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김종서 교육부총장을 만나다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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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김종서 교육부총장 ⓒ김대현 사진기자

  네 차례 진행된 진로 고민 좌담회를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공통적으로 학교가 학생들의 진로문제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교수-학생 교류가 형식적이어서 아쉽다거나, 학과 커리큘럼이 지나치게 이론적이라는 등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불만 및 요구사항에 대해 학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대저널>이 김종서 교육부총장을 인터뷰했다.

학과 커리큘럼에 불만을 표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공계열의 경우 경직된 커리큘럼으로 인해 복·부전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고,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커리큘럼을 따라가도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를 고려했을 때 바람직한 커리큘럼은 어떠해야 하나?

  이공계열 학생들은 졸업하면서 자신의 전공 분야로 전문성을 가지고 나가야하기 때문에 많은 전공 필수과목들을 이수해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폭넓게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에서 특정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키면, 당장의 취업 성과는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와 같은 학문중심대학에서는 취업과 직결되는 공부보다는, 학문적 가능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정보를 바로 알려주는 것보다는 정보를 얻는 방법, 개발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교육을 너무 특정한 지식분야에 한정시켜버리면 그 분야로 편협한 인간이 되어 다양한 가능성을 잃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은 본인이 원한다면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을 포괄해서 말하자면, 커리큘럼을 짤 때 국제적인 보편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서울대학교는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중심대학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최근 들어 중국과의 교류가 많아졌다고 해서 경제학부 이수과목에 중국관계무역, 중국관계경제 관련 과목들만 넣어두면 다양한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을 모두 포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커리큘럼을 너무 트렌드에 맞춰 짜는 것은 국제적인 표준과 멀어지는 길이다. 따라서 취직을 위해, 당시의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많은 대학에서 고시반·로스쿨반 등을 설치하고 있다.

  만약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관련 분야의 교수님들이 그에 대해 신경을 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목적이 고시 합격, 로스쿨 합격은 아니다. 요새 학생들이 취직하기 정말 어렵다는 건 알지만, 고시반·로스쿨반을 운영하기는 힘들다.

  한편 사회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시기에 취업이 힘든 문과계열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국가적으로 특단의 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도 그 노력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진로탐색과정에서 교수와의 적극적인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다.

  학생들이 진로탐색과정에서 교수들과 만나기 어렵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서울대학교 같은 연구중심대학에서는 학부 학생들이 크게 관리를 못 받는 경향이 있다.

  교육부총장으로서 교수들에게 학부생들의 진로 문제에 관해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을 드리고는 있지만, 연구도 하면서 학부생 상담까지 맡는 게 쉽지 않은 교수들의 상황도 이해해야 한다.

현재의 취업난과 관련해 학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만 선호하는 현상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대기업에 가야 결혼하기도 좋고, 근무 환경도 좋고, 임금 수준도 좋다며 대기업 취직을 바란다. 하지만 대기업에 들어간 학생은 여러 분야들로 세분화된 과정에서 한 분야만을 담당하기에 전체적으로 회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 즉, 자기 자신이 부품처럼 취급된다.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장점은 없더라도,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하게 하기 때문에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러므로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전문화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일할 당시의 안정성은 보장되지만, 그만큼 발전할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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