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강의 듣고 과제 하기만 반복하는데 인생 우울하다.’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왔던 ‘20학번 새내기 근황’이라는 글의 일부다. 새내기를 맞이하기 위해 이뤄졌어야 할 행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취소됐고, 20학번 학생들은 대학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어려움을 호소할 마땅한 공간도 없었던 20학번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민을 쏟아놓았다. 새내기 생활의 첫 단추부터 어긋났던 20학번 학생들에게 지난 한 해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코로나 전후 새맞이의 모습
새맞이는 각 과반 및 단과대에 새맞이 담당 특별 기구가 설치될 정도로 가장 큰 학생회 행사 가운데 하나다. 새맞이 기간이 되면 각 과반에서는 새맞이를 위해 선출된 새맞이장(새짱)이나 과반 학생회장이 새맞이를 총괄하게 된다. 새맞이에 참여할 재학생도 모집한다. 단과대 차원에서는 새맞이의 가장 큰 행사인 새내기배움터(새터)를 위한 새터준비위원회(새준위), 새터하는사람들(새하사), 새터기획위원회(새기위) 등 다양한 명칭의 기구들이 설치된다. 설치된 기구들은 수차례 회의를 열어 신입생 환영회나 새터 등을 기획한다.
새맞이 준비는 보통 수시 면접 응원 행사가 있는 11월부터 시작된다. 12월에 수시 전형 합격생이 발표되면 본격적인 새맞이 기간이 시작되는데 12월 말부터 2월까지는 각 단과대와 과반 차원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과 새터가 진행된다. 당일 행사인 OT는 2~3번에 걸쳐 진행되는데 1월에는 수시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2월에는 정시 합격생까지 포함해 이뤄진다. 새터는 보통 2박 3일 일정으로 숙소를 잡아 진행된다.
과반 및 단과대 OT는 과반과 단과대 소개, 대학 생활을 위한 기본 정보 전달, 친목 도모를 위한 레크리에이션, 캠퍼스 투어 등의 행사로 구성된다. 새내기들은 학점 계산 방법, 수강 신청 방법, 강의동 및 단과대 건물 위치 등 대학 생활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전달받는다.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학부의 경우 각 전공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의 시간도 마련된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미션을 수행하며 과반 동기들, 선배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다. 술자리에서의 이른바 ‘술게임’ 방법 또한 이 시간에 소개되기도 한다.
새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2박 3일로 진행되는 만큼 더 많은 활동이 준비된다. 단과대 학생회 소개, 동아리 소개 등을 통해 새내기들은 학교 생활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히는 기회를 가진다. 몇몇 단과대에서는 새맞이의 기조를 설정해 민중의례나 왼손잡이 페스티벌 등 각 단과대가 지향하는 이념이 담긴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새맞이는 완전히 바뀌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최초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고, 2월 중순에 예정된 새터는 전면 취소됐다. 당시만 해도 심각성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던 시기였기에 새터 취소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새터 취소 이후에도 코로나가 잠잠해진 후 새터를 다시 진행하면 된다는 생각에 새터를 대체할 만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지도 않았다. 황세희(경제 19) 전 새짱은 “2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새터가 1월 말에 취소됐는데 당시만 해도 2주나 남은 상황에서 취소가 이르지 않을까 하는 여론이 있었다. 어쩔수 없이 새짱단 회의에서 새터를 취소하고 새내기들에게 아쉽게 전달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대체 프로그램 관련 논의가 시작되기도 했지만, 진행 방식이나 대면 진행 여부를 두고 혼란이 계속됐다. 사회대 서혜지(언론 18) 전 학생회장은 “절차상의 문제로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며 새맞이 책임자로서도 행사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새터와 새내기 아고라 등 새맞이 주요 행사가 취소된 상황에서 대체 프로그램을 급박하게 기획하다 보니 의결기구의 결정이 생략되는 절차적 문제가 발생해 프로그램 기획이 전면 취소됐던 것이다. 과반 차원에서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 예정된 OT를 취소하고,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 다시 갑작스럽게 OT 진행을 공지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미흡했던 새맞이로 발생한 문제들
코로나 상황 속 새맞이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20학번 학생들에게 놓인 현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이었다. 대학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정보는 학과나 학생회가 제작한 자료집 형태로 전달됐지만, 이른바 ‘꿀팁’이라 불리는 선배들로부터의 조언이나 정보는 새내기가 각자 찾아야 했다. 수강 신청 방법은 안내 책자에 소개돼 있었지만, 특정 강좌에 대한 강의평이나 교수의 강의 방식과 같이 수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는 사실상 온라인 커뮤니티가 유일했다. 재학생들에겐 ‘당연한 사실’로 여겨져 안내 책자에 담기지 않았던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혼란을 겪기도 했다. 고도경(경제20) 씨는 “중앙도서관 본관도 좌석을 예약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그냥 앉는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 관정관만 가곤 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재학생들 역시 새내기들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선후배간의 친밀감이 형성되지 못해 새내기들에게 필요한 정보의 교류가 이뤄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유진(경제 19) 씨는 “선후배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을 때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재학생의 입장에서도 새내기를 도와주기보다는 단순히 정보 전달만 하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비대면 상황이 새내기들을 갈라놓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비정기적 소규모 모임을 중심으로 관계가 맺어지면서 합격 발표가 늦은 정시생이나 서울에 쉽게 오지 못하는 지방 학생들의 소외감이 자연스레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식적인 대규모 친목 활동이 불가능했던 코로나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만남은 몇몇 학생들이 중심이 돼 비정기적 모임(비정모)의 형태로 진행됐다. 김유진 씨는 “20학번의 경우 반 전체 톡방에서 비정모 약속이 잡히기보다는 원래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약속이 잡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류예린(건설환경공학 20) 씨는 “다 같이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친해지는 것과 이미 몇 명은 아는 상황에서 새롭게 친해지는 것은 다르다”며 소규모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 구성원들이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코로나 상황 이후에도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용재(식물생산 20) 씨는 “지방에 거주해 서울에서 이뤄지는 비정모에 참여하지 못했던 학생들도 많은데, 코로나 이후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 이들이 다른 학우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학에서의 인간관계 형성은 단순 친목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새내기들은 비슷한 관심사나 진로 희망을 가진 선배, 동기들을 만나며 자기계발의 기회를 발견한다. 코로나로 인한 인간관계 형성의 어려움은 20학번들의 진로 설계 과정에도 어려움을 안겼다. 이수빈(농경제사회 20) 씨는 “2학년이 되면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 전공과 관련한 교류 자체가 부족했다”면서 “전공에 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한 채 전공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안내 책자가 알려주지 못하는, 선배들의 말을 통해서 전해져 왔던 정보와 조언의 전달이 막혀 버린 것이다.
학생회 차원의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대면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퍼지면서 비대면 새맞이를 위한 제도 정비가 이뤄졌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엄상혁(식물생산 20) 집행차장은 “코로나19는 처음 겪는 상황이라 이전까지 해오던 사업 진행 방식과 기존 매뉴얼의 적용이 어려웠다”며 “비대면 간식 사업 등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들을 진행해야 했기에 학생회 내에서 새롭게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각 단과대에서는 E-Sports 대회나 어몽어스, 마피아, 카카오톡 방탈출 대회 등 비대면 방식의 친목 활동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일회성이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간관계 형성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다. 엄 차장은 급박하게 새로운 사업을 진행해야 했던 코로나 상황 속 학생회의 전반적인 대응을 두고 “최선은 다했지만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21학번 새내기, 20학번의 문제를 답습하지않으려면
한 차례의 혼란을 겪고 시작하는 21학번 새맞이는 어떨까. 지난해 12월 24일, 수시 전형 합격생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21학번 새맞이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최초 감염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코로나 상황의 종식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정부가 11월까지의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백신접종을 시작했지만, 적어도 1학기 동안은 비대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혼란스러웠던 20학번 새내기 생활의 문제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이 강조되는 시기다. 21학번 새맞이를 앞두고 서혜지 전 사회대 학생회장은 “21학번 새맞이 때는 처음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새터를 준비하는 만큼 갈팡질팡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영상을 제작해 송출하거나 유튜브 라이브 기능을 통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채널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각 단과대 및 과반에서는 ZOOM과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새맞이를 진행했다. 캠퍼스 소개, 학습법 및 동아리 소개, 진로 탐색 등의 내용을 담은 새내기 소개 영상을 제작하거나 선배와의 대화 시간을 정해 실시간으로 새내기가 대학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20학번 새맞이와 달리 학생회 측에서도 처음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새맞이를 준비했기에, 활동 준비에서의 혼란은 20학번 새맞이에 비해 크지 않았다.

다만 활동 참여자들 간에 쌍방향 소통의 문제는 여전하다. 비대면 방식은 대면에 비해 쌍방향 소통이 어렵다. 비언어적 표현의 전달이 어렵고 두 명 이상이 동시에 말을 하면 소리가 겹쳐 들리는 문제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종훈(경제20) 씨는 “대화가 아닌 정보 전달만 일방향적으로 이뤄진다면 새내기의 참여가 저하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새내기들이 미처 몰랐을 세부적인 정보의 전달이 간과될 수 있기에 원활한 쌍방향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 전달 외에도 친목 활동 및 인간관계 형성의 측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친목을 위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방법은 ‘짝가족’이나 ‘짝선배 짝후배(짝선짝후)’ 제도다. 두 제도는 재학생(정든내기)과 새내기들을 연결해 친목 도모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짝가족은 정든내기와 새내기 각각 3~4명씩을 묶어 한 조로, 짝선짝후는 정든내기와 새내기를 일대일로 묶어 운영된다. 짝가족이나 짝선짝후로 묶인 정든내기와 새내기들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쌓아간다. 일부 과에선 기존에도 있는 제도지만 지금까지는 학생회나 새맞이 준비 기구가 최초 연결을 한 후에는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대면 상황 속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학생회나 새맞이 준비 기구 차원에서 짝가족·짝선짝후 활동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문선영(경제 20) 새짱은 “짝가족 활동을 체계화하고 각 팀별로 지원금을 주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정 기간마다 구성원을 교체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방안도 등장하고 있다.
“도와줄 게 없어 미안하지만 그래도 다 같이 이겨내자.” 20학번인 이수빈 씨가 21학번 새내기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상황 속에 또 한 번 입학하는 21학번이지만, 20학번이 비대면 새맞이를 통해 코로나 시대의 ‘꿀팁’을 전해준다면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새내기 생활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땅은 비 온 뒤에 굳는 법이다.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