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계열에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이?!

2017학년도 신입학생 입학전형과 예상되는 기대와 우려

 지난 4월 30일, 입학관리본부는 2017학년도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사항을 최종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예체능계열(미술대학,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음악대학)에서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2014년 10월에 있었던 서울대학교 국정감사에서는 미술대학, 음악대학, 자유전공학부의 특목고 출신 학생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본부는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으나, 예술 공교육의 현실을 고려해 미술대학과 음악대학은 지역균형선발전형의 도입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3월, 본부는 미술대학, 음악대학에서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표> 2017학년도 예체능계열 지역균형선발전형 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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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학업 역량을 두루 갖춘 인재를 선발

 이에 대해 권오현 입학본부장은 예체능계열의 특성상 지역균형선발전형 운영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예체능 역량과 학업 역량을 균형 있게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예체능계열 학과에서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역균형선발전형의 확대는 예체능 공교육을 강화하려는 국가정책에 서울대가 동참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 본부장은 “제도가 안착된다면 예체능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용덕 미술대학장은 “방법적인 문제와 실패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술대학은 지금까지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이 학장은 “하지만 본부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확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미술대학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도입해보자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능이 있고 열정도 있는데 형편이 안 돼서 서울대에 지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그러한 학생들을 배제한 채 입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국립대학의 책무를 다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체능계열 학생들, 기대와 우려 교차

 지역균형선발전형 도입에 대한 예체능계열 학생들의 의견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났다.

 미술대학

서양화과에 재학 중인 권 씨는 “지역균형선발전형 도입이 경제적지역적 사정으로 인해 정보 교류에서 소외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씨는 또한 “서양화과에서는 기술만이 아니라 시각과 표현도 중요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어도 창의적인 학생들이 들어온다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디자인학부생 정 씨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실기평가가 도입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기존의 일반전형과 어떠한 차이점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방에 살더라도 이미 고3 때 상경해서 공부를 하는데 지역균형선발전형이 도입되더라도 그러한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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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기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대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홈페이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축구를 전공하는 김현(체육교육 11) 씨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실시하는 실기평가가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의 서울대 입시를 생각했을 때, 체육에 열정과 소질이 있는 학생보다는 내신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선발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예체능 공교육이 붕괴됐기 때문에 예체능에 열정과 소질이 있는 학생들은 지방 출신이더라도 서울에 있는 특목고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점이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김현우(체육교육 12) 씨는 “지금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반전형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운동을 해왔던 학생들 역시 적게 선발될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체교과 내의 세부 전공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입학 후에 전공 분야를 찾아 매진하더라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김 씨는 “무용의 경우 수상실적이 특기자 전형 1단계 통과에서 결정적이다. 하지만 대회 입상에는 당일 컨디션, 운, 심사위원의 특성 등 주관적인 요소도 중요해서 실력은 뛰어나지만 수상실적이 없어 서울대 입시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해 수상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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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중인 서울대학교 축구부의 모습. ⓒ서울대학교 축구부 페이스북

음악대학

 기악과를 졸업한 마유경 씨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엘리트 코스를 거쳐서 서울대 음대에 입학하는 관행을 언급하면서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점은 기대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음대는 오케스트라처럼 협연을 많이 하다 보니 집단 자체의 평균 실력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가능성을 보고 선발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실력 차이가 현저하게 난다면 그 학생은 적응을 어려워하고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마 씨는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참고해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잘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악과에 재학 중인 장 씨는 “도입 취지에 기본적으로 찬성”이라고 답변했다. 장 씨는 “인문계고와 지방 예고 학생들의 음악 스타일이 서울 소재 예고들과는 많이 달라서 서울 소재 예고 출신이 주류인 서울대에 지원하기를 꺼려하고 지원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다양한 음악적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악과는 협연을 많이 하는 편인데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중 일부가 객관적인 실력 부족으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면서 지역균형선발전형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장 씨는 “그렇기 때문에 공정하고 체계적인 선발뿐만 아니라 선발 이후에도 수준별 수업을 운영하는 등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는 지속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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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과 ‘정악합주’수업에 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2017학년도부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음악대학에서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실시하게 됐다. ⓒ서울대학교 음대소식지 제15호

입학본부, “차분히 준비할 것”

 학교 역시 이러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었다. 권오현 입학본부장은 “예체능 분야는 학업 역량과 함께 전공 분야의 소양이 필수적”이라면서 “예체능계열에서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도 실기평가가 도입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체능 공교육이 무너진 상황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이 시기상조라는 우려에 “중등학교 여건과 대입 환경을 고려해서 예체능계열에는 소수의 인원을 배정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인원 배정보다 내실 있는 운영이기 때문에 앞으로 차분히 논의하면서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권 본부장은 기존의 일반전형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일반전형과 지원 자격이 다르기 때문에 실기평가 방식도 다르다”면서 “단계별 평가체제를 따르는 일반전형과 달리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서류평가, 면접, 실기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실기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에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해소하고 고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대학과 논의 중이며 세부사항은 내년 3~4월에 확정 된다”고 말했다.

입시 제도 변화, 중요한 것은 신뢰

 이용덕 미술대학장은 “지역균형선발전형 확대는 기본적으로 교육 철학의 변화”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학생들이 예상하는 우려는 전부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지역균형선발전형이 현 입시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탈피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에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장은 “현재 서울대의 입시 제도는 대학은 팔짱끼고 앉아서 누가 잘하나 지켜보고 수험생이 알아서 뛰어야 되는 구조”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능성은 배제하고 현재의 실력만을 절대적으로 평가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학생들은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교수들이 찾아다니면서 인재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입시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대학 간의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확대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학교 측이 이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부가 학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역균형선발전형 확대를 통해 실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학생들의 신뢰는 잃고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새롭게 들어오는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 학장은 인터뷰 마지막에 “지역균형선발전형이 학내 구성원들과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예체능계열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운영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입학본부와 해당 대학 및 학과가 얼마나 치밀하고 열심히 준비하는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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