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세월호냐”고 묻는 분들께

  이번 호 표지를 본 상당수의 독자들은 “왜 또 세월호냐”는 의문을 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세월호 참사는 작년 봄의 일이고 지금은 1주년도 2주년도 아닌데 왜 되돌아보려는 것일까. 세월호 얘기는 충분히 많이 한 것 같은데 아직 할 얘기가 많이 남은 걸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른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11/12월호 커버스토리 “지금 단원고에 가보세요”는 올 겨울에 꼭 꺼내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년 봄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250명의 아이들이 살아있었다면 얼마 전엔 수능시험을 봤을 테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그 아이들은 새해를 맞이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교실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단원고 ‘명예 3학년’ 교실에 가보면, 봄이 와도 고등학생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교실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고 쉽게 떠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서울대저널>은 이 겨울이 지나가면 놓치게 될 교실 이야기를 통해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작정하고 세월호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서울대저널>이 세월호 참사에 느끼는 일종의 부채의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보도하기에 적절한 시기를 놓쳐서, 기성언론과 차별화하기 힘들다고 판단해서, 혹은 서울대 학생들과 더 관련된 일들을 다루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미뤄왔던 세월호 이야기를 드디어 꺼내봤습니다.

  사실 4·16기억전시관, 단원고 교실, 합동분향소, 그리고 유가족과의 대화로 이어지는 ‘기억과 약속의 길’은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입니다. 단원고 명예 3학년 교실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슬픔, 고통, 허무함이 뒤엉킨 감정은 매체를 통해 완전히 표현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맞닥뜨린 먹먹한 분위기와 아픈 느낌을 최대한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에서 영상으로 기록한 ‘기억과 약속의 길’을 이번 호와 함께 내보낼 예정입니다.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저희의 글과 사진, 영상으로 인해 단 몇 명의 발걸음이라도 기억과 약속의 길로 이끌리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한 학기 동안 어린 편집장의 잔소리와 불평을 받아주며 묵묵히 취재하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드느라 고생한 <서울대저널> 기자·PD들에게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 ‘편집실에서’가 아닌, ‘편집실 밖에서’ <서울대저널>을 응원하겠습니다.

편집장 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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