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가 박 씨에게 보낸 공문.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서울대학교가 미술관 비정규직 박수정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학교는 박 씨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함으로써 박 씨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거부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비정규직)를 고용하면 해당 근로자는 무기계약을 맺은 것으로 간주한다. 박 씨는 10월 6일부터 근무한지 24개월이 돼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노조)은 박 씨에 대해 “서울대 역사상 처음으로 차별 시정을 신청한 용기 있는 여성”이라며, “서울대학교는 차별을 고발하고 노조 활동에 앞장섰던 박수정 조합원의 해고 통보를 철회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씨는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도 명절휴가비, 정액급식비 등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지난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박 씨는 4월에 신청이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7월, 중노위는 고용관계에 따른 수당의 차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정했다.
서울대학교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국제대학원에서 2년간 근무했던 J 씨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학교는 노조 관계자와 국제 대학원장을 방문한 J 씨에게 “유급휴가를 줄 테니 출근하지 말라”며 회유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는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에 미온적인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8월 공개된 서울대학교의 ‘비정규직 운영 개선 계획’ 에 따르면 학교는 ‘무기계약이 재정부담을 가중하기 때문에 계약기간 만료 시 원칙적으로 전환을 금지한다’는 내부 원칙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비정규 직원 수는 2011년 490명에서 2015년 83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무기계약 전환 비율은 21.3%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늘리고 무기계약 전환을 거부하면서 절감한 인건비를 서울대학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공개한 ‘국립대학교 비정규직 고용 및 무기계약 전환 현황자료’에 의하면 학교는 절감한 인건비를 건물 신축이나 리모델링 비용으로 사용했는데, 그 금액은 2013년, 2014년에만 260억에 달한다. 이러한 서울대학교의 모습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를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