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원자력발전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것

원자력발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돌아보다

  원자력발전은 핵분열을 기본원리로 한다. 핵분열이란 원자핵에 중성자가 첨가돼 두 개의 다른 원자핵으로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중성자 2-3개가 같이 방출되는데, 이것이 곧 다른 핵에 첨가되면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와 같은 연쇄반응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 터빈을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원자력발전소(원전)의 주요 설비로는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 원자로에서 발생된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발전기, 원자로의 과열을 막아 주는 냉각재 등이 있다.

  원자력발전의 연료로는 주로 우라늄이 활용된다.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우라늄의 대부분은 핵발전에 적합하지 않아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천연 우라늄의 99%를 차지하는 우라늄 238에서 동위원소 분리법을 통해 우라늄 235를 분리해낸 후, 이를 원자력 발전의 연료로서 적합한 형태로 여러 차례 가공한다. 완성된 핵연료가 약 18개월에 걸쳐 발전에 사용되고 난 뒤에는 사용후핵연료가 된다. 사용후핵연료는 냉각시키기 위해 일정 기간 보관됐다가 경우에 따라 재활용되거나 처분된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예측도, 복구도 불가능하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의 비극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태도를 바꿔놨다. 스위스는 향후 20년 안에 원자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고 선언했으며 독일 또한 2022년까지 완전한 탈핵 의사를 공표했다. 일본은 강렬했던 대지진과 함께 비통에 빠졌고 국내에서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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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후 각국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이후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의 점진적 축소를, 독일은 2022년까지 완전한 탈핵을 선언했다. ⓒ아사히신문

  원자력발전을 지지하는 이들은 원전의 안전이 인간의 통제·관리 기술을 통해 담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주한규 교수(원자핵공학)는 “원전을 설계할 때 ‘설계기준사고’를 고려한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상정하고 이에 대처하는 설비를 갖추는 것이다”라며 국내 원전이 사고에 대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물리적 구동력에 의해 작동하는 설비를 여러 겹으로 설치하면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의 안전을 우려하는 이들의 주장은 다르다. 한밭대 조영탁 교수(경제학과)는 “1960년대 이후 원자력 안전기술이 꾸준히 개선됐음에도 10년에 한 번 꼴로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원자력 안전이 100% 보장될 수 없다는 증거”라며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선진국의 경우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단순한 설계 기준의 충족만을 따지는 ‘결정론적 평가’를 넘어 원전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확률론적 평가’를 수행한다”며 한국의 경우 원전의 안전성이 지나치게 설비 중심적으로만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에 납품되는 부품과 관련한 비리 문제는 이러한 안전 설비의 실효성을 더욱 떨어트린다. 원전 비리는 2011년을 기점으로 고리, 영광, 월성 원전의 광범위한 납품비리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며 사회에 알려졌다. 특히 2013년에는 원전 안전과 직결된 부품인 제어케이블의 품질등급서가 조작된 사건이 밝혀져 사회를 경악에 빠트렸다.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는 “거짓 부품을 교체했다고 해도 이것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그리고 하청업체 간 유착관계를 검증할 통로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원전 비리 문제가 안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예측을 벗어난 원인으로 발생하는 사고의 존재 가능성은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위협한다. 이에 대해 주한규 교수는 “한국은 자연재해의 영향을 적게 받아 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중대사고를 방지하려면 사고에 대비하는 설비의 유지·보수가 잘 돼야 하고, 비상 사태에서 조직이 절차에 따라 움직이도록 잘 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순진 교수는 “아무리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결국 기술을 제어하는 것은 인간이며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원전 사고가 인간이 생각지 못한 변수로 발생한다는 점, 사고 시 상황이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게다가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영탁 교수는 “원전 사고는 단 한번의 발생으로도 인간과 환경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윤순진 교수 역시 “원자력 발전은 한 번의 사고가 굉장히 중요하다. 작은 사고가 쌓여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큰 사고는 작은 사고의 축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한 번의 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하는 원자력발전은 인간과 환경에게 부담을 주는 발전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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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공학과의 주한규 교수는 중대사고의 예방에 있어 사람과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대현 사진기자

방사선 피폭의 ‘안전한’ 기준치는 어디에도 없다

  원자력발전이 방출하는 방사선 문제 또한 안전을 둘러싼 논의의 중추를 이룬다. 원자력발전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몇만 년에 걸쳐 인간에게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을 내뿜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밀폐한 뒤 깊은 지하에 묻는 것이 현재의 처분 방식이다. 이마저도 한국에서는 아직 방폐장이 존재하지 않아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저장하고 있다.

  원전이 내뿜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현재 영광, 고리 등 원전 인근 지역에서는 원전의 암 유발 책임을 두고 주민들의 집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고리원전 인근 주민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갑상선암 발병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원전과 암 발병율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 합의된 바가 없다. 《한국탈핵》의 저자 동국대 김익중 교수(의학과)는 “의학 교과서에 방사능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 관계가 있다고 기술돼있다. 또한 원전 주변 주민에게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논문은 여러 나라에서 발표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암 자체의 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원전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은 기준치 미만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흔히 제기된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팀장은 “방사선 피폭 기준은 관리를 위해 정해진 것이지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답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민간인의 연간 허용 피폭선량을 1mSv에서 20mSv로 올렸다. 기준치를 넘으면 그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지역이 1mSv를 넘겼기 때문이다. 20mSv가 의학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처럼 방사선 피폭에 대한 기준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의 이유 있는 발전 원가?

  원자력발전은 한국의 전체 에너지 발전량의 30%를 담당하며, 다른 발전원에 비해 단가가 저렴하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원의 단가는 발전비용(건설비, 운영비, 연료비)과 외부비용의 합으로 계산된다. 운영비에는 인건비, 유지관리비, 사후처리비용이 포함되고, 외부비용에는 입지갈등비용, 사고위험비용 등이 포함된다. 2014년 한국의 원자력발전 판매단가는 54.7원/kWh으로 여러 발전원 가운데 가장 저렴했다. 그런데 이런 경제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쟁점은 비용 계산이 타당하게 이루어졌는지에 있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의 단가가 낮은 주된 이유는 원자력발전소의 건설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주한규 교수는 “80년대 후반부터 원전 건설 경험과 기술이 축적됐고 한 부지에 밀집해 원전을 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순진 교수는 “건설 기간이 타국에 비해 짧고,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세액 공제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저렴한 건설비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조영탁 교수는 낮은 단가의 이유로 핵연료에 부여되는 면세혜택을 꼽았다.

  원가에 대한 논란의 지점 중 하나는 추정하기 어려운 사후처리비용의 규모다. 사후처리비용에는 원전해체비, 중저준위폐기물 처리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이 있다. 윤순진 교수는 “아직 없는 사후처리기술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계산했을지 궁금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사후처리비용은 가정에 따라 다르게 추정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발표한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은 53조원이지만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일본의 시산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는 72조원이었다.

  원자력발전의 발전 단가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외부비용의 포함 여부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원자력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2014)’에 따르면 한국은 원자력발전의 발전 단가에 외부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 본부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외부비용을 발전 단가에 내재화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원가에 사고위험비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환경오염이나 원전고장에 대한 사고위험비용은 보험금의 형태로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5천억 원의 손해배상조치를 해야 원전을 운전할 수 있다는 원자력손해배상법에 의거해 책임보험에 가입돼있다. 사고발생 시 배상조치 한도를 넘는 경우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위험비용 내역이나 보험금이 원가에 포함돼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탈핵팀장은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처리에 지금까지 100조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생각하면 현재의 보험금 수준으로 사고를 대비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외부비용이 고려됐다 해도 조건에 따라 가격은 다르게 산정될 수 있다. 조영탁 교수가 분석한 ‘발전설비별 원가 재산정 시나리오’에서는 사고위험비용이 어느 수준으로 포함됐느냐에 따라 발전 단가가 다르게 계산됐다. 발전비용을 고려했을 때는 원전이 제일 저렴했지만 사고위험비용을 단계별로 포함하자 단가가 높아졌다. 이렇게 원자력발전은 원가와 그 구체적인 계산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가정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제성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 가격이 저렴한지에 대한 검토가 어려운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을 값싼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원자력발전이 현재 국내 전력수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윤순진 교수는 “경제성이 과연 안전성과 동등한 가치인지 생각을 해야 한다”며 경제적 효율성에 대해 재고할 것을 언급했다. 원자력발전에 대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논란 속에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한 면밀한 검토와 합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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