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제10대 최저임금위원회는 2016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6,030원으로 의결했다. 정부는 역대 최고로 인상된 결과라고 발표했지만 노동자 측은 심의촉진구간이 제안된 시점에 이미 의결에 불참함으로써 반발을 드러냈다. 사용자 측에서는 소상공인연합회가 고용노동부에 이의제기를 함으로써 6,030원이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이 평균생활을 보장할 수 있어야한다는 노동계와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해야한다는 경영계의 의견대립이 팽팽하다. <서울대저널>은 박준성 공익위원(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 김진숙 근로자위원(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 김대준 사용자위원(소상공인연합회 이사)을 만나 위원회의 구성, 최저임금의 의미, 이번 임금협상과정 등에 대해 물었다.

Q. 내년도 최저임금인 6,030원을 평가해달라.
박준성 작년과 비교해 인상률도 높고, 진지한 협상 끝에 타결됐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당사자 간의 이해가 잘 조정된 결과다. 외형상 근로자위원이 불참한 상태에서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투표로 의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김진숙 6,030원에 노동자들도 울고 영세자영업자들도 울었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와 정부가 짜놓은 적당한 선의 각본이었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연초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바람만 넣었는데 결국은 예년 수준의 금액으로 결정됐다.
김대준 내년도 고용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우려가 깊다. 사용자 측에서는 6천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소폭 인상은 괜찮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소상공업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Q. 제10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 구성됐는가. 위촉된 위원들이 해당 그룹 전체를 잘 대표했는지 궁금하다.
박준성 노사공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됐다. 사용자위원은 전국단위의 사용자 단체에서, 근로자위원은 양대노총에서 추천을 받아 고용노동부장관이 재청, 대통령이 위촉한다. 공익위원은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노동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자나 5년 이상 노동법, 노사관계, 노동 분야를 연구한 교수 또는 10년 이상 노동 분야를 연구한 경험이 있는 학자 중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 대통령이 위촉한다. 이번 제10대에는 직접이해당사자가 역대 어느 위원보다 많이 참석했다. 금년 회의에서 진지하고 다양한 논의가 가장 많이 전개됐다.
김진숙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이 4명을, 한국노총이 5명을 추천했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담아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돼서 한국노총에서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이, 민주노총에서는 저와 청년유니온 김민수 대표가 추천받았다. 근로자위원들이 충분히 각 계층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본다.
김대준 사용자위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의 추천을 받아 위촉된다. 아직 소상공인업계가 추천할 권한은 없어서 저는 무역협회의 추천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소상공인이나 영세업자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된다는 지적이 있다 보니 소상공인 업계를 대변하는 위원들이 위촉됐다. 각 업계의 목소리는 잘 반영됐다.

Q. 의결 과정에서 각각 공익, 근로자, 사용자위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박준성 공익위원으로서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필요한 법적인 기준과 관련 통계, 전문 지식을 노사 위원들이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조정 의견을 제시하고 협상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이었다. 위원장으로서는 노사가 지나친 갈등의 표출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회의를 진행했다.
김진숙 본격적인 논의를 하는 전원회의 전에는 생계비전문위원회와 임금수준전문위원회가 열린다. 노동자들의 생계비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토의하는 생계비전문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미혼 단신근로자 생계비를 분석한 통계청 자료를 검토하고 그에 따른 실제 생계수준에 우리가 얼마나 부합한가에 대해 토론했다.
김대준 생계비전문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대구와 부산의 사업장을 현장방문해서 근로자들의 생계비 부분에 대해 면담도 하고 사용자들의 지불능력도 파악했다. 사용자 측에서는 업종별로 다르게 임금을 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Q. 심의촉진구간(인상률 6.5%~9.7%)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11차 전원회의 때 근로자위원들이 전원 퇴장했고 12차 때는 표결을 앞두고 사용자위원 두 명이 퇴장했는데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최종적으로 6,030원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
※심의촉진안 : 노사 간 심의를 촉진하기 위해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중재안으로, 정부는 임금인상률과 소득분배를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박준성 노사 간에 더 이상 수정협상안이 나오지 않아 운영위원회 노사 간사들이 공익위원에게 심의촉진구간을 요구했다. 심의촉진안을 낸다는 것은 공익위원이 정해주는 인상률 범위 안으로 들어와서 협상을 하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에서는 근로자임금인상률 4.4%에 소득분배개선분 2.1%을 더한 6.5%의 인상률은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 상승을 고려한 협상조정분 3.2%를 더한 9.7%가 최대 인상률로 제시됐다. 근로자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을 선포하는 순간 퇴장했다. 사용자와 공익위원만 출석한 12차 전원회의에서 협상조정분 3.2% 중에 1.2%만 반영을 해 두 번째로 6,030원이라는 공익안을 냈다. 이때 최소 인상을 주장해오던 소상공인 측 사용자위원 두 명이 퇴장했다.
김진숙 심의촉진구간이 나오고 나면 더 이상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심의촉진구간 최대인상률로 두 자리 수를 제안하지 않으면 근로자위원은 퇴장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저임금은 어차피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정해질 것이기 때문에 구간을 넓게 내도 공익위원이 손해 볼 건 없다. 공익위원들도 최대한 노측을 고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6.5~9.7%의 구간이 제시됐고,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 판단해 퇴장했다.
Q. 이번 임금 의결에 정부의 역할이나 영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박준성 소득분배개선분을 반영하라는 지침이 정부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얼마나 반영할 건지는 공익위원의 몫이다. 위원회는 정부에 종속적이지 않다. 야당 일각에선 공정성을 위해 공익위원 중 3명은 야당 추천, 3명은 여당 추천, 3명은 정부 추천을 받도록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는 공익위원이 3명으로 줄어드는 격이다.
김대준 협상 과정에 정부의 개입은 없지만 공익안이 사실 정부안이라고 본다. 한편 올해처럼 노동계가 다 퇴장할 정도로 협상을 험하게 만든 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해 노측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정부의 책임이다.

Q. 7차 전원회의에서 월환산액을 고시하는 안에 대해 사용자위원이 반발해 전원 퇴장한 일이 있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이 제안의 논점은 무엇인가.
※월환산액 : 주당근로기준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이며, 단일한 금액으로 정해지는 월급과는 다른 개념이다. 여기에는 주 40시간 근로 기준 주 8시간의 주휴수당이 포함돼있다. 고시 시 주당근로기준시간이 함께 표기된다.
김대준 그 제안의 본질은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정하자는 거였다. 최저임금법 제5조에는 “최저임금액은 시간․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정한다. 이 경우 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할 때에는 시간급으로도 표시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암묵적으로 표기되던 월환산액을 명문화시키자는 게 발단이 된 건 맞지만 나중에 노동계에서는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자고 했다. 현재는 주 단위로 정해 시간급을 표시하고 있고, 노측의 제안이 성립하려면 시간 단위로 정해 월급을 표시해야 하는데 이것은 5조에 위배된다. 주휴수당은 원래 지급됐던 몫이고 문제의 본질도 아니다.
김진숙 월급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월급을 명시하자는 거는 원래 줘야하는 주휴수당을 주자는 거다. 사용자위원들은 월급을 명시하면 안 줘도 되는 돈을 줘야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주휴수당을 지급하게 돼있는데 이것을 안 주면서 법을 어기는 사용자들이 많다는 거다.
박준성 5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시간급으로 표시되던 최저임금을 월환산액도 함께 고시하자고 제안했다. 초과근로시간 수당이나 주휴수당을 받지 못해 시급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나빠지는 점을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월환산액에는 주휴수당에 대한 요구나 현장의 다양한 형태의 근로시간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영세사업자들의 의식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 안에 대해 의결하려고 했을 때 사용자가 반대 의사 표시로 퇴장했고, 8차 전원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급과 함께 월환산액을 고시하도록 요청하기로 다시 의결했다. 월급은 우리가 정할 수도 없고 그것으로 표시하려던 것도 아니다.
Q.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미만근로자) 비율도 늘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성준 미만근로자 문제는 꺼내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근로감독에 대한 소홀을 지적 받을까봐 꺼리고, 사용자는 악덕기업가 소리를 들을까봐 쉬쉬하고, 노동자나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올리지 말자는 얘기냐고 비난을 받을까봐 숨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각지대가 늘어나면 지표만 오를 뿐 양극화 해소는 요원해지고, 실질적인 소득분배개선이 무용지물이 된다. 내년에는 미만근로자 문제를 더 강하게 제기하려고 한다.
김진숙 미만근로자가 많아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안 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최저임금을 안 지켜도 된다는 것은 사용자들의 인식의 문제다. 영세업자들이 못 지키는 환경에 대해서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주는 등 정부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대준 미만근로자의 증가는 최저임금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다. OECD 선진국의 경우 최저임금의 영향률은 보통 5%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작년에 14.6%였고 이번에 18%까지 올랐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지불능력을 고려치 않은 금액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미만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는 영세소상공인들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사용자들에게는 세제 혜택이라든가 인건비 지원을 통해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뒤 대폭적인 인상을 하면 노사 모두에게 좋다. 돈은 대기업이든 정부든 다른 데서 나와야 한다.
※영향률 : 새로 적용될 최저임금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로자의 비율(추정치)
Q.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이 가지는 의미와 기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준성 최저임금제의 목적은 최저 수준의 임금을 법으로 정하고 강제해서 근로자의 급여수준을 책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가지고 생활수준향상 등을 바라는 것은 과도한 기대라고 본다.
김진숙 최저임금은 그 이상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임금의 하한선을 정해놓은 거지, 그만큼만 주면 된다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를 바라보는 그 사회의 수준이다. 노동을 저평가하는 인식이 금방 바뀌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나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의 안정까지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노측의 초기 제안이었던 시급 1만원은 우리나라 노동자가 2.5인의 가구를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평균생계비 월 209만원의 시급 환산액이다. 경제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고 노동자의 기본생활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가치이자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본다.
김대준 최저임금은 1인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의식주 해결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받아야 할 임금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