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울대만 특별대우를 받으려고 합니까?”
지난 6월 서울대학교 법인재정립위원회 심포지엄에서 한 일간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심포지엄에서는 서울대의 의사결정 구조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특히 평의원회 의원 구성비율을 어떻게 정할지가 뜨거운 감자였다.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을 적용받는 여타 대학은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평의원의 수가 전체 평의원 정수의 2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서울대에 적용되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에는 평의원회 구성비율을 제한하는 조항이 따로 없다. 서울대 평의원회는 고등교육법상 ‘2분의 1 제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평의원 비율을 정한다.
서울대 평의원회가 갖는 자유는 정말로 법망 바깥의 특별대우일까. 학생사회부터 국회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여러 주체가 평의원회에 물음표를 던져왔다. 이들이 던진 물음표에 평의원회는 어떻게 대답할지, 논란의 줄기를 따라가 봤다.
서울대 평의원회, 무엇이 다른가?
평의원회는 대학의 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한다.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평의원회는 대학 발전계획, 학칙의 제·개정,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교육과정의 운영이나 대학헌장의 제·개정에 대해 자문하는 기구다.
대학의 운영 및 계획 등을 심의한다는 점에서는 서울대 평의원회 역시 타 대학과 비슷하지만, 다른 면도 적지 않다. 우선, 입학정원의 조정, 전공 및 모집단위의 분리·통합에 관한 사항 등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에 대해 의결권을 갖고 있다. 심의권을 넘어 의결권을 가진 기구라는 점에서 다른 평의원회보다 대학 운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 규모 면에서도 다르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전국 국·공립대학 평의원회 정수가 평균 14.5명인 데 비해 서울대는 50명에 이른다. 역사도 훨씬 긴데, 서울대 평의원회는 1955년 설치돼 2012년 법인화로 이사회가 생기기 전까지 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해왔다. 2007년에 사립학교법, 2017년에 고등교육법을 통해 비로소 평의원회의 설치가 의무화된 여타 대학에 비하면 훨씬 오랜 역사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평의원회 구성에 있다. 대학 운영의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보니,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은 평의원회 의원 구성비율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평의원의 수가 전체 평의원 정수의 2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아니 된다’는 ‘2분의 1 제한’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평의원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교원(교수)의 비율은 전국 국·공립대 평균 47% 수준(2019년 3월 기준)으로 절반을 넘지 않는다. 반면 서울대의 경우 평의원 정수 50인 중 교원이 45명, 직원이 5명으로 교원 비율이 무려 90%에 달한다.
이는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와 인천대가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의 적용에서 벗어나 있기에 가능하다. 이들은 각각 서울대법과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인천대법)’을 적용받고 있다. 두 법률은 각각 2조 1항에서 ‘서울대·인천대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신 서울대법은 평의원회 구성을 서울대 내부 정관에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규정한 정관 제19조를 살펴보면 타 대학이 엄격히 지키고 있는 ‘2분의 1 제한’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대 교직원 40명 이상 50명 이하로 하되, 46명 이내의 교원과 5명 이내의 직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교원 45인, 직원 5인 체제가 오랫동안 굳어져 왔다. 인천대도 평의원 30인 중 교원이 27인, 직원이 3인으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두고 평의원회가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대학교육연구소 김효은 연구원은 “교수가 90%를 차지하고 학생이나 조교는 단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하는 평의원회가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표한다고 볼 수 있겠느냐”며 서울대와 인천대에도 고등교육법상 ‘2분의 1 제한’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2분의 1 제한’은 평의원회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황홍규 사무총장도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대학에서는 적어도 학생에 관한 안건을 심의할 때에는 학생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평의원회 참여를 소리쳐온 이들
학내에서도 평의원회 구성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평의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라는 요구는 2012년 법인화 이후로 서울대 학생사회가 끊임없이 외쳐온 메시지다. 지난 3월부터 활동해온 서울대학교 2020 총선·국회 대응 특별위원회(총선특위)에서 21대 국회에 전달한 첫 번째 요구안도 ‘평의원회 학생 참여를 위한 서울대법 개정’이었다. 총선특위 홍류서연 위원장(사회 17)은 “현재 평의원회는 사실상 교수가 학교 운영에 대한 독점적인 결정권을 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고등교육법상 ‘2분의 1 제한’을 서울대에도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홍류 위원장은 “학내 권력형 성폭력이나 인권침해 문제는 학생 참여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단과대연석회의 김서정 의장(기악 17)도 “특정 구성단위에서 평의원회의 과반을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앞으로 같은 문제를 마주한 인천대 총학생회와 공동으로 학생 참여 요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뿐 아니라 노동자 참여를 공정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교 본부와 노동자들 간의 대화 창구로 단체교섭, 노사발전협의회 등이 있지만, 노동자들은 교섭 중에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던 적이 많았다고 말한다. ‘대학노조·일반노조 정책연대(정책연대)’ 송호현 위원장은 “노사발전협의회에서는 단체교섭에서 논의하자며 미뤄지고, 단체교섭에서는 서울대 정관에 규정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결정이 유보되는 경우가 있다”며 “정관 개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전달할 마땅한 통로가 없는 실정”이라는 데 아쉬움을 표했다. 정책연대는 “이사회를 제외한 가장 높은 의사결정기구인 평의원회에서 법인직원이 아닌 노동자 2000명의 목소리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내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는 A 씨 역시 “조교도 평의원회에 참여해 업무상 어려움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추가수당 없이 자연스럽게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교만이 아는 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업무량 조정을 위한 신규조교 채용, 연장근로수당 지급 같은 문제는 기관장이나 교수, 직원에게 말해서 해결될 게 아니라 학교의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논의할 구조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재 평의원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표자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서울대가 국립대학법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2분의 1 제한’이야말로 공백 없이 적용돼야 할 민주주의의 최소 기준이라는 것이다.
20대 국회를 넘지 못한 서울대법 개정안, 21대 국회에서는
서울대 평의원회에 교원 이외의 구성단위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그간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는 이에리사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대 평의원회를 두고 사실상 ‘하나마나 평의원회’ 아니냐고 비판한 바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도 윤관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대 평의원회는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교수들만의 리그’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며 다양성 결여를 문제 삼기도 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과 전재수 의원이 서울대 평의원회에도 ‘2분의 1 제한’을 적용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과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에서는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평의원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김해영 의원안에 대해 “서울대는 고등교육법상의 국립학교이므로 다른 국립대학들과 다르게 학생, 동문 등을 제외하고 교원과 직원만으로 평의원회를 구성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검토의견을 남겼다. 하지만 서울대 측은 “학내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했고, “고등교육법상 ‘2분의 1 제한’ 규정은 대학자치의 기능을 왜곡하고 파행을 초래한다”는 오세정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의 의원소개청원(청원인 김상표 외 7,020인)도 개정안 반대에 힘을 실었다. 결국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한 달간 법률안이 세 개나 발의될 정도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열기가 뜨겁다. 9월 초에는 조승래 의원이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김해영 의원안을 일부 수정해 다시 발의했다. 9월 말에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정청래 의원도 각각 서울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혜숙 의원실은 “‘50인 규모의 거대 평의원회’라는 서울대만의 특수성을 존중하면서도, 학생·직원·조교의 참여를 통해 공정하고 민주적인 평의원회 운영을 꾀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 움직임에 학생사회도 호응했다. 김서정 의장은 “민주적인 대학을 위해 ‘2분의 1 제한’과 학생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단과대연석회의의 입장을 국회에 회신했다”고 밝혔다.
‘2분의 1 제한’을 명시한 두 개정안과 달리, 정청래 의원 개정안은 “교원, 직원, 학생 각 구성단위가 평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에 논의되던 개정안들은 한 구성단위가 전체의 절반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비율은 각 대학에 위임했지만, 정청래 의원 안에서는 ‘3분의 1’이라는 강력한 제한기준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실은 “서울대 평의원회의 민주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3분의 1’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의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구성단위를 직접 언급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승래·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교원·직원·조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안에도 ‘학생’을 평의원회 구성단위로 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기존의 서울대 정관은 “서울대학교 교직원 40명 이상 50명 이하로” 구성하라는 문구만을 두고 있었지만, 서울대법에 이 문구가 추가되면 조교와 학생 등의 대표자가 평의원회에 최소 한 명 이상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실에서도 “특정 집단의 단독 과반을 막아 평의원 구성을 다양화하는 법률이 대학의 민주적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학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하는 일을 대학 내부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의원회의 의지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평의원회 측은 법으로 평의원 구성비율을 강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평의원회 이철수 의장(법학전문대학원)은 “심의·의결 권한, 규모, 역사 등 다양한 차원에서 서울대 평의원회는 타 대학과 달리 ‘대의적 심의기구’라는 특수한 성격을 가진다”며 “이를 무시하고 서울대 평의원회에도 타 대학처럼 ‘2분의 1 제한’을 무조건 적용하라는 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역설했다. 이 의장은 “서울대만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구체적으로 사안을 심의하는 평의원회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결국 서울대에 ‘2분의 1 제한’을 적용하는 문제는 ‘같은 것은 같게’의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실질적 평등의 정신에 비춰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우려에 대해선 오해를 경계했다. 평의원회는 ‘평의원 구성비율을 기계적으로 강제하는 법률’을 반대하는 것이지,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철수 의장은 “교수 이외 구성원들의 참여를 막기 위해 서울대법 개정안 가결을 막으려 한다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그동안 평의원회 내부적으로도 적절한 구성 비율에 대한 정책 연구 등을 계획해 왔다”며 구성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의원회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여전하다. 총선특위 홍류서연 위원장은 “서울대 평의원회가 학내 주요 사항들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특수한 심의기구라는 사실은 ‘2분의 1 제한’을 회피하는 근거가 아니라 대학 운영의 실권을 가진 평의원회에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가리키는 근거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법인화 이후로 학생사회는 끊임없이 학생 참여를 외쳐왔지만, 지금까지 평의원회 측에서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려는 어떤 의지도 보여준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평의원회 참여 비율을 정하기 위해선 개정안 통과와 별개로 구성원 간의 논의가 필수적이다. 법 개정을 통해 한 구성단위가 전체의 절반 혹은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각 집단의 참여 비율을 몇 퍼센트나 보장할 것인지는 구성원들의 합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철수 의장은 “학생, 노동자, 조교, 서울대 동문, 나아가 학교 발전에 기여하신 분들 모두를 모시고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구체적인 비율 산정에 대해 ‘모든 건 열려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대 평의원회가 탄생한 지 65년이 지난 지금, 법으로 구성비율을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 문제를 더 이상 서울대의 자율에 맡기지 않겠다는 개정안도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서울대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평의원 구성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 교원 이외의 구성원들에게 최소 20개의 의석이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의 통과 여부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혁신을 이뤄내려는 평의원회의 의지다. 이철수 의장이 언급한 ‘대화의 장’이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에 그치고 만다면, 공정한 참여를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교원도 직원도 아닌 구성원이 처음으로 평의원회 원탁에 앉을 수 있을까. 서울대 평의원회는 65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