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마감이 한창이던 때,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4시간 기사를 쓰고 데스킹을 한다고 그 유명한 ‘마국텔’을 한 번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제 마감이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역대급’ 영상들을 몰아볼 생각입니다.
이번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면서 ‘야당의 재발견’이라고 평하는 목소리가 제법 들렸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의원들이 지금껏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들의 말을 제대로 전해주지 않는 언론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제 주장을 펼쳐볼 기회라도 있지, 국회 밖의 국민들은 그럴 기회조차 없다는 볼멘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절한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끝내, 테러방지법은 통과됐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는 너무 크고, 누군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것이 현실임을 봅니다. 그렇지만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힘이 세다고 해서 진실이 되는 세상이어서는 안 됩니다. <서울대저널>은 그래서 조금은 치우쳐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목소리보다는, 간절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 외면당하는 사람들, 이제는 잊혀져가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 ‘진보를 일구는 참 목소리’ <서울대저널>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우내 본부 앞의 천막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습니다. 이들이 왜 추운 겨울날 하늘과 땅을 이불 삼아 추위에 떨어야 했는지, 바로 곁에 있는 시간강사들이 어떤 상황 속에 지내는지 이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드리고자 했습니다. 서울대병원 그리고 제로쿨투어 이야기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우리가 귀를 기울일 만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천원의 저녁에 기뻐하기에 한 발 앞서, 빨간 조끼를 입고 다니는 비정규직 노동자, 학관 식당 노동자, 청소노동자, 셔틀버스 기사들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학생기자로 활동하다보면 우리가 기사를 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언론이 잘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 ‘기자가 뛰어든 세상’, ‘기억은 권력이다’ 코너로 마련했습니다. 더욱 발로 뛰고, 더 귀 기울여 듣고자 합니다. 또 이번 학기부터 다시 한 학기 3호를 발간합니다. 한 학기를 놓고 보면 기사가 더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더 열심히, 더 바쁘게 뛰어 보자는 기자들의 다짐이라고 하겠습니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호 말미에는 3월호에 맞게 새내기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특별히 <서울대저널>의 대표 고령자 두 분이 다년간 학교를 다닌 경험을 토대로 정성스레 작성했습니다. 새내기뿐만 아니라 정든내기도 즐겁게 읽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새내기 여러분의 앞으로의 대학 생활에 <서울대저널>이 좋은 벗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