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수단의 가장 작은 단위로 시민들의 교통권을 보장하는 마을버스가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이용 승객이 40%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마을버스 업체는 운행 대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마을버스 업체들의 재정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보조금도 턱없이 부족한 지경이다.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맞은 마을버스를 찾아가 봤다.




“마을버스는 거의 아사 상태예요.” 종로구 삼청동에서 종로11 버스를 운영하는 삼청운수 박정섭 대표는 견디기 힘든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박 대표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에 종로11 버스는 시민과 삼청동 ‘걷기 좋은 거리’를 잇는 주요 교통수단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이용 승객이 60% 넘게 감소했다.
관악02, 관악04, 관악05 세 노선을 운영하는 인헌운수도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30% 정도 감소했다. 서울대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면서 승객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인헌운수 관계자는 “거리두기 2.5단계 실시 이후 매출이 더 바닥을 쳤다”며 “그동안 모아둔 수익으로 마이너스를 메꾸고 있지만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을버스 정책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위기에 빠진 마을버스 업체들을 외면하고 있다.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마을버스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마을버스조합은 서울시의 예산 부족을 고려해 마을버스 보조금 삭감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2차 대유행 이후 예산이 더욱 부족해지자 서울시는 보조금의 70%만 시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손실액은 각 구청에서 보장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마을버스조합 관계자는 “최근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지적했다.
마을버스 업체들은 버스 운행 대수를 줄이고 급여 지급을 미루며 간신히 마을버스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마을버스 업체의 재정난은 시민의 교통 불편과 직결된다. 운행 대수를 줄여 배차 간격이 늘면 시민들이 그에 따른 불편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자가용 이용이 늘자 배차 간격은 더욱 늘어났다. 시민의 교통 편익이라는 공공성을 띠는 마을버스지만 재정에 대한 책임은 민간이 떠맡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마을버스는 고지대 마을, 외지 마을,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역, 노선버스 정류소를 이어주며 교통의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한다. 성북06 버스는 좁고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며 정릉동 달동네와 그 아래의 세상을 연결한다. 정릉골에서 만난 주민은 “노인 인구가 많은 이곳에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면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마을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을버스의 의미는 버스가 오가는 지역과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에 따라 다르다. 종로12 버스는 종로3가와 서울대학교 병원을 오간다. 주요 승객은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다. 혜화역에서 병원까지 걸어서 10여분 남짓이지만 아픈 몸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에게 마을버스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외진 지역, 가파른 비탈길이나 좁은 골목처럼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마을버스의 중요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지역은 이용 승객이 적어 서울시의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보조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 원활한 운행이 어렵다.




광진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광장운수 정종윤 대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학교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다니는 노선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운영에 어려움이 적다”고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재정난으로 가장 필요한 곳의 마을버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마을버스 업체 대표들은 더는 운영을 지속하기 힘들다며 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마을버스가 멈추었을 때 이동권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들은 곧바로 교통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서울시가 벼랑 끝에 선 마을버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