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 서울대입구역에서 지난 2월 해고된 셔틀버스 운전사 석봉규씨가 1인 시위를 벌였다. 석봉규씨는 본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보완지침’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노조탄압을 멈추고 해고자 원직 복직과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했다. 이후에는 셔틀버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기자회견은 3월 13일 행정관 앞에서 이뤄졌으며 ▲노조 탄압 중지 ▲해고자 원직 복직 ▲기간제 무기 전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어떤 근로환경 속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본 기자는 3월 23일 하루 동안 셔틀버스 운전사의 하루를 함께해봤다.
3월 후반이었지만 302동 근처에 위치한 차량정비고 331동의 바람은 아직 매웠다. 현재 이 곳의 1층은 차량정비고로 사용되고 2층과 3층은 각각 비정규직, 정규직 운전사들이 업무를 준비하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다. 운전사들의 공식 근무 시간은 아침 8시부터지만 차량 정비 등의 시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7시면 오전반 전원 출근 완료다.

2012년 9월 이후 서울대학교 셔틀버스 운전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정훈(35)씨. ⓒ박나연 사진기자
아침 7시 오늘 기자가 함께 할 첫 번째 운전사는 이정훈(34 사진)씨다. 이씨는 마을버스 운전사로 1년 반의 운전 경력을 쌓은 뒤 2012년 9월 서울대학교 셔틀버스 기간제 운전사로 취직했다.
옷을 갈아입고 차량 배치 순서 및 시간표를 확인한 후 이씨는 컵라면으로 사무실에서 간단히 아침을 때운다. 아침 식사 후에는 무전기 배터리량을 점검하고 벽에 붙어 있는 청소표를 확인한다. 이곳의 청소는 별도의 청소직원 없이 운전사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청소를 마치고 나서는 운행할 차량을 간단히 정비한다. 엔진오일, 냉각수, 브레이크, 각종 벨트 등을 점검하고 나니 7시 15분. 금일지침을 확인하며 운행일지를 작성한 후에는 시동을 걸고 차체가 좀 달궈지도록 예열을 시작한다.
7시 35분, 이정훈 운전사와 기자가 탄 2호 버스가 서울대입구역을 향해 출발했다. 서울대입구역과 행정관 사이에 오전 8시~10시에는 14대가, 10시~11시에는 10대가 운행한다. 1호차는 8시 서울대입구역 출발을 목표로 이미 출발했다. 보통 이 시간에는 관악소방서와 관악구청 쪽 길이 막히기 때문에 후문 쪽으로 돌아서 간다. ‘3번 지역’이라고 불리는 기숙사 삼거리를 지날 때쯤, 입구역에서 학생들이 승차를 시작했다는 1호차의 무전이 들렸다. 잠시 뒤 8시 4분 기자가 탄 2호차에도 학생들이 승차를 시작했다. 맨 앞줄까지 서서 가는 사람들로 버스는 가득 찼다. 이정훈 운전사는 곧바로 무전을 통해 정류장에 남아있는 학생들 수를 전달했다. 입구역의 셔틀 버스 안내문에는 배차 간격이 3~5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오전 8시에서 11시에는 셔틀버스가 탄력 근무제로 운영된다. 앞차가 출발하면서 남은 학생들의 수를 전체 무선으로 전달하고, 그 수에 맞춰 다음 차의 출발 시각이 결정된다. 그래서 매일 아침 보통 아홉시 반 수업을 전후로 다음 차, 그 다음 차까지 뒤이어 바로 내려온다. 앞 차가 학생들을 가득 태우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차가 문을 열어주는 ‘감동적인’ 광경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많은 셔틀 운전사들이 학생들이 승하차할 때 일일이 인사한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승차하는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이정훈 씨. ⓒ박나연 사진기자
오전 8시~11시 30분 8시 45분부터는 한 차 이상 분의 학생들이 타지 못하고 남았다. 이 때는 차량계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이 학생들의 승차를 지도하고 남은 학생 수를 파악해서 기사에게 전달해주기도 했다. (여기서 작은 팁 하나! 당신이 셔틀버스 줄에 서 있다면, 제2공학관 셔틀버스 줄보다 앞인지 뒤인지 확인해보라. 제2공학관 셔틀버스 줄이 시작하는 즈음까지가 보통 한 차 분량이다. 따라서 지금 그 뒤에 서있는데 이번 차를 안타면 지각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정문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5511, 5513, 5516 또는 순환셔틀을 이용하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2호차는 입구역에서 행정관으로 계속해서 학생들을 실어 날랐다. 행정관에 도착한 후 이정환 운전사는, 시간 맞춰서 계속 운행해야되기 때문에 근무 시간에는 화장실을 다녀오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입구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입석까지 꽉 차있다. ⓒ박나연 사진기자
오전 11시 30분~12시 30분 총 5번의 왕복 후 이정환 운전사의 오전 근무가 끝났다. 오전 11시까지 입구역, 대학동, 낙성대 셔틀버스를 이용해 학교로 들어가는 인원은 대략 7-8000명. 상당히 큰 숫자다. 이정환 운전사를 비롯해 오전 근무를 마친 운전사들은 차량계로 돌아와 순서대로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원래 한 달 근무 일수(20회)에 야근(4회) 횟수에 맞춰 20장 이상의 식권이 배부됐는데, 작년 여름부터는 식권이 지급되지 않았다. 학생식당까지 내려가려면 한참 걸리기 때문에 각자 밥과 반찬을 싸와 사무실에서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한다. 이 날은 월요일이라서 오후 근무 전까지는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이번 달부터 수요일에는 자하연이나 본부 앞에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집회를 연다. 기간제 운전사들의 고용개선을 요구하고, 본부의 노조탄압을 비판하는 결의문을 낭독하는 자리다. 사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자하연이나 본부 앞으로 내려와 집회를 진행하고, 다시 차량계로 돌아가 오후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3월부터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는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다. 발언은 주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고용개선에 관해 정부가 내놓은 보완지침을 준수하라는 내용이다. ⓒ허상우 사진기자
오후 12시 30분 ~ 4시 점심 시간 이후에는 다시 입구역과 행정관을 왕복한다. 이 시간부터는 하교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는 10분 간격으로 정확하게 시간 맞춰서 운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전기가 조용하다. 이정훈 운전사는 2시 15분쯤 6번째 운행을 마친 이후 다시 차량계로 올라가 네 시까지 휴식 시간을 가졌다. 휴식 시간에는 보통 사무실 청소를 마저 하고, 다음 근무를 준비하기 전까지는 수면을 취한다.
오후4시 ~ 7시30분 3시 50분부터는 하교하는 학생들로 셔틀 줄이 길어지고, 셔틀버스 운행은 다시 탄력 근무체제로 돌아간다. 무전기를 든 운전사의 손도 덩달아 바빠진다. 오후 5시부터 7시 반까지는 시간 외 근무다. 오전 8시~10시와 마찬가지로 하교하는 학생들로 셔틀버스는 7시 반 마지막 차까지 꽉꽉 찬다.
이렇게 해서 이정훈 운전사의 근무가 끝났다. 운행을 마친 이씨는 버스의 불을 끄고 차량계로 돌아간다. 금일 지침을 다시 확인하고, 운행 거리 등을 적는 운행 일지를 작성한 후에는 퇴근한다. 내일은 이씨가 한 달에 4번 있는 야간 근무를 하는 날이다. 1년에 연차가 11일 주어지지만, 연차를 하루 사용하면 실제 근무 일수에서도 하루씩 차감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운전사가 오후 3시 사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정진석 운전사(41)가 출근했다. 정진석 운전사는 오늘 야간 근무를 담당하는 세 명 중 한 명이다. 야간 근무는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인데, 아침 근무자와 마찬가지로 3시에 미리 출근해 차량을 정비하고 운행일지를 확인한다. 정씨는 이정훈 운전사와 같은 해에 입사했고, 그 전에는 래미콘 차량을 10년동안 운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정진석 운전사 역시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입구역과 행정관 사이를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운전한다. 공식적으로 야간 근무는 저녁 7시 반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나가는 근무는 ‘지원을 나간다’고 표현한다. 7시 반 이후에는 마찬가지로 사무실 청소, 휴식, 운행일지 확인, 차량 점검을 한 뒤 도서관 셔틀 운행 전까지 사무실에서 대기한다.
오후9시~11시반 야간 근무자의 제일 중요한 업무는 도서관 셔틀버스 운행이다. 셔틀버스는 9시 10분부터 11시 1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배차 된다. 10시 10분까지는 세 대씩, 그 이후에는 네 대씩이다.
9시 10분, 40분, 10시 10분까지는 3대의 차량이 운행한다. 입구역으로 1대, 대학동으로 1대가 배치되고, 학생들이 남아있는 쪽으로 나머지 한 대가 가는 것이다. 10시 40분과 11시 10분에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심야 근무자가 지원을 나와서, 입구역으로 두 대, 대학동으로 두 대가 출발한다. 그래서 11시 10분에는 그전의 두 줄과 달리 총 네 대의 줄이 본부 앞에 늘어서있는 풍경이 연출되고는 한다. 보통 10대에서 많게는 14대의 차량이 배치되어있는 낮 근무와 달리 3~4대의 차가 30분 간격으로 본부 앞을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사들의 마음은 바쁘다. 차가 안 막히면 짧게는 3~4분만에 입구역에 도착할 수 있지만, 관악구청 앞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면 본부까지 돌아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날은 다행히 차가 크게 막히지 않아, 9시 10분에 본부를 출발해 입구역에 학생들을 내려주고, 다시 행정관 앞으로 9시 30분 전에 돌아올 수 있었다. 출발 5분 전에는 승차를 시작하므로, 9시 40분에 다시 본부를 출발하기 전에 5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정진석 운전사는 셔틀버스의 안전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먼저 매년 본부 차원의 건강검진을 지원받는 정규직 운전사들과 달리 기간제 운전사는 계약 과정, 또는 근무과정에서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다. 또한 정기적인 안전 및 정비 교육 또는 훈련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 씨는 특히 셔틀버스는 통로까지 학생들이 다 서서 가는데, 순환 셔틀 몇 개를 제외한 나머지 버스들에 뒷문이 없다는 점, 창문도 열리지 않고 비상시에 직접 깨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기적인 안전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는 점을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는 운전사 본인이 알아서 차량 점검을 간단히 진행하다가 이상이 있는 점을 보고하거나, 또는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 차량계에 통보가 되는 식으로 차량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고용 계약을 맺고 나서도 아무런 공식적인 정비 교육 같은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씨는 특히 본부측에서 앞으로 55세 이상만 고용할 것이라고 밝힌 적 있는데, 안전 및 정비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본부의 결정이 더더욱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또한 관정 도서관 개관 이후 셔틀버스 이용 인원이 늘고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본부 측에 문의한 결과, 임시 조치를 마련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4월 1일부터는, 10시 40분부터가 아니라 9시 40분부터 4대의 차량이 도서관 셔틀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본부는 그와 동시에 수요조사를 실시해 앞으로의 운행방편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11시반~새벽2시반 심야에도 셔틀버스 운행은 계속 된다. 오늘의 심야 근무자는 정태석(45) 운전사다. 10시 40분과 11시 10분에 도서관 셔틀 ‘지원근무’를 나갔다 온 뒤 12시 운행을 준비하러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다. 마찬가지로 사무실 청소를 잠시 하고 운행일지를 확인한 뒤 시간 맞춰 나간다. 심야셔틀버스는 자정, 새벽 한시, 새벽 두 시에 차량계에서 출발해 역순환셔틀과 비슷한 노선으로 운행된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공대 쪽에서도 10명 가까운 사람들이 셔틀에 탔고, 나머지 정류장에서도 2명 이상씩 셔틀에 올라탔다. 교수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도 있었고, BK 국제관 쪽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새벽 두 시까지 근무가 끝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무전기를 비롯해 사무실 집기를 정리하고, 운행일지를 점검하고 차 키를 반납한다. 여기까지가 심야 근무자의 업무다. 한 달에 두 번 심야를 하고 나면, 다음 날은 야간 근무에 배치된다. 심야 근무에 이은 야간 근무 다음 날에는, 하루 쉬는 정규직과 달리 다시 7시까지 출근이 반복된다.

밤 열두시, 한시, 두시에는 교내 순환셔틀 운행이 이루어진다. 야간 근무자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서관 셔틀 운행 지원도 나간다. 이번 학기부터는 학생들이 많아 4월 1일부터 지원 운행 횟수를 2회에서 4회로 늘렸다. ⓒ김대현 사진기자

사무실 한 편에 있는 게시판에는 청소표, 근무시간 뿐 아니라 각종 유의사항들도 적혀있다. ⓒ김대현 사진기자
하루 종일 셔틀버스에 앉아 있으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는 운전사들과 또 빠짐없이 인사하는 학생들을 보았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내리면서 음료수나 간식을 건네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친절하게 인사하기’가 정착된 이후에 친절카드를 받았다고 은근슬쩍 자랑하는 운전사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내버스와 달리 친절카드가 앞문에만 꽂혀 있어서, 기자 본인도 친절 카드가 있는 지조차 몰랐었다. 셔틀버스 운전사들은 기숙사식당이 밤마다 독서실로 변하는 것을 보며 “서울대학생들 보면 진짜로 공부 열심히 해요” 라며 감탄하고, 총학생회 선거와 학생사회도 관심 있게 지켜본다. “서울대잖아요. 엘리트들인데, 뿌듯하죠.” 입구역에서 시내버스에 끼여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안쓰럽다고도 하며, 서울대학생들을 태우고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고 운전하는 그들은 바로 서울대학교 셔틀버스 운전사들이다.
*취재가 이루어진 아침 8시~저녁 7시 입구역 대학동 셔틀, 도서관 셔틀, 심야 셔틀 외에도, 아침7시~8시 낙성대, 입구역 및 대학동에서 행정관을 왕복하는 셔틀, 수원 왕복 셔틀, 저녁 6시 20분 교직원 셔틀등이 운행중에 있다. 수원 셔틀을 제외한 나머지 셔틀버스는 정규직 운전사가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