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최전선에서 돌아본 인권헌장

서울대 구성원에게 인권헌장을 묻다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인권헌장)’과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인권지침(인권지침)’ 제정을 위한 구성원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인권헌장 학생추진위원회는 인권헌장 지지 릴레이 성명을 담은 인권열차 캠페인을 벌였고, 같은 달 16일에는 ‘인권헌장과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려 열띤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권헌장은 제1조에서 서울대학교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온전히 실현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 구성원들은 인권헌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대저널>은 대학원생과 노동자, 성소수자 등 서울대 구성원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네 명의 구성원에게 인권헌장 및 대학원생 인권지침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이재현(서양사 18) 학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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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  ⓒ박용규 사진기자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인권문제를 전해줄 수 있나

  직종별로 저마다 다른 고충을 겪고 있다. 청소·경비 노동자의 경우, 2019년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휴게 공간 개선 작업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건물 신축 및 리모델링 시 휴게 공간 마련이 고려되지 않고 있기에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요구 중이다. 

  한편 기계·전기 노동자는 근무지가 화재 시 소화를 위해 분사되는 이산화탄소 배출 장소 가까이에 있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다. 기본적인 안전권도 보장받지 못했던 셈이다. 이후에 비록 노동자들의 강한 항의로 시정되긴 했지만, 적극적인 요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학교 측의 선제적인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법인직원과 청소·경비, 기계·전기 노동자 간의 ‘복지 차별’도 문제다. 이들은 직고용으로 전환된 이후 고용불안만 시정됐을 뿐 명절 휴가비 등에서 법인직원과 완전히 다른 처우를 받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들은 생협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유급·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협은 학식을 저가에 제공하는 등 수익 창출의 어려움이 있어 학교의 재정지원이 필요한데, 학교 측은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해 비서공에서는 어떤 목소리를 내왔나

  2019년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로 건물 내 휴게 공간 확충에 대해 강력한 개선 요구를 해왔고, 이러한 요구가 결실을 맺어 휴게 공간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편 생협 노동자의 업무상 발생하기 쉬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학생과 노동자가 함께 본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간담회를 통한 공론화, 토론회 진행, 직종별 인터뷰, 보고서 작성, 카드 뉴스 제작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

인권헌장 제정이 코앞이다. 인권헌장 제정으로 노동권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인권헌장에 강하게 찬성하는 입장이다. 인권헌장이 규범적 준거점으로서 노동자의 권리 요구와 투쟁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포괄적, 선언적 내용을 담은 인권헌장이 제정되면 최소한의 동일노동·동일임금과 동일 취업규칙 보장 요구를 위한 준거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서공도 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집회나 기자회견이 열릴 때 함께 연대했고, ‘인권헌장 학생추진위원회(학추위)’가 실시한 인권헌장의 각 조항을 소개하는 인권열차 캠페인에도 함께했다.

인권헌장 제3조(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가 쟁점화됐다. 어떻게 보는가

  성소수자 인권과 노동자 인권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내에서 주로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할 때 학생 당사자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동자 중에서도 성소수자 노동자가 있을 수 있고, 이들이 부당하게 직장 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 않나. 성소수자 인권과 노동권, 모두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IS

성소수자들은 어떤 인권문제를 겪고 있나

  혐오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혐오를 견뎌야 한다는 것, 나와 나의 삶을 숨겨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가시적이고 명확한 혐오 표현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던진 발언들에도 점점 지쳐가는 일들이 가득하다.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냈거나 들켰을 때 나의 다른 측면들까지 부정당하거나 무너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성소수자가 아니라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들을 누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성소수자 인권문제와 관련해 QIS에서는 어떤 목소리를 내왔는지

  학외 혐오사건에는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체 QUV와의 연대를 통해 대응해왔고, 학내 혐오사건에는 자보나 시위 등을 통해 대응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6년도 신입생 환영 현수막 훼손사건 대응과 인권헌장(구 인권가이드라인)에 대한 꾸준한 연대가 있다. 이전에는 ‘SNU 인권주간’에 참여했고, 학생회 선거가 진행될 때마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 방안에 대한 질의서를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와 함께 작성해 선본에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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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QIS에서 내건 성소수자 신입생 환영 현수막이 훼손됐다. QIS는 4년이 지난 지금도 

혐오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IS

인권헌장 제정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자유’라는 존엄한 표현으로 혐오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혐오는 자유가 될 수 없다. 인권헌장은 서울대학교를 구성하는 모두가 안전하게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규범이다. 인권헌장이 제정될 때에서야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고도 피해받을 걱정 없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공론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인권헌장의 제정은 필수적이다. 이는 비단 성소수자 인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QIS는 어떤 역할을 했나

  학추위에 동아리원을 파견했다. 인권열차 사업에 참여해 인권헌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학외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 학추위의 연대를 주관하고 여러 연대 문구를 수합했으며, 학추위가 진행하는 사업 중 성소수자 인권 관련 부문을 검토하는 일을 했다. 

인권헌장이 포괄적인 인권을 다루고 있음에도 인권헌장 관련 논의가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한 혐오라 생각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자유와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지곤 한다. 이는 가해받지 않을 권리로서의 인권이라는 개념을 호도해 인권이라는 의제 전체를 시혜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태도다.

  성소수자는 가해 받지 않기 위해 가해에 노출돼야 한다. 공청회 당일 쏟아지던 혐오 발언과, 친구들이나 교수님들이 그 공청회에 대해 말을 얹으며 혐오 표현을 내뱉을 때 함께 견디던 동료들의 표정이 오래도록 마음을 쓰라리게 했다.

인권헌장 제정 외에도 어떤 노력들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하나

  동아리 세이프존의 확산이나 인권센터의 강화, 단과대 내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및 인권위원회 설치, 성중립 화장실 설치 등이 이뤄져야 한다. 성소수자가 비성소수자와 함께 안전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대학원 총학생회(원총) 문지호(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전문위원

건강하고 안전한 학업 및 연구 환경이 잘 보장되고 있는지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실험실에서 안전권, 복리후생권을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인권센터가 발표한 ‘201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인권실태 및 교육연구환경 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실험실을 사용하는 대학원생들의 약 19.6%가 사고 발생 시 입원 치료 이상을 요구하는 위험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내 실험실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2.2%는 수행 중인 실험이 장기적 손상을 야기한다고 응답했고, 다수의 학생들이 실험실과 학습공간의 미분리에 따른 화학약품에의 지속적 노출 상황을 호소했다. 현재 서울대는 연구실 안전관리를 위한 교육과 점검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개별 실험실 수준에서 안전 교육·관리·점검·대응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신속한 확인 및 협의가 필요하다.

대학원생은 학생이면서 동시에 조교나 연구원으로도 일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대학원생 노동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서울대 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포함해 언론에 보도된 대학원생 인건비 횡령 사건이 적지 않다. 꼭 ‘사건’으로 표면화되지 않더라도, 근로와 관련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관행이 여전히 만연하다. 이는 법적으로 대학원생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명확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수와의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어떤가

  지도교수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인권침해는 근로에 대한 적절한 대가나 연구·창작 기여에 대한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한 경우다.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수-대학원생 간 권력구조가 내포하는 복잡성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원생 인권침해 사건은 개별적이고 극단적인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해결을 요하는 문제다.

대학원생 인권문제와 관련한 각각의 사안들에 대해 원총에서는 어떤 목소리를 내왔는가

  원총은 학내 대학원생들을 대변하는 유일한 기구다. 사실 ‘대학원생 인권’이란 표현 자체가 불과 몇 년 전까지 생소했다. 원총은 대학원생 인권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이전부터 인권센터와 함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2014년, 2016년의 인권실태 조사 등 여러 설문조사를 선도적으로 실시했다. 이 밖에도 원총은 대학원생 인권문제를 공론화거나 연구환경에 대한 꾸준한 조사를 진행했고, 대학원생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인권헌장과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도 이러한 활동의 하나다.

인권헌장 및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 논의가 활발하다. 이러한 규범들의 제정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지

  원총은 대학원생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환경에서 교육·연구·근로를 지속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번 인권헌장과 인권지침 연구에도 참여연구원 혹은 연구보조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원총은 인권헌장 및 인권지침 제정의 역사에 동참해온 셈이다. 규범의 제정이 더 이상 유예되지 않기를 바라고, 후속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희망한다.

대학원생 인권지침에 담긴 내용에 부족함은 없을지

  인권지침 제정 과정에서 ‘학생이 가지는 노동자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내용의 문구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삭제됐다. 그러나 ‘대학원생 인권지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조문에서는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대신, 대학원생 인권지침의 취지와 목적을 밝히는 전문에서 대학원생이 ‘학생·연구자·조교·연구실 노동자로서의 다중적인 역할에 수반되는 권리’를 가짐을 확인했다.” 또한 보고서는 대학원생의 ‘적절한 연구 및 업무 조건’의 세부 항목에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거나 그에 준하는 합당한 세부 운영 기준을 가져야 하며 이를 공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인권지침의 제정과 적용이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상호 합리적인 문화를 마련하는 기반이 되리라 기대한다.

  부모학생의 돌봄 활동에 대한 지원도 인권지침에 담겼다. 앞서 언급한 인권센터 보고서에서 ‘부모학생을 위한 모유수유실이나 유아휴게공간이 설치돼 있다’는 응답은 13.9%에 머물렀다. 이번 인권지침에서는 임신·출산·육아·간병 등의 돌봄 활동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이유로 부적절한 차별이나 괴롭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됨을 명시했다.

인권헌장 및 대학원생 인권지침의 제정 외에도 대학원생 인권 증진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하나

  학부와 달리 대학원은 이동이 적다. 개별 학과나 연구실의 폐쇄성이 문화와 관행을 보수적으로 고착시키기 쉽다. 이러한 특성은 대학원 내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대학원생 인권문제가 공론화돼 신고와 해결 절차가 진행되면 대다수의 피해자 및 신고인은 기존의 학문 공동체로 안전하게 복귀하거나 진로를 이어가지 못했다. 

  따라서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설사 인권문제가 발생했을지라도 적절한 조력과 조정 속에서 피해당사자들이 학업과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학원생 학업 및 연구 환경을 개선하려는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시흥캠퍼스 반대 학생시위 폭력진압 사건 손해배상청구 소송인단 (소송인단)’ 이시헌(자유전공 15) 대표

소송인단의 존재를 잘 모르셨던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어떻게 소송인단을 꾸리게 되었나

  2016~17년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대중 행동이 있었고, 2017년에는 장기간의 행정관 점거도 있었다. 당시 서울대 당국이 학생들의 점거를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이 농성 진압행위에 대해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소송인단은 피해 당사자들의 피해 회복과 더불어서, 다시는 이러한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본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학교는 이 사건에 대해서 사죄나 재발 방지책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소송인단에게 5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소송인단은 당시의 인권침해 문제를 알리면서 학교가 적반하장 식의 반소를 철회하도록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가치를 위해서 싸우고 계시나

  사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매우 적다. 그럼에도 소송을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정책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학생을 학교가 폭력을 동원해 짓밟는 행위가 반복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 당시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이 입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상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국가기관에서 서울대의 행위가 명백히 인권침해라는 점을 확인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투쟁 참가자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승소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극적인 변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교 본부에 실질적인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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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대 본부 직원들은 행정관을 점거한 학생들에게 소화전으로 물을 분사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최한종 사진기자

  

지난해 발표된 인권헌장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헌장이 통과된다고 해서 곧바로 많은 것이 바뀌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인권헌장 제정만으로 모든 걸 다했다고도 말할 수 없다. 인권존중의 정신을 담은 문구 하나는 얘기할 수 있지만, 실제 사건에서 그게 적용되는지는 다른 문제이지 않겠나. 정말로 중요한 건 실질적인 제도의 변화다.

  하지만 인권헌장이 그 출발점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동안은 학내에 이런 기본적인 규범조차도 없었지만, 헌장이 제정된다면 구성원들에게 권리의 명확한 근거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규범을 만드는 것 자체로 현실에서의 권리가 다 보장되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주장해볼 순 있다. ‘학교 당국에서 직접 심의·의결한 헌장에서도 우리의 권리를 이렇게 명시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인권헌장에서 특별히 눈여겨보시는 조항이 있나

  먼저 ‘서울대 구성원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한 제10조를 들 수 있겠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간 서울대에서 이 문장이 지켜졌다고 보긴 어렵다. 실질적인 방안까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11조 1항에서는 ‘서울대 구성원은 대학 운영에서 구성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관해 알 권리를 가지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도 2017년에 행정관 점거 주도 혐의로 무기정학을 받았던 당사자였다. 그런데 그해 9월 5일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계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사건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학생들이 대학의 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는 권리는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5조 1항에서는 ‘서울대 구성원은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야기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비록 총장은 바뀌었지만 학교 당국이 학생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이를 치유하는 데 앞장서도 모자랄 마당에 오히려 5천만 원 손해배상금 폭탄이라는 가중된 고통을 가한다는 점에서, 학교가 오히려 인권 보장이라는 방향에 역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헌장이 제정된다면, 이 5조 1항은 학교에게 반소 철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돼줄 것이라 생각한다.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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