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1인 가구 여성이 모인 좌담회를 끝내며 기자가 물었습니다. 1인 주거를 고려하는 친구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둬라. 아니다, 누구도 믿지 마라. 웬만하면 자취는 하지 마라. 남성으로 살아가는 제가 생각조차 하지 않은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갇혀있지 않기. 늘 지키려 하지만 늘 지키기 어려운 선언입니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 이번 호의 커버 기사들은 이 말에서 출발했습니다. 어째서 개인에게 스스로 안전할 방책을 강구하라 하는가. 무심코 조심히 들어가라던 사람들에게 새롭게 생각할 여지가 있음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전문연 문제를 다룬 특집 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할 것 같은 전문연. 정말 영원할 수 있을까. 영원해도 괜찮을까. 당연하다는 듯 잔잔하게 유지되는 수면 밑의 세상을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지난 1월, 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의 작업거부 소식과 데이터3법 통과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뒤엔 서울교통공사와 노조의 대립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이라는 가치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이번 겨울 열리지 않은 경영대의 계절학기 수업과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복수전공 ‘학점컷’은 어떨까요. 여기엔 강사법을 회피하려는 대학의 ‘꼼수’와 다전공제도의 획일화된 평가기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중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바빠서, 어쩌면 몰라서, 어쩌면 귀찮아서. 이럴 때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새롭게 돌아보게 해주는 F5 버튼이 있다면 어떨까요. 인터넷을 사용하다 답답 하면 새로고침을 위해 누르는 F5 버튼 말이죠.
기획부터 함께하다 보니 기사를 바라보는 제 시선과 사고도 어딘가에 갇혀있는 듯합니다. 역시 갇혀있지 않기란 늘 지키기 어려운 말인 듯합니다. 겨울방학을 바쳐 준비한 이번 호가 독자분들에게 F5 버튼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 고민의 답은 독자분들만 알 수 있겠죠. 감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서울대저널> 159호를 독자분들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