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 관악 캠퍼스, 누가 찾아 오나요?

다양한 방식으로 개방형 캠퍼스 지향해야

  캠퍼스를 다니다보면 구성원이 아닌 방문객들이 종종 눈에 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 등산하러 온 중년 부부, 가족 단위 나들이객 등 캠퍼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이처럼 캠퍼스는 사적으로 소유되지만 한편으로 공공에 개방된 공간이다. 서울대학교는 중앙도서관, 박물관 등 여러 시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밖에도 64동에 위치한 ‘스누홀(SNU Hall)’ 견학, 신청한 단체에 한해 이뤄지는 캠퍼스 견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캠퍼스 개방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견학 프로그램은 연간 참여 인원이 5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응은 달갑지만은 않다. 온라인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교내 견학을 온 학생들로 인한 혼잡과 불편을 토로하는 게시글이 종종 올라온다. 캠퍼스는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의견과, 공익을 위해 캠퍼스를 일반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은 팽팽한 대립축을 이룬다.

  환영받지 못하는 견학생이유는?

  서울대학교 견학은 캠퍼스 개방을 둘러싼 논쟁의 단골 주제다. 학생들의 불만을 사는 것은 대부분 외부의 사설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 견학이다. 박성현 학생지원과 실무관은 “사설 업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견학은 별다른 가이드라인 없이 방만하게 진행되고, 학교 측의 통제도 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될 여지가 많다. (교내) 단체 견학은 대부분은 버스 투어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불편을 줄 일이 거의 없다”며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는 견학은 주로 외부에서 진행하는 견학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무관은 그러나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법인)이다보니 국민들의 방문을 막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외부 방문 통제 및 제한 등의 방법으로 견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열람실 개방 문제 역시 캠퍼스 개방을 둘러싼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1999년 2학기 서울대학교 열람실이 최초로 일반에 개방된 이후부터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대학의 공공성’ 사이의 지속적인 갈등이 이어져왔다. 결국 2004년 재학생 500여 명의 서명 발의로 ‘시험기간 중 중앙도서관 열람실의 외부인 개방ㆍ제한’을 위한 총투표가 성사되기도 했다. 총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지만, 이는 논쟁이 첨예하게 지속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해 중앙도서관 측은 서고 공간 추가 확충을 위해 기존에 일반에 개방되던 5, 6열람실을 서고로 전환하는 대신 1열람실을 개방하려고 계획했지만,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지만, 주된 반대 이유는 접근성이 좋은 1열람실을 기존과 같이 이용하길 원하는 학생들의 바람이었다. 김화택 중앙도서관 행정지원팀 담당관은 “기존에 1열람실을 이용하던 학생들의 반발이 있어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1열람실이 아닌 3열람실의 일부를 개방하기로 결정되면서 기존 1000석 규모였던 개방 열람실은 500석 규모로 축소됐다. 김 담당관은 “아무래도 재학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열람실을 일반에 개방하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캠퍼스 개방 논란? “대학은 지역사회와 공생해야 해

  견학과 도서관 개방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보여주듯, 캠퍼스 개방이 꼭 필요한지의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인 사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학 캠퍼스가 구성원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사회 공헌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말한다. 대학은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경민 교수(환경대학원)는 “대학은 좋은 기능이 많지만 주변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부촌이었던 미국 아이비 대학 주변 지역은 (대학이 들어서고 나서) 일부가 할렘화됐다”며 “따라서 대학은 반드시 주변 지역과 공생하고 지역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캠퍼스 개방이 지역과 대학의 공생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해도, 공간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는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어렵다. 실제 여러 대학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에 캠퍼스를 개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오픈 카이스트’ 프로그램이다.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강의실, 연구실을 포함한 캠퍼스 전체가 일반에 완전히 개방되고,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각 단과대학마다 열린다. 서울여대 역시 지난해 3월에서 8월까지 지역 주민들에게 캠퍼스 전체를 임시놀이공간으로 개방하는 ‘신체활동 참여기회가 공평한 건강한 지역사회 만들기’행사를 운영했다. 행사에서는 신체활동이 어려운 장애인과 평소 활동량이 적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 수업이 열리기도 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빈자리 없이 진행될 정도로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며 해당 행사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역시 지역 사회와의 공생을 도모하기 위해 관악구청과 함께 약 95개가 넘는 협력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협력 사업은 공학 캠프, 주말 물리학 교실처럼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부터 열린 음악회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시민대학 역시 대표적인 사업 중의 하나다. ‘고전 읽기’라는 특성화 영역에 맞춰 운영되는 수업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고전을 읽으며 삶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진행되는 강의 덕에 서울대학교 시민대학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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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동에서 진행중인 시민대학 강의 ⓒ송재원 사진기자

  ‘<니코마코스 윤리학> 읽기’ 강의에 참여한 박금선 씨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수업을 듣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됐다”고 강의를 들은 소감을 말했다. 해당 강의를 진행하는 김광식 교수(기초교육원)는 “(일상 생활의) 경험과 밀접하게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며 “시민대학이 주민들에게 삶의 통찰을 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교육 소외 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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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동에 위치한 옥상정원. ⓒ박나은 사진기자

  공대 옥상정원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5동 건설환경공학부 옥상에 마련된 옥상정원은 일과시간 내내 공공에 개방돼 텃밭이나 생태학습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옥상정원은 지역 주민들과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용되기도 하는데, 지난해에는 텃밭에서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해 불우이웃과 나누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단순한개방은 ‘No’ 지역사회와 캠퍼스 간 경계를 허물어야

  캠퍼스의 외연 확장을 확장해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과 공생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경민 교수는 “관악캠퍼스의 경우 1970년대 후반 인위적으로 옮겨진데다가 산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사회와 물리적으로도 경계가 있다”며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지역 사회와의 공생적 맥락에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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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구 신원동에 위치한 신림아지트. ⓒ어반하이브리드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캠퍼스 내의 개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캠퍼스 밖의 지역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개방형 캠퍼스’를 위해 인근 지역에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폐가가 된 경로당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신림 아지트’는 NGO단체를 위한 사무실, 시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쉐어오피스(share office) 등 지역 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김 교수는 초기에는 의심의 눈길이 있었지만 점차 신뢰를 형성해 지금은 지역주민과 함께 활동하고있다”며 대학이 캠퍼스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사회로 나아가 진정한 공생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도들과 더불어 캠퍼스 개발 및 개방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역시 필요하다. 김 교수는 “관악캠퍼스의 경우 캠퍼스 내 개발에 집중하다보니 난개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캠퍼스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와 달리 외국의 경우 캠퍼스 개발 단계부터 지역사회와 연계할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캠퍼스 인근에 주거용 건물을 마련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인근 지역을 활성화하거나 강의 건물을 아예 도심에 마련하는 등 방법도 여러 가지다.

  캠퍼스는 일차적으로는 구성원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대학이 지역 사회 공헌을 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대학은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이 요구된다. 단순히 접근 가능한 공간이 아니라 보다 지역 주민들에게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캠퍼스 개방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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