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대 6개 학과 사무실 통폐합, 구성원들 ‘혼란’

예산 절감 목적의 일방적 통보… 미흡한 인수인계로 혼선 발생해

  지난 3월 16일 수요일, 사회과학대학 소속 총 6개 학과의 사무실이 통폐합됐다. 통폐합 대상 학과는 사회학과와 인류학과, 심리학과와 지리학과, 사회복지학과와 언론정보학과로, 이번 통폐합으로 두 학과의 행정 업무가 두 명이 아닌 한 명의 담당자에게 맡겨지게 됐다. 학과 사무실 통폐합은 예산 절감과 효율적 인력 운영을 목적으로 학장 및 학과장 사이의 논의를 통해 결정됐다. 사회과학대학 이혜경 행정실장은 통폐합 이전에 발생한 몇몇 직원들의 퇴사 이후 “예산 절감과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두 개의 학과를 한 사람이 담당하는 체제로 가기로 했다”며 통폐합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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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학과 자치회에서는 3월 15일 사회대 측의 일방적인 집행을 비판하는 자보를 게시했다.

 ⓒ김대현 사진기자

  사전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학과 사무실 통폐합 사실에 학생사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류학과, 지리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각 통폐합의 대상이 된 학과 자치회는 3월 15일부터 사회대 측의 일방적인 행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사회대 학생회 역시 통폐합에 반대하고 이를 폐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표명하는 대자보를 사회대 곳곳에 게시했다. 최우혁 사회대 학생회장(경제 13)은 이번 통폐합이 “학생들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 점, 예산 절감 명목의 인력 돌려막기의 소지가 있는 점, 행정업무능력의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며 “이 문제에 대해 학장님과 면담을 신청했지만 계속 받아주지 않아 5월 초 열리는 교육환경개선협의회 안건에 추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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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대 학생회 역시 자보를 통해 과사무실 통폐합을 폐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표명했다.

 ⓒ김대현 사진기자

  이번 통폐합 이후, 과사무실 직원 및 조교의 업무 과중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혜경 행정실장은 “행정실에서 일부 업무를 담당하고 조교들도 나눠 맡을 것”이라며 통폐합 해당 학과 조교들의 업무량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정귀환 서울대학교 노동조합 위원장은 “세 명이 여섯 개 학과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업무량이) 산술적으로 두 배가 된다”며 늘어난 업무량이 주는 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노서영(인류 14) 인류학과자치회 회장은 “총엠티를 준비 중인데, 예전 같았으면 과사무실에 질문했을 부분을 조교님과 소통하고 있다”며 “조교실에서 업무를 많이 분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폐합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면서 사회대 학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지리학과 과사무실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조성아(지리 12) 씨는 “한 직원 분이 두 개의 과를 맡으면서 업무를 헷갈려하는 등, 갑작스런 통폐합으로 인수인계가 미흡한 부분이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김소담(인류 13) 전 인류학과자치회 회장은 “인류학과 행정 업무는 사회학과 사무실로 가서 처리해야하는 줄 알았는데, 인류학과 조교실로 가라고 하는 등 혼선이 있었다. 지금도 업무가 완전히 나눠진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사회대 사무실 직원 A씨는 “서로 소통도 안 되는 상태에서 일처리를 할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찾아와 당황스러웠다. 직원은 돌려가며 쓰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충분한 소통 없이 일어난 행정 절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업무 분담과 공간 배정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홍명한(지리 12) 지리학과 부자치회장은 “과사무실 이사 문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학생들이 어디서 뭘 처리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노서영 회장은 “사람들이 수강신청취소원을 어디다 내야할지 모르거나, 과사가 어디인지 물어본다”며 과사무실 업무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족한 소통과 미흡한 행정 처리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도 일어났다. 노서영 회장은 “학생들이 왜 사회학과와 통합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재혁(사회 14) 씨는 “직접적으로 과사무실이 없어지는 인류학과, 사회복지학과, 지리학과는 모두 개별적으로 답사를 진행하는데 이들 학과 업무를 받아서 처리하는 학과에는 답사 업무가 없다”며 “이번 통폐합은 민주적 절차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학과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미흡한 처리”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논의 및 공지 과정에서 학생들과 소통이 부재했던 것은 물론, 해당 과의 업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처리가 일어났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급작스러운 인사 개편에 업무 분담과 소통까지 잘 이뤄지지 않아 학생, 조교, 사무실 직원 모두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통폐합 이후 한 달 남짓이 지난 현재 문제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사그라들고 있다.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 B씨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 문제의 직접적인 피해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학생들이 학과 통폐합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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