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운수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철회하라며 투쟁해온 이병삼 씨는 작년 10월, 대학동 한남운수 차고지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셔틀버스로 통학하는 서울대 학생이라면 천막을 지나치는 일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본 르포 다큐멘터리는 7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천막 안에서의 이병삼 씨의 생활과 8월 26일부터 8월 28일까지 천막 밖에서의 투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
천막농성은 이병삼 씨가 시작한 것이지만 지금까지 천막농성 계속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삼 씨의 동료들은 주기적으로 투쟁집회에 참여하거나 이병삼씨 대신 천막을 지키며 그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게 도와준다. 천막 맞은편에 위치한 그날이오면 서점 김동운 대표는천막에서 전기를 쓰는 것이 가능하게 서점의 전기설비를 천막에 이어줬다. 이처럼 천막생활은 이병삼 씨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고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병삼 씨는.혼자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천막 안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그러하듯 이병삼 씨 또한 시간과의 싸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회사 측에서 시간을 끌어 나가는 동안,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투쟁의 기다림을 이기지 못한 채 떨어져 나가버린다. 이병삼 씨 또한 천막 안에서 길고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천막 안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 일이 그가 지루한 싸움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8월 24일부터 5일간 서울, 경기, 강원지역을 순회하는 공공운수서비스 선전전이 펼쳐졌다. 이병삼 씨와 동료들은 선전전에 5일 내내 참여하며 버스 노동자의 권리를 담은 유인물을 각 지역 노동자에게 나눠줬다. 예전과 달리 버스 노동자들은 유인물을 받는데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자기 권리를 찾는 일이 이제는 당연한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병삼 씨는 자신의 복직투쟁을 넘어서 안전한 버스를 만들고, 버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천막 밖에서 투쟁했다. 그는 자신의 투쟁이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계속해서 천막을 지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1부
[이병삼/전 한남운수 정비사·해고노동자]
이게 천막이 뭐라고 앉아가지고 이렇게 하루 종일 뜨거우나 더우나 있어야 되고 누군가가. 천막에서 있어보면 참 기가 막히잖아요 이게. 시끄럽죠 밤새 차 왔다 갔다 하지, 덥지, 모기 많지 누가 여기서 자고 싶겠냐고. 그러면 이제 같이 연대하는 동료들이 오면 제가 이제 들어가잖아요. 사실 편치는 않아요. 저를 위해서 있어주고 들어가라고 하지만. 형님 항상 고맙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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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전 한남운수 정비사·해고노동자]
이 담배는 동기들이 준 돈으로 피기는 하는데 처음에는 끊어보자고 시작했는데 결국 못 끊고
유일하게 제가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게 담밴데 지금 저한테 쓰여지는 게. 밥은 굶어도 담배는 못 끊겠으니 참.
여기 sbs kbs 다 안전문제로요 삼 년 전부터 촬영 다해갔어. 방송에 나오긴 했어요. 버스문제에 대해서. 나오긴 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거는 다 안 되고 사람이 정비사가 부족해서 일이 힘들다 이렇게만 지나가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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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전 한남운수 정비사·해고노동자]
가끔은 혼자 있으면 무료한 것 같지만 우린 나름 피서왔다 생각할 때도 있다우. 요즘 최근 들어서. 봐 다리위에 계곡 위에 물 지금 흐르고 지금 누구 말마따나 천막 쳐놓고 있는 거야 완전히 기가 막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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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서점 그날이오면 운영]
네 저는 그날이오면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운입니다. 천막에 있으려면 여러 가지 물이라든지 화장실이라든지 또 밤에는 춥잖아요. 특히 그런 것들을 위한 어떤 난방이나 어떤 뭐 최소한의 어떤 그런 것들을 위한 전기나 이런 게 필요할 것 같기도 해서 뭐 그런 부분들을 제가 최대한 같이 도움을 주겠다고 생각을 했고. 당연히 그것은 저희가 일단 같이 있는 동안에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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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전 한남운수 정비사·해고노동자]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기서 생계와 맞물려 있고, 또 투쟁을 접을 수도 없고. 여러 가지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 됩니다. 그런데 다 답이 없어요. 답이 있으면 참 좋겠는데 하긴 답이 없죠. 어떻게 해야지 옳다는 게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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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장에라도 이제 그만 하고 싶은 정도 됐어요. 이젠 지쳤어, 많이. 너무 길어지니까. 말이, 밖에 나가서 오년, 만 오년이 지난 거지. 이게 엄청 힘든 거지. 주변에서 그런 얘기하잖아요. 왜 그렇게 고생을 하고 그러냐고. 그냥 다른 일 찾아라. 가족들도 그러죠. 대부분. 형제들도. “고만해 이제, 할 만큼 했으면 됐어” 그런 얘기 많이 하죠. 아직도 이게 응어리가 있어서, 뭘 하나라도 잘못한 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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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돈 쪽으로는 딸리고 궁핍해도 식구들이 있으니까 좋죠. 그래도 새 식구가 두 명 와서, 그래도 꼬맹이가 아빠, 아빠 하고 반겨주니까 좋지. 너무 이뻐, 귀여워. 딸이다 보니까 너무 귀엽잖아. 애교가 120만점이야.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