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初伏)이었던 지난 목요일(16일) 오후 3시 30분 수원지방법원에서 동물권 단체 ‘DxE Korea’ 활동가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활동가들은 용인의 한 도계장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권리장전의 제정을 요구하며 도계장 앞에서 콘크리트 더미에 몸을 결박하고 입구를 가로막았다. 이날 검찰은 활동가 3명에 대해 각각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활동가들은 공장식 축산업으로 고통 받는 동물을 구조하는 일은 불법이고 살고 싶은 동물을 살해하는 일은 합법인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했다. 오유비 활동가는 “우리가 참여한 글로벌 락다운(도살장, 농장, 대형마트 등을 동물에 대한 폭력의 장소로 규정하고 점거하는 운동)은 동물을 학대하고 착취하며 죽이는 것이 합법인 인간중심적 제도를 거부하기 위한 전지구적 시민불복종 행동의 일환이었다”며 “전 세계가 이 판결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향기(활동명) 활동가는 “정작 지금 이곳에 있어야 할 피해자들을 대신해 그들의 부당한 죽음과 고통에 대해 일부라도 증언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그들과 같이 삶을 느끼는 동물로서 이 고통을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때까지 법정에서 끊임없이 진실을 증언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해 말복(末伏) 무렵 충주의 한 도계장에서 활동가들이 촬영한 영상도 상영됐다. 영상 속 김 활동가는 자신이 구조한 닭을 경찰에게 빼앗기자 “차라리 저를 데려가세요! 저를 도살하세요!”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방청석이 모자랄 정도로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의 흐느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활동가들의 변호를 맡은 박세훈 변호사는 최후변론을 통해 “이 사건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의 락다운 행위로 도계장의 업무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말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동기가 오직 생명에 대한 존중과 윤리적 양심에 기반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의 동물권 보호 활동이 가진 지향점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윤리적 진보에 뿌리를 두고 있고 세계적 범위의 공감대에 기초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이 반대해온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현대사회의 주요한 윤리적 쟁점에 해당하고 한국 사회에서도 공적 논의의 장에 제시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의제인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이 끝난 뒤 그는 “판결 결과에 관계없이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 차원에서 동물권 및 공장식 축산에 관한 진지한 고려가 판결에 담기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재판 결과는 다음달 20일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