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삭감 노린 생협식당 단축운영,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

생협 식당 운영시간 축소 반대 서명운동 결과 발표 기자회견 열려

  4일 오후 12시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식당 운영시간 축소 반대 서명운동의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학교지부(대학노조), 2020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지난 11월 13일부터 3주 동안 생협 식당 운영시간 축소와 노동자 임금 삭감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서명운동에는 학부생 1,335명, 대학원생 353명, 졸업생 46명, 노동자(직원·연구원 등) 122명, 교수·강사 34명, 일반 시민 115명 등 2,005명의 개인과 서울대 사회대·자연대 학생회,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노동법학회,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등 24개 단체가 참여했다.

  지난 9월 생협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 등을 이유로 파업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파업은 13일 만에 종료됐다. 사회를 맡은 비서공 윤민정(정치외교 15)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지만 생협은 식당 운영시간을 감축하고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줌으로써 임금인상을 무력화시켰다”며 생협의 태도를 비판했다. 

  오히려 합의 후 전보다 노동환경이 악화됐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대학노조 이창수 부지부장은 생협이 최근 시행되기 시작한 시차근무제와 보상휴가제를 악용해 임금을 파업 이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삭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차근무제는 근무강도가 강한 시간대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여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제도다. 이 부지부장은 “현장에서 일은 전혀 줄지 않는다”며 “오히려 업무강도가 더욱 강해져 곧 쓰러지는 사람도 나올 것 같다”고 호소했다. 보상휴가제는 부득이하게 주말에 업무를 하게 될 경우 평일 중 근로자가 원하는 일자에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부지부장에 따르면, 현재 생협은 이렇게 발생한 시간외수당을 대체하기 위해 업무가 얼마가 남아있든 근로자를 주중에 일찍 퇴근시키고 남은 업무를 남은 직원에게 떠넘기고 있다.

   연대의 발언이 뒤를 이었다. 정규성 단과대연석회의장은 “학생들은 저녁 먹을 권리가 있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삭감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번 일로) 학생들 또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학관의 짧은 식사시간 때문에 배식대와 퇴식구의 긴 줄을 기다리거나 식사를 간단히 떼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관악사가 입주생들에게 식당 운영과 관련해 토요일 휴관, 아침 식사 폐지, 식당 외주화 중 선호 순위를 택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데 대해 “학생들이 식당 외주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려는 처사”라며 비판했다. 그는 “생협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아닌 서울대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주최 측은 생협 사무처에 서명지를 전달했다. 같은 날 3시에는 학생처장과 주최 측의 면담이 진행됐다. 면담에서는 동원관 식당 저녁 급식 중단과 학관 식당 운영시간 축소와 관련한 의견이 오갔다. 사측은 동원관 내 휴게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주방밖에 없고 갈수록 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저녁 급식을 중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주최 측은 동원관에 있는 다른 공간에 휴게실을 설치할 수 있지 않느냐며 “학생들 500명이 저녁을 먹게 하는 것과 회의실 하나 줄어드는 것 중 어느 것이 구성원 복지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인지 생각해보라”고 반박했다. 사측은 학관 식당의 경우 단축된 시간 동안 이용객 수가 3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주최 측은 아무리 적은 수의 학생들이라도 복지를 보장해야 하고 서울대에서는 바깥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맞섰다. 노조는 일방적으로 시행된 시차근무제와 보상휴가제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총장 면담을 요구한 상태다. 내일 오후 3시 열릴 생협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이 제시할 보상휴가제 관련 안에 따라 노조의 차후 대응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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