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육을 말할 권리

교육환경개선협의회를 진단하다

  학생은 교육을 받는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유익한 조언을 할 수 있다. 기존에 학생이 교육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창구로는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다지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토론되는 장은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총학생회와 본부가 진행하는 교개협은 1999년 처음 생겼다. 시기는 비정기적으로, 과거에는 일 년에 5차례씩 진행된 적도 있지만 요즘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에 그친다. 단과대학 학생회 중에서도 자체적으로 교개협 또는 그와 유사한 간담화를 진행하는 곳이 대다수다.

  교개협에서 다루는 안건은 주로 학사지원서비스, 시설환경개선과 관련된 것들이다. 홀수와 짝수가 나눠 하는 수강신청, 수업일수 1/2선 이내에 가능한 수강취소, 강의만족도조사 제도 등 학사 제도 변경은 총학생회 교개협에서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확정된 것이 많다. 넓게 보면 대학 내 모든 문제가 교육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교개협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안건을 다룰 수 있다. 법인화 논란이 한창 뜨거웠던 시기에는 법인화 문제를 교개협 안건으로 상정한 적도 있다.

학생1.jpg
▲ 2008년 1월 11일에 열린 제32차 교육환경개선협의회의 모습. ⓒ서울대저널 자료사진

실효성 있는 논의 테이블인가

  하지만 교개협이 실질적으로 ‘협의회’라는 이름값을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은호(서문 09) 인문대 학생회장은 “총학생회든 단과대학생회든 교개협은 협상이 이뤄지는 자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연(사회 12) 사회대 학생회장도 “안건을 미리 준비해서 제출하면, 당일에는 그에 대한 응답을 통보받는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나마도 학생들이 납득할 만큼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년도 사회대 학생회장이었던 전효빈(외교 11) 씨는 “공문으로 해도 될 얘기를 굳이 만나서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교개협이라는 자리 자체가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 문제의 경우 비교적 가능 여부를 확실하게 답변 받을 수 있지만, 강의나 수업에 관한 요구사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강의계획서를 제때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권고하겠다’는 답변에 그친다. 다만 단과대학 역시 교육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강의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교수자의 자율’이라는 인식 때문에 학과나 교수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강제하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학과 차원에서 교수와 학생 간 만남의 자리가 많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

  학과제 전환과 같은 장기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보직교수나 담당직원이 대개 주기적으로 바뀌어서 임기 이후의 문제까지는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회의 경우 1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교개협을 연속적으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에 관해 김상연 사회대 학생회장은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교육권 투쟁을 총괄하는 산하기구로 교육자치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2.jpg
▲ 사회대 학생회는 1학기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입장서를 게시했다.

이제는 ‘교육’을 함께 이야기할 때

  여전히 교육에 대한 문제는 교육을 하는 당사자인 교수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학생에게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양질의 교육이란 교수자가 온전히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학생이 교육 전반에 대해 교수, 학교와 함께 논의할 수 있다면 보다 좋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주무열(물리·천문 04) 총학생회장은 “보통 학생이 교육받는 것을 일종의 ‘서비스를 받는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학생을 교육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보도록 관점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 스스로 교육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생협, 넌 누구냐?!

Next Post

“대학은 해답을 찾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찾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