

생활과학대학 3

타 단과대학 4

35

푸드서비스연구실

푸드서비스연구실 1

생활과학대학 1

타 단과대학 1

생활과학대학 1

타 단과대학 4

36

푸드서비스연구실

생활과학대학 1

타 단과대학 1

생활과학대학 1

타 단과대학 4

37

푸드서비스연구실

생활과학대학 1

타 단과대학 2

생활과학대학 1

타 단과대학 4

38

푸드서비스연구실

생활과학대학 3

타 단과대학 1

생활과학대학 2

타 단과대학 2

39

푸드서비스연구실

푸드서비스연구실 4

타 단과대학 2

생활과학대학 2

타 단과대학 2

40

푸드서비스연구실

푸드서비스연구실 3

생활과학대학 2

타 단과대학 3

▲32기부터 40기까지 운영진회의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신분이다. 부매니저의 다수와 모든 캡틴은 학부생이었다.

 판코의 학생들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스스로의 문화를 형성해나갔다. 베스트 프렌즈 제도, 베스트 캡틴 제도, 신입 왕 선발제도를 통해 근무태도의 증진을 도모하고, 벌점 제도를 도입해 업무 규율을 강화했다. 또한 매 학기마다 새 학생들을 맞이하고 교육했다. 정기적인 워크샵을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생협과 푸드서비스 마케팅 연구실의 마찰과 폐점

 지난 9월 23일 생협에서 윤지현 교수에게 보낸 메일은 판코 폐점의 발단이 됐다. 생협 김태수 팀장은 김수욱 집행이사(경영학과)와 논의 후 판코에 근무하는 학생들 중 생활대 학부생을 제외한 이들을 계약 만료 시기인 12월 20일에 내보내고, 생협 소속의 직원을 판코에 둘 것을 제안했다. 생협이 제시한 요구의 근거는 판코의 서비스 질이 낮다는 것이었다. 10월 2일 김 집행이사는 생활과학대학 교수 세 명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제안을 시행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윤 교수는 판코가 매 해 생협에서 실시하는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학부생들이 운영하는 카페에기에 미숙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협 측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규선 본부장은 “생협이 요구하는 바는 판코의 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것이며, 학부생이 많아 서비스의 질이 좋지 않다면 애초의 취지대로 생활과학대학 학부생에게만 실습의 장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생협의 강경한 입장을 파악한 윤 교수는 “생협 이사회와 집행이사가 판코의 영업을 종료하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다”며 당시의 판단을 전했다. 윤 교수는 판코 학생들의 단기근로계약이 종료되는 12월 20일에 운영을 종료할 것을 식품영양학과 교수회의의 안건으로 올렸다. 교수들은 판코의 운영권이 윤 교수와 연구실에 있다며 윤 교수의 결정에 동의했고, 생활과학대학 학장의 승인을 거쳐 10월 14일 판코의 폐점이 결정됐다. 10월 16일 윤 교수는 생협에 생활과학대학의 결정을 알렸다. 다음날 판코에서 근무하는 학부생들은 푸드서비스 연구실로부터 12월에 판코의 운영이 종료된다는 결정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후 운영의 과정에서 생협과 푸드서비스 연구실은 지속적인 마찰을 겪었다. 판코의 회계를 관리하는 생협이 사전에 협의 없이8, 9월의 판코의 이익금을 푸드서비스 연구실에 전달하지 않은 것이었다. 10월 25일 윤지현 교수는“생협 측에 ‘판코의 운영을 위해서는 이익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지만 이규선 본부장은 ‘집행이사가 결재를 하지 않아 보낼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윤 교수는 판코의 운영을 10월 말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대학원생들이 판코의 운영으로 많이 지친 상황이었고, 이익금이 들어오지 않아 운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연구실의 입장을 밝혔다.

 이익금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생협의 이규선 본부장은 “생협의 직영 매장이 아닌 판코로 하여금 생협이 요구하는 것을 수행하게 만들고자 했다”며 “이익금 지불을 지연함으로써 판코를 제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익금을 늦게 보낸 적이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으며 이번 달 이익금의 액수는 크지 않기 때문에 판코의 폐점이 이 때문은 아닌 것 같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판코.png

 

갑작스러운 통보와 생협의 인수인계, 판코 공동체는 어떻게 되는가

 윤지현 교수와 푸드서비스 마케팅 연구실의 결정으로 10월 31일 판코는 영업을 종료했다. 생협은 29일 판코의 폐점을 알게 됐다. 학부생 부매니저와 프렌즈들은 30일에 통보받았다. 푸드서비스 마케팅 연구실은 운영을 그만두고 생협에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하지만 생협과 연구실은 근로계약기간이 남아있던 판코의 학부생들에게 차후 카페의 운영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생협을 찾아가 판코가 형성해온 내부의 문화는 어떻게 될 예정인지 물었지만, 생협의 김인옥 실장은 “판코는 모든 것이 10월 31일로 종료 된다”고 답할 뿐이었다. 다만 김 씨가 “판코의 문화와 현재 상황을 파악하면서,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는 소통을 통해 정해야 할 것”이라 밝히면서, 판코의 학부생들은 생협이 협의의 가능성을 알린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판코가 정리되고 느티나무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생협은 기존의 판코가 지녔던 문화를 이해하고 학생들과 협의하는 부분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판코의 학생들은 11월 7일 생협에 판코를 설명하는 글을 보내고 협의를 요청했지만 생협은 대답이 없었다. 10일에 학생들이 다시 논의를 요청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을 들을 뿐이었다. 이에 대해 40기 판코의 부매니저로 활동했던 박민수(교육 12) 씨는 “11월 12일까지 생협은 학생들에게 근무할 것을 통보할 뿐 학생들과 운영 방식을 논의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장에 대해 생협은 학생들의 항의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생협 이규선 본부장은 “실무 입장에서 협의를 약속했을 수 있지만, 이것은 생협의 정책 차원에서 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며 “판코가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판코의 학생들이 운영 과정에 대해 협의를 요청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점한 이래 판코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10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푸드서비스 마케팅 연구실에 소속된 대학원생들을 위한 실습의 장으로 출발했지만, 다양한 학과의 많은 학부생들이 판코를 거치며 연구실과 함께 운영방향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판코의 영업이 종료되고 느티나무가 개장하는 과정에서 연구실과 생협 모두 학부생의 입장을 고려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판코에서 근무했던 학생들과 생협이 11월 13일부터 느티나무의 운영 계획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40기 판코의 부매니저로 활동했던 박민수 씨는 “학생들에게 계약상 주도권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판코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에서 학생들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며 “판코의 가치가 생협 속에서도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판코라는 문화가 느티나무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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