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것들을 마주하면서

  성매매는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산업입니다. 커버스토리에서 우리가 들여다본 성매매의 실상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함부로 선택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성매매는 빚과 폭력으로 여성을 옭아매고 빠져나갈 수 없게 붙잡는 거대한 착취 산업입니다. 

  성매매경험당사자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한 인터뷰이는 저희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성매매가 노동이었다면 일을 그만둘지 말지 선택할 수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선택의 권한은 제게 없었어요.” 성매매 여성은 ‘성노동자’가 아니라, 거대한 착취 카르텔에 갇힌 피해자입니다. 사회는 그 카르텔을 용인하고 부추겨왔습니다.

  작년을 뜨겁게 달궜던 인권헌장과 대학원생 인권지침을 기억합니다. 제정(안) 논의를 위한 공청회장에서,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겠다던 사람들에게 누군가는 ‘표현의 자유’라고 포장된 혐오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그 장면은 다시 떠올라 우리를 다시 가슴 아프게 합니다. 얼마 전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故 변 하사의 존재는 끝내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故 변희수 하사에 애도를 표합니다.

  이번 학기 <서울대저널>은 편집장을 두지 않고 부장단 4인의 부서장연석회의로 운영됩니다. 든든하게 저널을 꾸려오던 편집장의 업무를 쪼개서 수행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지만, 많은 목소리를 부족함 없이 전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백하건데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서울대저널>은 더 튼튼해지리라 생각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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